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김영문 관세청장'이 생각하는 관세행정의 혁신
[단독 인터뷰] '김영문 관세청장'이 생각하는 관세행정의 혁신
  • 박정화 기자
  • 승인 2019.11.22 0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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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불편해하는 걸 줄여주는 것, 
관세청역할은 위해품관리 통계생산"

 

검사시절 김영문, 창의적이고 추진력 강했다

검사시절 김영문을 아는 사람들은 "업무 의욕과 열정, 추진력이 강했고 사고가 열려 있어 창의적 아이디어가 풍부" 했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법무부 시절 그를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법치인프라 구축에 기여했다"고 평한다. 일하는 스타일이 창의적이고 추진력이 강했다는 것이다.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 초대 관세청장이자 대한민국 제28대 관세청장에 취임후 지금까지 2년 5개월. 그가 지금까지 한 개혁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체크해 봤다. 김 청장이 추진한 관세행정 방향은 위해물품관리 통제와 관세행정의 혁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1일 오전 7시 시청 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된 제171차 세종로포럼에 '관세행정 혁신' 연사로 참석한 김영문 관세청장이 강연 직전 대화 중 환하게 웃고 있다.(왼쪽은 서오복 한국관세신문 발행인)  

"개혁은 사람들이 불편해 하는 걸 개선하는 것"

"사람들이 혁신 하면 오해하는 것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다 바꾸는 것을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혁신은 사람들이 불편해 하는 것들을 없애는 것이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영문 청장이 연설을 시작하면서 한 말이다.

"지금껏 해온 방식을 다 바꾼다면 공무원들이 지금까지 해온 방식이 다 틀렸다는 것인데 그게 말이 됩니까? 제가 생각할 때는 70%는 정도는 기존 방식대로 하는 것이 맞을 겁니다. 나머지 30% 정도를 바꾸는 것이 개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김 청장은 나머지 30%를 바꾸는 방향은 "우리가 해야될 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한 번 생각해 보고 원점에서 다시 점검하고 시작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했다.

김 청장은 "제가 처음 관세청장에 부임했을때 직원들 앞에서 그랬어요. 우리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같이 생각해 보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찾아보자" 말하며 직원들에게 '관세청 기본 역할'이 뭔지 물었다고 한다. 돌아온 대답은 "신속통관, 관세징수"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김 청장은 "과거 우리나라가 후진국형 무역을 할 시기에는 관세징수가 국가 세수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요즘 같은 FTA 체제하에서는 기본적으로 관세 영세율을 적용하고 있어서 세수확보를 위한 관세징수 역할은 그 기능을 다했다"라는 말로 관세청 기본 역할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드러냈다.

"관세청의 주 역할은 위해물품관리·통제, 통계생산이다"

대한민국 관세청의 기본 역할이 과거의 '신속통관·관세징수'에서 마약·총기류 등 국민 안전에 위해가 되는 물품들이 국내에 반입되지 못하도록 잘 관리하는 것과, 국경을 들고나는 수출입 물품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생산해 내는 것이 더 중요한 기능으로 부상했다는 것이 김 청장의 생각이다.

수출입 물품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있어야 그것을 바탕으로 산업전략과 수출전략이 나올 수 있고, 경제 전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 산업 전략을 짜기 위해서는 국경을 들고나는 수출입 물품에 대한 통계를 정확히 관리하는 것이 무엇 보다 중요해졌다고 보는 것이 김 청장의 지론인 듯 했다.

위해물품 관리 통제와 수출입 물품에 대한 통계를 정확히 관리하고 관세징수·수출지원·신속통관 등 기존 관세청 역할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 청장은 이렇게 방향을 잡고 관세행정 혁신을 추진해왔다.

"우리사회는 아직도 정량평가에 치우쳐 있습니다. 정량평가가 어느 정도까지는 공정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사회가 70% 수준까지 올라갈때는 정량적을 평가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공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이상 80, 90%까지 올라가는데는 정량평가보다는 정성평가를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김 청장은 몇 개의 사례를 들며 비교적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어떤 일을 처리하다 보면 애매한 지점이 생기게 마련이고 이 지점에서 사람이 판단하게 되는데 이때 사람을 믿지 못하니까 숫자로 개량화해 정량적으로 평가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세종로포럼에 참석한 산업계 전문가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김영문 관세청장(김 청장 오른쪽은 박승주 세종로포럼 이사장(전 여성과족부 차관)
김영문 관세청장이 세종로포럼에 참석한 산업계 전문가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김 청장 오른쪽은 박승주 세종로포럼 이사장/전 여성가족부 차관)

김 청장은 부임해 직원 평가시스템인 '정량적 성과지표(CPM)'의 문제점을 알게됐다. 이 지표는 단속을 몇 건 했는 데 그 중에 몇 명이 구속 됐고, 추징은 몇 건했다 정도로 지수화해 직원들을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김청은 이에 대해 "애매한 경우에는 직원들이 점수를 위해 우선 단속을 하고 봅니다. 실제 법 위반 여부는 3년 후에 밝혀지지만, 지금 단속하면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정확한 수치는 밝혀선 안되지만 대충 10% 정도를 검사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며 CPM이 지닌 한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청장은 " 중요한 것은 단속건수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처벌이 두려워서 위반 시도를 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여러분이 세관 직원이라고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단속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누구를 택하는 것이 효율적이겠습니까? 신혼여행객을 택하면 100% 걸립니다. 출입국신고 미제출건 이라도 걸립니다. 이런 단속 건수도 점수화 됩니다. 그 정도는 봐줘야 사람사는 맛이 있지 않겠습니까? 국가 기관이 '세금 징수'를 위해 단속하는 것은 강도짓이나 다름 없습니다."

강연 마지막에 김 청장이 강조한 것은 역시 사람을 중심에 둔 코멘트였다.  "관세행정의 혁신은 국민과 기업이 불편해 하는 것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나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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