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사람사는 이야기] 플루트 연주하는 코다리밥집 사장님
[김경희의 사람사는 이야기] 플루트 연주하는 코다리밥집 사장님
  • 한국관세신문
  • 승인 2019.09.0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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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가의 길과 코다리밥상 사장님의 길
둘 다 청년이 꿈꾸는 이상에 닿아 있다

 

김경희 작가(추억의 뜰)
김경희 작가(추억의 뜰)

엘리베이터가 열리면 그 집의 통유리 자동문이 바로 코 앞이다. 열 계단도 넘는 신발장 칸칸이 빼곡히 놓인 손님들 신발만 봐도 그 집이 대박집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입구의 인공 분수는 물줄기를 세차게 뿜어 올리며 시원하게 손님을 맞는다.

칸칸이 들어찬 신발들의 면면을 보면 네 살 백이 공주님이 신고 온 듯한 리본 달린 앙증맞은 샌들, 보기에도 아찔한 10센티 하이힐, 투박한 등산화, 잘 닦인 신사화... 그 집을 찾는 이들이 남녀노소 불문이라는 것을 알수 있다.

홀 안에 꽉 들어찬 손님들. 분주히 움직이는 빨간 에이프런의 이모님들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물론 몸은 힘들 수도 있겠지만 그녀들의 손놀림은 재빠르다. 벨이 울리기도 전에 손님들 탁자 앞에 도착해 있다. 매콤한 코다리찜 훈기가 도착한 곳에 열린 주방이 보인다. 미소년 같은 앳된 얼굴의 청년이 불앞에서 코다리에 양념소스를 붓고 있다.

젓가락만 살짝 대도 살결이 살포시 떨어지는 코다리찜, 부드럽게 숙성됐다는 뜻이다. 입안에서도 감칠맛을 놓치지 않았다. 언뜻 너무 젊은 주방장에게 눈길이 간다. 그 청년은 가끔 손님으로 꽉 찬 날은 빨간 에이프런 사이를 누비며 서빙을 돕는다.

에이프런을 두른 젊은 사장님. 그 집의 젊은 사장님은 전천후다. 손님 상의 세세한 서빙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악기를 연주했던 섬세한 손길로 손님을 대한다.
에이프런을 두른 젊은 사장님. 그 집 젊은 사장은 전천후다. 손님 상의 세세한 서빙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악기를 연주했던 섬세한 손길로 손님을 응대한다.

청년은 아르바이트생도 아니며 주방장도 아니다. 모객에 애를 쓰지 않아도 될 만큼 가게를 키운 그 집의 주인장이다. 대학생 같은 앳된 얼굴의 사장이 그 집의 주인장이다. 서른을 갓 넘겼다. 홀 안을 가득 채운 손님들과 열 명이 넘는 이모님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그 식당의 주인장이다.

모르는 이들에게는 그 청년이 아르바이트생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한 번 더 돌아 볼 일은 그는 장사의 '장'자도 모르던 음악도이며 플루트를 연주하는 코다리 밥상 사장님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만족과 꿈꾸는 행복을 찾으려 주어진 삶에 매진한다.

길이 다르다는 건 전혀 다른 의미를 남기는 과정이다. 플루트 연주가인 그 청년과 코다리 밥상 사장님의 길은 다르지 않다. 궁극적으로 그 청년이 꿈꾸는 이상에 둘 다 닿아 있다. 그 청년이 두 가지 길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 집은 더군다나 앞서 문을 닫은 네 번의 가게들이 6개월을 버티지 못했던 사지(死地)였다. 외연이 바뀌었을 뿐 플룻과 코다리찜은 즐거움과 행복의 시발점이다.

청춘과 긴밀한 관계의 말을 꼽자니 공무원 공화국이 수면위로 바로 올라온다. 이 땅의 많은 청년들이 꿈을 저당 잡히고 철밥통 직장을 얻기 위한 영혼 없는 거래에 몸부림친다. 상응하는 대가로 그들의 꿈도 잠시 접는다. 

청년들이 청년다워 지기를 바란다. 먹고 사는 사슬에 묶인 청년들이 우리에게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기성세대라고 성토한다 한들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그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한 몸부림을 받아들여 주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마음 놓고 몸부림 칠 수 있는 사회. 코다리찜의 젊은 사장님처럼 주도적인 삶을 얻기 위해 용기 내는 청년들의 몸부림이 사회의 건강지수와 비례하는 것이다.

불경기에도 홀을 가득 메운 손님들. 입에 살살 녹는 맛, 젊은 청년 사장의 기운이 만든 일사분란하고 세심한 서비스가 소님들 발길을 잡았다. 입맛을 한 번 더 잡았다.
불경기에도 홀을 가득 메운 손님들. 입에 살살 녹는 맛, 젊은 청년 사장의 기운이 만든 일사분란하고 세심한 서비스가 손님들 발길을 잡았다. 입맛을 한 번 더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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