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사람사는 이야기] 거울속의 나
[김경희의 사람사는 이야기] 거울속의 나
  • 한국관세신문
  • 승인 2019.12.0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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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여자 누구야? 나랑 같은 옷 입었어"
정 여사님은 거울을 보며 매일 같은 질문을...

 

김경희 작가(추억의 뜰)
김경희 작가(추억의 뜰)/한국관세신문

치매. 암보다 더 무서운 존재로 인식된 지 오래다. 63세 너무 젊은 나이에 치매를 만난 이 여사님. 너무 젊고 예쁜 분이다. 여사님은 거울속 내가 누군지 모른다.

그저 내 옷 입은 여자다. 부군도 자녀들도 여사님의 치매를 인정하기까지 너무 힘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겨우 환갑을 지난 나이, 고운 모습의 어머니가 치매라는 걸 바로 인정할 수 있는 자녀는 사실 드물다.

부군이신 정선생님은 집에서 여사님을 돌보다 더 이상 혼자 돌볼 수 없어서 여사님을 아파트 근처 요양원으로 모셨다. 퇴직한 정선생님은 2년 동안 여사님을 돌보면서 동반자살까지 생각했다는 충격적인 말을 전해주셨다. 간난아이 돌보듯이 한시도 눈에서 떼면 안 되었다.

정선생님의 시간은 2년 전에 멈췄다. 교장 선생님으로 정년퇴직한 선생님은 친구 분들이 제안하는 모든 여가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친구 분들은 전선생님이 치매 아내를 돌본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것이 얼마나 숨통을 조이는 일인지는 잘 모른다. 

약간의 불편함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친구 분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건 어렵다.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은 짐작만으로 알 수 없는 것이 치매 가족의 아픔이다.

정선생님은 사모님을 요양원에 모시고 이제 다시 시간을 찾아왔다. 본인의 안위를 위한 결정이 아니었다. 집 앞 요양원으로 모시고 아침 저녁으로 산책길에 한 번, 평생학습원 수업후 귀가하면서 한 번 더 여사님께 들린다. 여사님은 아침에는 남편이라고 좋아하고 저녁에는 누구냐고 하신다.

정선생님은 억장이 무너지지만 그래도 이제 '같이 죽자'는 생각은 안하게 돼서 작은 위로로 삼고 있다. 혼자 돌 볼 때는 주체 할 수가 없어서 본인의 생활도 포기하셨다. 더불어 아내를 돌보는 것 또한 더 허술하고 맥이 풀렸다.

가족들과 의논 후에 열군데 요양원을 둘러보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요양원으로 모셨다. 부군도 생활을 회복하고 여사님도 여러 사람이 돌보면서 얼굴에 생기가 돌게 됐다.

여사님은 워낙 멋쟁이셨던 분이라 거울을 수시로 보신다. 머리를 만지고 립스틱을 바르신다. 치장하시고 요양 보호사님께 "나 예뻐?"라고 물으시면 요양보호사 선생님은 여사님을 꼬옥 안아주시면서 "너무 예뻐요" 하신다. 그녀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고였다. 비슷한 또래의 두 여자. 애틋한 마음 그 너머의 아타까움에 가슴 아파 하신다.

이 여사님은 그 날도 실크 블라우스를 꺼내 입으셨다. 집에 있는 옷장을 그대로 옮겨오신 여사님은 2인실에 계신다. 공간의 여유가 있어서 여사님의 옷은 요양원에서도 제 값을 하고 있다. 

여사님은 거울을 보며 매일 같은 질문을 하신다.

"저 여자 누구야? 나랑 같은 옷 입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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