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日 소재 수출 규제에 대한 삼성의 해법...대만産 불산 1700톤(우회수입)
[단독] 日 소재 수출 규제에 대한 삼성의 해법...대만産 불산 1700톤(우회수입)
  • 서무열 기자
  • 승인 2019.07.09 2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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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 기존사업 영향은 제한적
비메모리반도체 및 OLED 등 신성장산업에 저해
수출규제 단기간에 끝나면 반도체 공급과잉 해소
한일 간 무역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일본 아베 총리
무역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일본 아베 총리

지난 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으로 떠났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따른 해결방안 모색과, 특히 불화수소(이하 불산) 재고확보를 위해서다.

일본 정부가 나서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나선 마당에 기업인이 일본가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삼성전자와 오랫동안 거래해온 협력업체 한 간부에 따르면 "현재 삼성이 불산을 구입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삼성이 일본 기업에서 고순도 불산을 직접 수입하거나, 아니면 한국 소재 업체가 제3국을 통해 수입후 2차 가공한 불산을 구입해 쓰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이어서 그는 삼성전자 구매처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다고 말하며 "이번 상황이 예상하지 못한 비상 상황이긴 하지만 방법을 이미 마련했을 것이다. 아마도 제 3국을 통한 우회 수입 방법을 쓰지 않을까 한다. 비용이 좀 더 들긴 하겠지만 그래도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일본가서 당장 시작한 일은 일본의 불산 제조 업체 스텔라화학과 모리타화학 관계자를 만난 것이다. 현재 불산 재고량이 적기 때문이다. 불산 특유의 독성때문에 재고 기간을 오래 가져갈 수 없어 한 달치 분량 밖에 없는 상황에서 추가 재고량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선택한 방법은 3국 우회수입이다. 일본 정부는 일본발(發) 한국 수출에 대해서만 통제할 수 있고, 3국에서 출발하는 물량에 대해선 일본 정부로서도 달리 방법이 없다는 전문가들 의견이 있긴 하지만, 삼성전자 요청과 달리 스텔라는 현재 일본 정부의 최종 승인이 떨어져야 대만 등지에서 한국에 불산을 수출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불산을 제조하고 있는 국내 A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일본으로부터 불산을 수입해 국내 반도체 업체에 공급하고 있고, 같은 수준의 제품을 국내에서도 생산해 납품하고 있다"면서도 일본 거래처가 어디인지, 수입하는 불산의 순도는 어느 수준인지, 연간 수입하는 물량이 어느 정도 인지는 확인해 줄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입과 생산으로 나눠서 납품하고 있는 것은 납품 물량 때문"이고 "한국 업체가 대만에서 1700톤의 불산을 수입해 삼성전자에 납품할 것이라는 정보는 처음 듣는 얘기고 아는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본 수출 규제 품목 대체 가능성(자료=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한국관세신문
        일본수출규제품목 대체 가능성(자료=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한국관세신문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현재 삼성은 대만에서 불산 1700톤을 한국 업체을 통해 수입할 계획"이며 "이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이 일본으로 급히 날아간 것이 아니겠는가"라며 "한국 업체가 대만에서 들여와 2차 가공을 통해 순도를 높여 삼성에 공급하는 것이지만 수입처가 대만 소재 일본계 업체인지, 대만 현지 업체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 스텔라화학, 모리타화학 등이 전 세계 불산시장을 70% 이상 점유하고 있고, 불산 재고량이 한 달치 정도 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해도 우회 수입방법을 통해 1700톤 정도의 불산 재고량을 확보한다면 삼성전자의 숨통이 어느 정도 트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한편, 최근 발표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수출 규제가 장기화 될 경우 기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나 신성장산업(비메모리반도체, OLED 등)사업에 미치는 타격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포토 레지스트는 삼성전자 비메모리반도체 강화 방안의 핵심축인 파운드리 사업(반도체 위탁생산)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삼성전자는 EUV(극자외선) 기술을 도입하고 파운드리 1위 사업자인 대만 TSMC를 추격중이나 EUV용 포토 레지스트 수급 우려로 사업 확대가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 규모(2018년 기준)는 11조원, 금년 하반기부터 EUV 기반의 7나노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며 EUV 포토 레지스트 공급사는 일본의 JSR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도체 재고가 최대 6개월 정도로 쌓여있고 기업들이 2~3개월 물량의 소재를 보유하고 있어서 일본의 수출 승인을 90일 이내에 받아 수입을 할 수 있다면 우리 기업의 반도체 생산과 수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산업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이번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그간 쌓인 반도체 재고량과 수요 부족으로 인한 D램 가격인하 추세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최근까지 메모리 반도체 2,3위 업체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각 각 10% 이상 감산을 발표한 상황에서도 삼성전자는 감산 발표를 미뤄왔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통해 라인 2~3개를 멈추고, 10% 정도 감산할 것이라 발표하는 것도 대내외적으로 나쁘지 않은 전략이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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