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자의 사람사는 이야기] 손끝에 담긴 온기
[박승자의 사람사는 이야기] 손끝에 담긴 온기
  • 한국관세신문
  • 승인 2019.08.22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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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자 작가(추억의 뜰)
박승자 작가(추억의 뜰)

 

레트로. '복고풍, 복고주의를 지향하는 현상의 하나'로 추억·회상·회고를 뜻하는 옛날의 상태로 돌아가거나 과거의 전통을 그리워하고 그것을 되살리는 흐름을 말한다.

복고적인 감수성에 집중하며 추억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형성된 경향이다. 최근에 두각을 나타내는 현상으로 기성세대의 후줄근한 감각이 아닌 그 저변의 힘과 미를 우리는 알고 있다.

손끝에 온기를 담아 직접 눌러쓴 손 글씨에 대한 그리움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손 글씨가 사라진 우리의 필기문화, 연필로 꾹꾹 눌러쓰던 그때를 그리워하기엔 너무 멀리 왔다. 그래서 간간이 손 글씨를 마주할 땐 뭉클한 감동까지 인다.

 

'축 화혼' 인쇄활자에 익숙해져 손글씨의 투박함이 낯설다. 손끝에 담긴 정성은 인쇄활자가 흉내낼 수 없는 온기를 갖고 있다.(사진=추억의 뜰 제공)/한국관세신문
'축 화혼' 인쇄활자에 익숙해져 손글씨의 투박함이 낯설다. 손끝에 담긴 정성은 인쇄활자가 흉내낼 수 없는 온기를 갖고 있다.(사진=추억의 뜰 제공)/한국관세신문

 

한 달에 한 두 번 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시간. 축의금 봉투, 봉투에 담기는 금액도 매번 자유롭지는 않다. 게다가 천편일률적인 인쇄 봉투를 쓰고 싶지 않아 손 글씨로 직접 결혼을 축하하는 펜 잡은 손도 자유롭지 않다.

지난 주말 지인의 딸 결혼식에 맞춰 오랜만에 펜을 들었다. 자판에 익숙해져 그새 펜 잡은 손이 부자연 스럽다. 인쇄봉투에 축의금을 넣기가 내심 편치 않아서 '축 화혼' 을 몇 번씩 썼지만 마음에 드는 글씨가 없었다.

마지막 한 장을 남기느라 봉투 수 십장을 쓰고 버렸다. 어차피 같은 글씨지만 손끝에 담긴 온기를 그대로 전하지 못한 아쉬움 때문에 쓰고 버리기를 반복했다. 그 정성만으로도 결혼 하는 신부에 대한 축하의 마음은 예의를 다했다고 생각했다. 결과는 민망한 수준이었다. 정성은 오롯이 담았으나 어설픈 필체에 고스란히 묻혀버렸다.

반면 오랜만의 필기는 그날의 신부마냥 설레고 반가웠다. 손끝에 온기를 싣는 시간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문득 생각났을 때 펜을 들고 사랑하는 이에게 손 편지를 써보는 오늘이기를 바란다. 어느 날, 우편함으로 찾아온 손 글씨 편지를 받는 기쁨은 상상만으로도 흐뭇하다. 우리의 정서에도 복고의 바람이 불기를 바라는 마음은 비단 나만의 바람이 아닐 것이다.

 

가장 행복한 날 아름다운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며 손끝부터 정성을 담았다.(사진=추억의 뜰 제공)/한국관세신문
가장 행복한 날 아름다운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며 손끝부터 정성을 담았다.(사진=추억의 뜰 제공)/한국관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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