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의 인문학 이야기] 고흐, 거장들 작품 모사 통해 걸작 탄생
[이은경의 인문학 이야기] 고흐, 거장들 작품 모사 통해 걸작 탄생
  • 한국관세신문
  • 승인 2019.09.1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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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에 심취한 고흐는 밀레 작품을 많이 모사
파리에 입성한 고흐, 일본 판화 우키요에 열광

 

빈센트 반 고흐의 [가메이도의 매화정원] 판화
①일본 메이지 시대 [가메이도의 매화 정원] 판화/구글이미지

폴 세잔, 앙리 마티스,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 앙리 루소 등 많은 화가들이 거장들의 작품을 모사하며 그림 공부를 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 역시 밀레의 전기에 감명받아 밀레 작품을 많이 모사했습니다. 고흐는 습작 시절 뿐 아니라 그의 그림이 절정에 달했을 때도 밀레의 그림을 모사했습니다.

밀레에 심취했던 고흐가 네덜란드를 떠나 파리에 입성한 후, 그는 당시 파리를 달군 일본 판화 우키요에 열광하게 됩니다. 1886년 파리로 온 고흐는 전형적인 그림의 틀을 깨고 자유분방한 사고로 그려나가는 네덜란드에서의 화풍과 전혀 다른 강렬한 색체, 단순 명료한 윤곽선, 과장된 풍경들로 캔버스를 채워나가게 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가메이도의 매화 정원>이라는 판화는 나무가 화면 앞쪽으로 바짝 다가서 있고, 뒤편으로는 붉은 색 하늘과 함께 원경(遠景)이 펼쳐져 있습니다. 파격적이고 기이한 구도입니다. 반 고흐는 이 판화에 깊이 매료되어 유화로 모사했습니다.(아래 그림)

빈센트 반 고흐의 [가메이도의 매화정원] 유화
②빈센트 반 고흐의 [가메이도의 매화 정원] 유화/구글이미지

그림 가장자리는 판화를 찍어낸 공방의 주소를 적은 내용인데, 반 고흐가 일본인의 서법(書法)을 유화로 흉내 낸 한자(漢子)로 맥락없이 꼬불꼬불하게 그린 것입니다. 고흐가 입을 오무리고 진땀 흘리며 한자 그리는 모습이 떠올라, 순간 빵 터지게 합니다.

반 고흐가 세상을 떠난 해에 그린 <꽂이 핀 아몬드 나무>(1890년)는 흡사 벽지처럼 보이는, 단순하고 평평한 색면 위로 나뭇가지가 꿈틀거리고 꽃송이가 빛나는 걸작입니다.

반 고흐가 세상을 떠난 해에 그린 [꽃이 핀 아몬드(1890년)]
③반 고흐가 세상을 떠난 해(1890년)에 그린 [꽃이 핀 아몬드]/구글이미지

반 고흐는 우키요에를 그대로 옮겨 그리는 단계에서 벗어나 우키요에의 조형적인 특징, 즉 인물과 사물을 화면 가장자리에서 과감하게 절단하는 구도, 강렬한 색채와 뚜렷한 윤곽선 같은 요소를 자신의 그림에 녹여냈습니다. 고흐가 일본 말고 우리 문화를 먼저 접했더라면 또 어떤 변신이 가능했을까 상상하게 되기도 합니다.

우키요에

우키요에는 일본 에도 시대(1603~1867)에 서민 계층을 기반으로 발달한 풍속화로 '우키요'는 덧없는 세상, 즉 속세를 뜻하는 말로 미인, 기녀, 광대 등 풍속을 중심 제재로 합니다.

17세기 후반, 소설 삽화에 판화 고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였습니다. 삽화에서 점차 목판화로 독립, 단일색의 수미주리(墨摺)는 목판화의 각선이 갖는 견고함과 더불어 대중적인 취향 때문에 서민에게 환영을 받았다고 합니다.

우키요에는 붉은색의 간결한 채색과 역동적인 탄에(丹繪), 검정색에 광채의 금속분을 첨가한 우루시에(漆繪), 붉은색과 녹색을 주조색으로 하는 목판 채색의 베니주리에(紅摺繪) 등으로 발전해 갑니다.

1765년 스즈키 하루노부가 다색 목판화인 니시키에(錦繪)의 기법을 개발한 뒤 우키요에의 판화 기법은 정점에 달했습니다. 목판에 의한 명쾌한 색면 배치와 조각도의 생생한 각선의 표현은 일본의 미니어처라 불릴만한 독특한 미적 형식을 개척하였습니다. <백과사전 참조>

 

 

이은경 문화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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