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단 '와이어링 하니스'…코로나19 직격탄 받은 이유
현대차 중단 '와이어링 하니스'…코로나19 직격탄 받은 이유
  • 서무열 기자
  • 승인 2020.02.06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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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물량 70% 이상 중국 공장에서 생산
춘제 연휴연장, 공장 중단 장기화로 타격

 

중국에서 주로 생산되는 자동차 배선뭉치인 '와이어링 하니스'가 결국 현대자동차 생산라인까지 멈춰세우면서 유독 해당 부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직격탄을 맞은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와이어링 하니스는 차량 내 전원을 공급하고 전기 신호를 각 전자 장치에 전달하는 배선묶음이다. 최근 출시된 신차들엔 고도화된 첨단 IT 기술이 적용되면서 인체 신경망과 같은 역할을 하는 와이어링 하니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5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와이어링 하니스 공급 차질이 심화되면서 4일 오전부터 현대차 울산5공장 일부 생산 라인 가동이 중단됐다. 이 공장 생산 모델은 제네시스 브랜드 G90, G80, G70 등이다.

기아차도 화성 및 광주공장이 감산에 들어갔다. 와이어링 하니스 재고분이 소진되면서 생산 라인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차량에 들어가는 와이어링 하니스는 국내 기업인 유라코퍼레이션과 경신, 티에이치엔 등이 납품해왔다. 납품 비중은 대략적으로 유라코퍼레이션 45%, 경신 40%, 티에이치엔 15% 등이다.

이들 업체들에 따르면 국내 및 글로벌 각국에도 와이어링 하니스 공장을 운영 중이지만, 전체 물량의 70% 이상을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춘제 연휴를 연장, 공장 가동 중단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로 연쇄 타격이 진행 중이다.

현대·기아차는 국내 및 동남아에서 와이어링 하니스 조달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협력 업체들도 국내 및 동남아 지역에서 생산을 최대한으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국 생산 물량을 100% 대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현대 기아차에 와이어링 하니스를 납품하는 경신에 따르면 국내와 중국에 각각 4개의 와이어링 하니스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 외 미국, 멕시코, 인도, 캄보디아 등에도 사업장이 있다. 다만 중국 물량이 70%를 넘는다.

경신 관계자는 "와이어링 하니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국내 공장에 최대 인원을 투입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국내와 각국에 공장이 있지만 중국 비중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비중은 70%이상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유라코퍼레이션도 마찬가지 사정이다. 유라 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중국 전역에 걸쳐 8개 공장이 있고 국내 공장도 있지만 중국서 생산된 부품을 국내 공장라인에 투입해야 한다"며 "중국 공장들이 멈춰있다 보니 수급이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 업체들은 와이어링 하니스가 중국에서 주로 생산되는 이유에 대해 인건비가 많이 투입되는 부품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품의 특성상 차종별 설계에 맞게 전선을 묶고 조합해야 하는 수작업이 필수다.

완성차 기업 입장에선 와이어링 하니스의 부피가 큰 편이고 종류도 다양해 재고를 쌓아두기가 부담스럽다. 메인 와이어링 하니스 외에도 프론트, 컨트롤, 루프, 도어, 플로어 등 차량 내부 곳곳에 들어간다.

아울러 완성차 기업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에 물량을 집중해둔 점도 이번 사태를 키웠다. 한국과 중국의 거리가 가까워 물류비용이 절약되는 점, 완성차 기업과 부품사 간 전산관리를 통해 부품과 재고를 최소화 하는 추세인 점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와이어링 하니스 수급 차질 문제는 완성차 업체들이 마진을 높이기 위해 중국에 생산물량을 대부분 의존한 점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라며 "중국 공장들의 정상화가 늦어질 경우를 대비해 부품 수급 경로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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