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애의 사람사는 이야기) 생리대 없는 그날, 소녀들의 자존심은 "상처로 남는다"
(김선애의 사람사는 이야기) 생리대 없는 그날, 소녀들의 자존심은 "상처로 남는다"
  • 한국관세신문
  • 승인 2019.07.17 22: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 소녀들이 20년 후에 또 엄마가 된다
자존심과 인격을 존중받아야 하는 이유
김선애 작가(추억의 뜰)
김선애 작가(추억의 뜰)/ⓒ한국관세신문

 

 

사춘기의 여학생들은 유리공이다. 들여다보는 시선마다 달리보이고 작은 긁힘에도 바로 금이 간다. 잘 못 건드리면 깨지기 일쑤다. 그 아이들 일상의 가장 예민한 부분은 생리 날이다. 매달 한 번씩 통증을 견디며 어른으로 성장한다.

 

그 예민한 일상의 최소한을 깊은 상처로 남기며 보내야 하는 아이들이 있다. 빈곤층 아이들은 생리대 살 돈이 없어서 생리가 심한 날에는 집에서 수건을 깔고 버티며 학교에 결석을 한다. 믿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안타까운 현실은 우리 주위에 있다. 그 아이들에게 생리대는 생필품이 아닌 사치품이다.

 

 

생리대를 전달하며 손편지를 꼭 쓴다. 혹시나 상처받았을 아이들 마음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는다.
생리대를 전달하며 손편지를 꼭 쓴다. 혹시나 상처받았을 아이들 마음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자료=추억의 뜰 제공)

 

빈곤층 소녀들의 생리대 지원 사업이 반향을 일으키며 시작되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마을 단위부터 아이들에게 관심을 보여야 한다. 주부들이 모인 공동체에서 소리 없이 매달 생리대를 지원하고 있다.

 

할머니들의 인생 이야기를 글로 써서 책으로 만들어 주는 주부작가들의 공동체에서 매달 생리대를 후원하고 있다. 딸을 키워본 엄마작가도 함께 한다.

 

필자는 쌍둥이 딸을 키웠다. 스물다섯 살 된 딸들이 중학교 1학년 한창 예민한 나이에 생리를 시작하면서 매달 아이들의 생리일은 정서적 신체적으로 절대 안정과 좋은 환경을 필요로 했다.

 

소녀가장의 짐을 지게 된 아이들은 가정을 돌보며 정부에서 지원되는 수급비용으로 집안 살림을 한다. 아이들은 생리대를 제때 구매할 수 없어 결석을 하거나 수건을 깔고 하루 종일 집에 있는 날도 있다. 어린 아이들이 몸으로 마음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상실감은 사춘기 아이들에게 상처로 깊이 패어진다.

 

생리날이 되어도 생리대가 제대로 구비 안된 아이들은 결석하거나 친구들에게 빌리며 자존심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사진=추억의 뜰 제공)
생리날이 되어도 생리대가 제대로 구비 안된 아이들은 결석하거나 친구들에게 빌리며 자존심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사진=추억의 뜰 제공)

 

주부 작가들은 2018년 1월부터 매달 소녀가장들에게 생리대를 전달하며 손수 편지를 쓴다. 엄마가 딸에게 쓰는 편지의 형식을 빌렸다. 아이들이 마술에 걸린 그날 행복한 마법에 걸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는다. 아이들이 자존심과 상처의 경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직접 만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손길로 전달하며 작은 정성에 아이들의 자존심이 회복되고 고운 성장을 돕고 싶은 마음이다. 간간이 아이들이 직접 써서 보내오는 감사의 회신에 눈시울이 촉촉해진다. 엄마 없이 사춘기를 보내는 것은 어린 아이들에게 고단한 숙제다.

 

그래서 주부 작가들의 편지에 담긴 생리대가 아이들에게 작은 힘이 된다. 사회와 어른들이 반드시 해야 될 일이다. 아이들이 일상의 최소한을 침범 당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 어른들에게 있다.

 

여린 아이들에게 희망과 응원은 작은 마음, 소소한 실천으로 부족하지 않다. 그 마음을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시간은 빠를수록 좋다. 그 아이들이 바로 우리의 미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