사람이 꽃보다 아름답고 아가의 미소는 사람들에게 희망으로...
태어나는 아기는 새로운 신화를 창조한다. 아이가 태어난다는 것은 이 세상을 변화시킬 엄청나게 위대한 신화 같은 일이다.
그 신화 같은 숭고한 탄생이 자연의 감동스런 섭리가 아닌 젊은 부모에게 큰 짐처럼 되어 버려 안타까운 현실이 되었다. 그래서 조카 손녀인아의 백일이 생각만 해도 그 큰 감동에 소매 깃을 적시게 된다. 결혼하고 몇 년이 지나도 아이가 안 생겨 걱정도 되고 서운도 했지만 굳이 물어볼 일은 아니라 지켜보기만 했는데, 사랑스런 우리 인아가 태어난 것이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태교에 전념하던 조카 선영이가 그제서야 어른으로 보였으니 예비엄마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너무나 진지하고 숭고했기 때문이다. 서른이 넘었어도 늘 애들처럼 천방지축이고 라면 하나도 제 손으로 끓여 먹어본 적 없어 어떻게 주부가 되고 어떻게 애 엄마가 될까 걱정했더니 아이는 엄마를 만들고 엄마라는 이름은 신적인 능력을 동반했다.
얼마나 알뜰하고 깔끔한지 아이를 낳기도 전에 인터넷을 통해 유아용품들을 공짜로 얻고 그것을 가져와 깨끗이 씻고 빨고 삶고 햇볕에 살균해서 살뜰하게 준비해 놓았다. 육아에 대한 상식도 까페를 통해 충분히 습득해 모르는 게 없었다.
그래도 거쳐야할 통과의례는 건너뛰지 못하고 똑같이 산고를 겪은 후 엄마가 되었는데, 아기는 아빠를 닮아 순하기 이를 데 없고, 엄마를 닮아 모든 것이 빨랐다. 고개도 쉬이 가누고 뒤집기도 신통하게 잘해냈다.
성장의 모습이 얼마나 신기하고 놀라운지 한 번 만나면 눈을 뗄 수가 없는 마력을 가진 행동을 보여주었다. 낯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한테 방긋방긋 함박웃음을 보여줌도 인아덕후로 만드는데 큰 몫을 했다.
항상 한 번만 더 봤으면 좋겠다는 열망을 하게 만드는 인아의 백일 날, 외할머니가 되는 언니는 새벽부터 인아를 위한 송편을 빚었다. 손수 뜯어다 삶아놓은 쑥물 내어 쑥 송편을, 단호박을 달여 황금빛 호박송편을, 블루베리 송편, 포도 송편. 곱게 빚은 송편에 한 잎 한 잎 앙증맞은 꽃잎을 만들어 붙일 때 언니는 무슨 기도를 했을까?
"우리 인아, 건강하고 예쁘게 잘 자라게 해주세요."
가장 기본이 되는 소원만큼 간절한 바램도 없을 것이다. 너무나 예뻐 먹기에도 아까운 외할머니표 송편. 송편을 앞에 두고 먹음직스럽다는 마음보다 손녀를 위한 할머니의 사랑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운 빛깔 앙증맞은 꽃 모양, 손으로 만지기도 아까웠다.
거기에 전국에서 가장 맛좋기로 소문난 전주에서 새벽 고속버스로 말랑말랑 쫀득쫀득한 백일 떡을 공수해왔다.
알뜰함과 정성이 빚어낸 4만 9천원짜리 인아 엄마표 백일 상차림도 가성비 최고였다. 정말 내 조카의 현명함과 재치를 한 수 배우는 순간이었으니 아이에 대해서는 물 쓰듯 돈을 아끼지 않는 세상의 많은 젊은 엄마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다.
순하디 순한 인아는 고 작은 손을 연신 입으로 빨며 이모할머니인 나를 향해 방긋방긋 웃어주었다. 어디서 이렇게 천사같이 예쁜 아이가 나왔을까? 백일 사진을 찍는다고 드레스로, 캐릭터 옷으로, 왕관으로, 모자로 연신 갈아입히느라 애를 힘들게 했어도 한번을 칭얼대지 않았다. 뽀얀 살결과 까만 눈빛, 꼼지락거리는 손가락과 오물거리는 작은 입.. 너무나 사랑스러워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간소하지만 온 가족의 정성이 담긴 의미 있는 인아의 백일을 지켜보며 나도 빨리 친할머니가 되고 싶어졌다.
조카 선영이는 철없는 아이였으되 엄마 선영이는 정말 위대하고 대단한 능력을 지녔으며 그 능력은 인아가 성장하는 내내 보여줄 것이기에 자랑스러웠다.
작은 천사의 백일에 할머니 할아버지들까지 온통 감동과 기쁨이 넘치니 아이 울음소리가 사라져가는 현실에 안타까움이 일고 아이가 주는 아름다운 빛으로 감사는 두 배가 되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고 아가의 미소는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