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애의 사람사는 이야기] 재난 영화 '컨테이젼' 데자뷰
[김선애의 사람사는 이야기] 재난 영화 '컨테이젼' 데자뷰
  • 한국관세신문
  • 승인 2020.03.0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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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국 헤쳐가는 과정, 가슴 따뜻한 미담 등
추억 한 장이라도 남겨야 해피엔딩 될텐데…

김선애 작가(추억의 뜰)

2020년 3월도 재난영화의 한 장면을 찍으며 시작했다.

간간이 영화를 통해 미리 그려졌던 먼 미래의 장면을 실제상황으로 만나고 있다.

2011년에 개봉된 영화 ‘컨테이젼’은 홍콩을 다녀온 여주인공이 갑자기 사망하고 그녀의 아들 또한 사망하면서 영문도 모르는 감염이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가는 우환 폐렴의 현실을 예고 한 듯했다.

영화 속 장면들은 10년이 지난 후 현실에서 데자뷰되어 우리 일상으로 잠식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거리는 인적이 드물어지고 상점은 손님이 반 토막이 났다.

작은 기침소리에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확진 속도가 둔화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숨막히는 이런 난국에도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미담은 작은 희망으로 우리 숨통을 트여주고 있다.

아침에 만난 60대 후반의 제복 입은 개인택시 기사님. 너무 젠틀한 모습에 웃으면서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택시 뒷좌석에 앉자마자 기사님의 낭랑한 음성에 기분이 좋아졌다. 일부러 큰소리로 인사를 건네신다. 이내 내 눈길을 사로잡은 택시 뒷좌석에 비치된 손 세정제와 마스크.

“기사님 손 세정 네요. 아, 마스크까지.”

“나부터 청결한 택시를 만들자는 생각이에요. 마스크 없는 분은 가져가서 쓰시도록 비치 했 어요.”

기사님의 배려에 순간 뭉클했다. 어려운 시절을 같이 겪고 있는 동지애였을까. 청결한 택시를 만드는 것이 지금의 난국을 헤쳐 나가는데 작은 보탬이 될 거라고 생각하신 듯했다. 그 마음이 이미 힘이 되었다.

택시 안 손 세정제는 이틀에 한 통씩. 마스크는 매일 2장씩. 두 가지를 비치하는 건 출혈에 가까운 비용일 것이다. 마스크 가격이 차츰 내려가고는 있지만 한 달 전부터 비치하셨다니 기사님의 마음 씀씀이에 숙연해졌다. 본인과 가족이 쓸 마스크 구하기도 힘드셨을 텐데. 기사님의 배려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며칠 간 마스크가 그대로 있을 때도 다반사라며 수입의 적정선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손님들도 마스크를 다음 사람에게 양보했을 것이다. 빈손으로 내린 나처럼.

지금의 일들이 영화 속 한 장면이길 간절히 원하지만 그건 그저 바램 일 뿐이다. 보이지 않는 대상이 우리를 위협하는 가상현실은 더 이상 가상의 세계가 아니다. 우리 일상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점에서 사회 연대 의식은 더 진가를 발휘해야 한다.

오늘의 일들이 먼 훗날 추억 아닌 역사로만 기록되지 않을까 괜한 걱정을 해본다. 사람들이 난국을 헤쳐 나가는 과정이, 사람사는 세상의 가슴 따뜻한 미담이 추억의 한 페이지로 역사의 기록에 남겨져야 결국 해피엔딩이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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