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의 인문학 이야기] 윤두서 자화상 관련 논란...공재가 귀를 그렸다는 사실은 분명
[이은경의 인문학 이야기] 윤두서 자화상 관련 논란...공재가 귀를 그렸다는 사실은 분명
  • 한국관세신문
  • 승인 2019.07.11 15: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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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귀와 목 상체 윤곽 뚜렷한 온전한 그림이었다
배채색법 색칠로 뒷면 조사한 뒤에야 규명할 수
이은경 문화칼럼리스트
이은경 문화칼럼리스트

 

자화상 하면 빠질 수 없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화상이 바로 윤두서 자화상이다.

나를 왠지 꿰뚫어보는 듯한 형형하지만 섬뜩한 눈매와 불꽂처럼 꿈틀거리는 수염하며 너무나 사실적인 안면 묘사가 압권인 이 초상화는 목과 상체는 물론 귀도 없이 머리통만 그려져 있을 뿐이다.

뛰어난 사대부 지식인이었던 공재가 당대 유교적 미의식을 정면으로 벗어나면서까지 파격적인 자화상을 그린 까닭은 무엇일까. 왜 이 걸작은 미완성 그림처럼 남았을까. 우리 회화사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17세기말 18세기 초 선비화가 공재 윤두서(1668~1715)의 <자화상(국보 240호로 해남 윤씨 종가 소장)>은 그림을 둘러싼 숱한 수수께끼로도 이름 높다.

한국 미술사학계의 첨예한 논란거리였던 공재의 '머리통 자화상'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도 두 귀와 목과 상체의 윤곽이 뚜렷하게 남은 온전한 그림이었다는 것이다. 공재의 자화상은 윤곽선만 그린 것이 아니라 정밀하게 채색까지 되어 있다. 단지 이런 부분들이 후대인들의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중앙대 고(故) 오주석 교수 주장>

96년 조선총도부 자료인 <조선사료집진속(1937년 간행)>에서 상체 윤곽이 보이는 당시 공재의 자화상 도판을 발굴해 공개했는데, 미술 사학자 오주석은 "원래 윤두서 자화상은 밑그림 그릴 때 쓰는 유탄(버드나무 숯)으로 화면 위에 상체를 그렸다가 먹선으로 다시 그리지 않은 채 미완성 상태로 전해졌다"고 추정했다. 

그는 또 "후대 표구하는 과정에서 표면을 문질러 유탄 자국을 지워버리는 실수를 한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원래 자화상에 있던 공재의 상체 그림이 후대 표구과정에서 실수로 사라져버렸다는 그의 주장은 이후 통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명지대 이태호 교수측 주장>

"옛 자화상 사진에 보이는 옷주름은 뒷면에 윤곽선을 그린 이른바 배선법의 결과"며   "<조선사료집진속>에 실린 자화상의 사진은 그림 뒤에서 조명을 비추어 찍었기 때문에 뒷면 옷주름선이 선명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이태호 교수는 주장하고 있다.
 

윤두서 자화상(사진=구글 내 이미지 캡처)
윤두서 자화상(이은경 문화칼럼리스트 제공)

 

<국립 중앙박물관측 주장>

중앙박물관 분석결과, 일단 두 주장 가운데 당장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박물관측은 현존 <자화상>의 화면 앞쪽을 현미경으로 정밀 관찰한 결과 앞 표면에서 어깨 부분 옷깃, 옷주름 등을 그린 듯한 부분적인 선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적외선 사진에서 확인된 것처럼 몸체의 형상을 이루는 일관된 선의 흔적은 확인하지 못했다. 

통상 적외선 조사는 안료 등으로 가려진 먹선, 즉 채색화의 밑그림이나 먹글씨를 확인하는데 주로 쓰인다. 선이 연속되도록 최소한의 흔적이 남아있어야 먹의 탄소 입자가 적외선을 흡수해 먹선을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자화상 전면에 보이는 일부 선의 흔적보다 적외선 촬영 사진에서 나타난 몸체의 윤곽선이 더욱 뚜렷한 만큼 앞 표면의 윤곽선이 적외선 사진의 윤곽선으로 찍혔다고 보기에는 미진한 면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을 놓고 보면 그림 뒷면에서 선을 그려 비쳐보이게 하는 얼개로 몸체를 나타냈다는 이태호 교수의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단정은 어렵다. 이 그림이 액자로 표구되면서 배접(그림을 보호하기 위해 그림 뒷면에 다른 종이를 포개 덧대는 것)된 탓에 현재 뒷면을 드러내 조사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외선 사진에 나타난 몸체의 선들이 앞면에 그려진 유탄 혹은 먹선의 흔적인지, 그림 뒷면에 그린 윤곽선인지는 그림 뒷면을 제대로 조사한 뒤에야 규명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결론지었다.

하지만 연백과 진사 안료를 써서 그린 양쪽 귀의 윤곽선이 현미경 관찰로 얼굴 가장자리에서 발견되어 공재 윤두서가 귀를 그렸다는 사실은 분명히 입증됐다. X선 촬영을 통한 안료 분석 결과 선으로만 그렸다고 여겼던 자화상의 안면과 몸체, 탕건과 귀 부분 등도 화면 뒷면에 은은하게 채색하는 배채색법으로 색칠되어 있었다는 점도 처음으로 밝혀졌다.

논란의 대상인 몸체의 도포는 전체가 흰색으로 은은하게 배채가 되어 있었다. 뒷면에 칠한 색감을 투명하게 비치도록 하기 위해 그림을 그린 종이는 젖은 상태의 종이를 여러 장 겹쳐 두드려 한 장의 종이로 만드는 이른바 도침(搗砧)가공이 이뤄진 종이로 연구팀은 추정했다.<미술자료 74호 발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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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 2019-07-15 17:03:23
강렬한 윤두서 초상화에 관한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