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칼럼] 법학자 조국
[김화진 칼럼] 법학자 조국
  • 한국관세신문
  • 승인 2019.08.13 22: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절시비, 서울대 버클리대 모두 '터무니없다'
정치인 조국과 학자 조국에 대한 평가는 별개
공직자의 학문적 업적평가, 팩트에 근거해야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차기 법무부장관 후보에 필자의 서울법대 동료인 조국 교수가 지명됐다. 세상에는 조국 교수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미워하는 사람도 많다. 요즘 같은 시국에 인사청문회가 파행될까 염려된다.

세간에 조국 교수가 이른바 '폴리페서'라서 강의와 연구에 소홀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그렇지 않다. 교외 활동이 많은데서 오는 착시현상이다. 사실은 정반대다. 이 글은 그 한 가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2015년 4월 2일자 법률신문 기사가 있다. 제목은 '법학 연구, 서울대 조국 교수 논문 가장 많이 인용됐다'이다. 링크를 클릭해 보시기 바란다.

한국연구재단의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시스템에 의할 때 법학 분야에서 논문이 가장 많이 인용된 학자가 조국 교수다. 조국 교수가 쓴 논문은 KCI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구축된 2004년 이후 총 275차례 인용돼 법학 분야 1위를 기록했고 평균 피인용 횟수에서도 1위다.

필자가 13년 전 처음 학교에 부임해 왔을 때 조국 교수의 연구실적이 가장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대에서는 극히 예외인 부교수 정년보장도 받았다. 차라리 화성에 가는 것이 더 쉽다는 것을 서울대 교수들은 다 안다. 당시에도 벌써 세간에 유명했기 때문에 솔직히 좀 의외였다.

조국 교수는 학교 일에도 열심이었다. 특히 서울법대가 발간하는 한국법 영문학술지 'Journal of Korean Law'의 편집장을 수년간 맡았다. 사실 이 학술지는 운영이 쉽지 않았는데 자리가 잡히는 데 조국 교수가 큰 역할을 했다.

필자가 편집장 일을 이어받았다. 그런데 조국 교수는 홀가분하게 털어버리고 가지 않았다. 떠나면서도 총장에게 건의해서(조국 교수는 당시 서울대 국제협력본부 본부장 일도 하고 있었다) 한국 법학 국제화를 위한 특별 지원을 받아 주었다. 필자가 부탁한 것도 아니었다. 덕분에 넉넉한 형편에서 특별 심포지엄도 열고 해서 학술지를 잘 이끌어갈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다른 동료 교수들 노고도 많았지만 그 덕분에 얼마 후 한국연구재단 등재지가 되었다. 이제 국제사회에 한국법과 제도를 알리는 대표적 학술지다.

끈질기게 조국 교수를 괴롭혔던 소모적 표절 시비에 관해서는 엄정한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가 근거 없는 것으로 판정했다. 2013년이다. 박사학위 수여 학교인 미국 버클리대에서도 의혹이 터무니없다며("This is not a close case.") 단호하게 배척했다. 검토위원회 위원장은 부시행정부에 참여했고 미국의 보수주의를 상징하는 교수였다. 관련 서류들은 서울대에 요청할 필요도 없다. 모두 조국 교수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다.

조국 교수는 항상 학교 밖에 있는 사람 같지만 언제나 연구실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같은 건물에 있어서 잘 안다. 마치 분신이 있는 것 같이 신기한 일이다. 디지털 소통의 대가지만 논문 작성 방식은 좀 올드했다. 테이블 위에 책 수십 권을 쌓아놓고 작업하는 스타일이었다. 그게 의외로 효율적이라고 자랑했다. 카페형 연구실이 있고 캐슬형 연구실이 있는데 조 교수는 후자다. 후자에 해당하는 교수들은 자기 캐슬에 강한 귀소본능이 있다. 그 장소가 자신의 정체성을 화체해서다. 본인이 말하는 것처럼 조국 교수는결국에는 학교로 돌아올 것이고 또 그렇게 믿는다.

사람에 대한 호불호와 평가는 각각이다. 특히 조국 교수처럼 다각도로 논란의 중심인 경우는 더 그렇다. 곧 있을 인사청문회에서 보게 될 것이다. 아시히 신문이 조국 후보를 '대일 비판의 급선봉(急先鋒)' 이라고 불렀는데 청문회는 이례적으로 국제적 관심도 모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 조국과 학자 조국에 대한 평가는 별개다. 최소한 교수출신 공직자 후보의 학문적 업적에 대한 평가는 학계에서 제시되어 있는 엄중한 팩트에 의해야 한다.

끝으로 오바마 백악관에 몸담았던 '노벨 법학상' 후보로 꼽히는 하버드법대 캐스 선스틴 교수의 발을 빌려보자. 학술논문의 작성 과정에서는 공정성과 이념적 관용성, 그리고 논쟁과정의 정식성이 요구된다. 논문의 작성은 모종의 도덕성을 확립하는 과정이다. 이렇게 보면 조국 교수뿐 아니라 연구실적이 탁월한 교수들은 학교 밖에서 얼굴에 땀과 피를 묻히는 험한 일(루스벨트 대통령의 표현이다)을 하더라도 그런 덕목에 부합하는 모습을 잃지 않아야 할 것이다.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