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무이 시집살이?...난 그런거 몰러
시어무이 시집살이?...난 그런거 몰러
  • 한국관세신문
  • 승인 2019.07.1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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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언 내 발을 슬그머니 끌어다 녹여주셨어
언발이 따뜻해지면 시어무이 정에 훌쩍거렸고
이연자 작가(추억의 뜰)
이연자 작가(추억의 뜰)

 

날것의 힘. 사투리를 버리지 않는다.

옥천 작은 마을의 어르신들 인생담을 짧은 약전으로 기록중이다. 그 마을에서 나고 자라 저 마을로 시집을 갔다 그 동네가 전부인 양 80년을 넘게 살고 있다. 기어들어가 기어나오는 전래동화에 나오는 산골짜기 오두막집에서 시집살이를 시작했다.

오두막에서도 다 해냈다. 자식을 키워 도회지로 보냈고 이젠 먹고 사는 걱정이 없다. 그녀들의 힘은 무엇인가. 자식을 키워내야 한다는 어머니의 힘. 시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에 속울음 삼키며 나도 그러리라 마음먹었다.

기쁨을 나누는 정은 살갑다. 아픔을 나누는 정은 사람을 살린다. 그 따뜻한 씨앗이 발아한 힘이 사람을 살린다. 다정한 말 한마디 꼭 쥐어주는 손길, 평생의 응원군으로 남는다. 그리고 다른 이에게 그것을 다시 나눌 수 있다.

포자로 형성되는 사랑의 힘은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없듯이 사람의 향기 또한 만리를 가고도 남는다. 석양아래 윤슬같은 사람의 향기를 나누어 본다.

 

<어르신 추억 회람 중 일부 발췌>

"난 귀염둥이 복둥이여. 다들 나를 우리 귀한 애기라고 불렀어"

"어머나! 엄니. 웃는 모습이 어쩌면 이리 귀여우세요?"

"누여여? 내가 귀엽다고? 하하하하 칭찬받으니 좋긴 한데."

"안내면 엄니들 이야기 들으려고 왔지요."

 

조정희 어르신. 지난 인생담을 얘기하시며 가장 따뜻한 추억으로 시어머니의 사랑을  떠올리셨다. 얼음장 같이 차가운 윗 목에서 추위에 떨고 있으면 시어머니가 슬며시 다리를 끌어다 당신의 사타구니로 녹여주셨다며 그 사랑이 평생 가슴에 남았다고 하신다.
조정희 어르신. 지난 인생담을 얘기하시며 가장 따뜻한 추억으로 시어머니의 사랑을 떠올리셨다. 얼음장 같이 차가운 윗 목에서 추위에 떨고 있으면 시어머니가 슬며시 다리를 끌어다 당신의 사타구니로 녹여주셨다며 그 사랑이 평생 가슴에 남았다고 하신다.

 

시어무이 시집살이? 나 그런거 몰러. 우리 시어무이 살가운 얘기 하나 해줄까.

옛날 집은 겨울 되면 집까지 통째로 얼었잖아. 초가집 처마에 고드름이 한겨울 내내 대롱 대롱 매달려 있었으니께 얼매나 추운지 말하면 뭐혀. 사는게 고만고만하니 아궁이에 불이나 겨우 때서 궁둥이나 아랫목에 붙이는 거지. 

외풍은 또 얼매나 쎈겨. 초가집이 별수 있남. 겨울 되면 코 빨개지고 손발이 얼음장 같았어. 집도 얼었으니 사람은 오죽했것어. 시어무이랑 사랑채에서 잘 때 윗목에서 내가 땡땡 얼어 있으믄 아랫목에서 주무시던 시어무이가 슬그머니 내 발을 끌어다 당신 사타구니로 녹여주셨어.

난 못이기는 척 가만 있었제. 노인네 사타구니가 얼매나 시렸것어. 그렇게 나를 아껴주셨지. 언발이 따뜻해지면 시어무이 정에 훌쩍거리고 있었제. 시집살이 고추보다 맵다지만 우리 시어무이 그 정에 내가 평생 살 힘을 다 얻었제. 칼바람에 몸이 다 얼었지만 시어무이 사랑이 아궁이처럼 따땃했응께.

딸만 내리 낳다가 드디어 다섯 번째로 아들을 낳으니께 모두 다 좋아서 문지방을 지날 때마다 어르신들이 허허허허 웃으시던 모습이 떠오르네. 그제야 할일을 다 한거 같아서 내 맴이 얼매나 좋았나 몰러.

나도 몰래몰래 방에 들어가서 이불을 젖혀서 고추를 확인하고 안심하고, 또 일하다 딸일까 불안해서 다시 가서 진짜 고추가 달렸나 확인하고 몇날 며칠을 그랬다니께.

그리고 밑으로 또 아들일까 했는데 막내딸 하나 더 얻었제. 옛날에 그러고 살았어. 아들 못 낳으면 무슨 죄인마냥 요즘은 딸 낳아야 대접받는 세상이 됐지만 말여.

여자들 세상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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