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국립박물관에서 만난 도슨트 조 선생님...박물관 봉사로 인생 2막 시작
부여국립박물관에서 만난 도슨트 조 선생님...박물관 봉사로 인생 2막 시작
  • 한국관세신문
  • 승인 2019.09.18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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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숙 시인(추억의 뜰)
이정숙 시인(추억의 뜰)

 

청명한 가을 하늘이 품은 부여국립박물관에서는 백제 '능산리 고분 1호 동하총'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 가을의 격을 높이는 전시회였다. 고분 부장품과 능산리 일대 출토 유물 전시를 통해 백제의 고결한 정신, 소박하지만 기품 있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백제문화를 만나는 설렘이 있는 전시회였다. 

박물관 이골목 저골목에서 눈에 띄는 도슨트 조 선생님. 그는 박물관이 고용한 도슨트가 아니다. 백제의 고결한 정신을 단 한 사람에게 알려도 좋다는 마음으로 박물관 도슨트를 자처한 부여군민이다.

 

도슨트 조 선생님
부여국립박물관에서 자원봉사하며 인생 2막을 시작한 도슨트 조 선생님(추억의 뜰 제공)/한국관세신문

 

전시품에 관심 갖는 한 사람에게 백제의 향기를 전하는 동안 주위는 귀담아 들으려는 사람들로 하나둘씩 모여든다. 그렇게 그는 민간 도슨트가 되었다.

그의 나이 일흔. 장년을 지났다. 꼿꼿한 허리와 몸에 딱 맞춘 듯 잘 어울리는 청바지는 그를 노인으로 볼 수 없게 한다. 그는 부여 시골내기지만 서울에서 교사로 20여년을 근무하던 중 인생 2막의 방향을 미국으로 틀었다.

당시만 해도 주위에서 선뜻 동조할 만한 결정은 아니었다. 이제 막 돌아와 인생의 가을 즈음에 다시 백제의 후예가 되었다. 소박하지만 감각을 잃지 않았던 백제인처럼 살고 있다.

그의 인문학적 소양은 애향심과 다시 만났다. 꿈이 좌절되어 귀향을 택한 것은 결코 아니다. 고향 작은 고을에 애정을 줄만한 사람, 공간들이 골목골목에 숨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여의 고결한 정신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일이 그를 낳아준 부여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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