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업체 간 '밥그릇 싸움' 시작…'택시서비스 품질' 논의는 뒷전
모빌리티업체 간 '밥그릇 싸움' 시작…'택시서비스 품질' 논의는 뒷전
  • 서무열 기자
  • 승인 2020.03.14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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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 수익 일부 택시산업 안정화 기여금
초기 스타트업들엔 기여금 면제 방향 검토
기여금 관리와 면허권 매입 별도기구 설립

 

일명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운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업체들 간 '동상이몽'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과 상생,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정부 계획이 실현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국회는 지난 6일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185명 중 찬성 169명, 반대 7명, 기권 9명으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가결했다. 해당 법안은 대통령 공포를 거쳐 1년 6개월 후 시행된다.

법안 통과 후 곧 바로 타다는 '타다베이직' 종료를 선언했다. 이어 이재웅 쏘카 대표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로써 지난 2018년 '타다서비스' 출시 이래 계속돼 온 타다와 택시업계 간 갈등도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빌리티 업계의 교통정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업계에서는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여객운수법 개정안은 플랫폼사업 혁신 등과 관련해 그야말로 "뼈대'만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사업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시행령과 같은 세부 사항을 조율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택시업계와 플랫폼 업체 간, 그리고 플랫폼사들 간 자체 조율까지 필요하기 때문에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법안 통과에 대해 같은 입장을 보였더라도 세부적인 논의에서는 각자의 입장을 드러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플랫폼 사업자가 직접 운송사업을 하도록 하는 '플랫폼 운송사업'과 관련해 감차(減車)와 기여금 문제를 놓고 격론이 예상된다.

플랫폼운송사업의 경우 플랫폼 사업자가 운송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대신 플랫폼 사업자는 수익의 일부를 택시산업 안정화 기여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이 기여금으로 정부는 택시 면허를 사들여 택시 총량을 관리하고 택시산업 복지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기여금의 경우 사업자 별 차등 방식이 검토될 전망이다. 스타트업 기업의 초기 사업을 지원하고 원활한 시장 진입을 위해 기여금을 면제해 주는 방향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업체는 차등 폭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나오는 '볼멘소리'다. 스타트업 기업을 보호하다는 명목으로 역량 있는 기업들이 제한을 받으면 오히려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정부는 기여금 관리와 면허권 매입을 위한 별도 관리기구를 설립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역시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조직·인물 구성 등 '협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존 여객운송 사업자들과의 협력 모델인 '플랫폼 가맹사업'은 카카오모빌리티의 독주가 예상된다. 이미 23만 명의 가입자와 1000여 개의 택시면허를 확보한 '카카오T블루'가 당분간 독점적 지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플랫폼운송사업'에도 진출해 다양한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개정된 여객운수법에서는 카카오의 '독점'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도 이 점을 우려해 법안통과 후 계속 언급해 왔지만 카카오 입장에서는 지난해 '카풀'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한 발 '양보'를 했다는 점을 내세울 수 있다.

택시업계는 일단 '타다'를 배제하는 데 성공했지만, 시행령 등 논의 과정에서 그간 업계의 최대 과제였던 각종 규제들을 최대한 줄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택시광고 허용을 비롯해 차종과 차량 색상은 물론 요금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릴 가능성이 있다.

이렇듯 택시업계와 모빌리티 업계 간 각자 입장이 상이한 가운데 '균형'을 맞추는 작업은 쉽지 않아 보인다.  '서비스 품질' 등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차두원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전략연구실장은 "애초에 개정안 논의 때부터 소비자의 선택권에 대한 부분은 철저히 배제됐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각 기업들의 조율과 서비스 품질 개선까지 함께 논의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는 법안 통과 이후 '모빌리티 혁신위원회'(가칭)를 조직해 세부사항 논의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얘기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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