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락서의 사람사는 이야기] 서천 특화시장...축제는 없고 숙제만 남았다
[김락서의 사람사는 이야기] 서천 특화시장...축제는 없고 숙제만 남았다
  • 한국관세신문
  • 승인 2020.06.0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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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손님과 두런두런 얘기하다 이웃됐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장사 할 맛 안 난다"

 

김락서 작가(추억의 뜰)
김락서 작가(추억의 뜰)

 ‘축제는 어디가고 숙제만 남았다’

예전 같으면 서천 특화시장은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텐데 점포마다 빈자리가 이 빠진 듯 허전하다.

삼영식당 최순옥 사장님 역시 코로나에 맥이 다 풀렸지만 사장님의 따뜻한 미소가 다시 일어설 힘을 내실 것이라 믿어보며 사장님의 작은 한숨소리가 문 열고 들어오는 손님들 인사에 소리 없이 묻히기를 바란다.

요즘 힘드시죠 ? “말하면 뭐해요. 진짜 힘들어요. 시장이 텅텅 빈 거 같아요. 작년 봄에는 쭈꾸미 축제에 정신없이 바빠서 비명 지르면서도 기분 좋았어요. 올해는 코로나 시작되면서 손님 발길이 뚝 끊겼어요. 코로나가 무섭기는 무서워요.”

불과 몇 달 전 설 명절 때만 해도 식당은 손님으로 북적거려 자녀들이 와도 밥 한 술 뜨고 바로 보내야 했는데 이제 남는 게 시간인 때가 되었다. 쭈꾸미 축제는 시장 상인들에게 설 명절만한 대목이지만 이제 옛말이 되어 버렸다.

이번 축제는 그렇게 허탈하게 보냈다. 식당안 빈자리들이 주인들에게는 한숨 거리다. 코로나19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무시무시한 코로나로 죽는 게 아니라 굶어서 죽게 생겼다는 말이 우스갯말로 그냥 지날 일이 아니다.

언제 끝이 날까? 최순옥 사장님은 2006년부터 구 시장에서 소머리 국밥 집을 운영하다가 2015년에 서천 특화시장으로 올라왔다. 메뉴가 수산물로 바뀌니까 어려웠지만 일단 구시장의 상권이 죽어서 삼영식당도 특화시장의 물결을 탈수밖에 없었다.

도전은 용기를 내야하고 몇 배의 노력을 해야 한다. 시장 상인의 원리나 살아가는 이치가 다르지 않다. 손님들이 오셔서 회를 드시고 나면 탕을 끓여 드리는데 우럭 매운탕이 특히 맛있다고 입소문 나기 시작했다.

삼영식당 만의 비결이라면 양파를 많이 써서 옅은 단맛이 생선의 잡냄새를 잡아준다. 미나리 대파로 마무리 하지만 양파가 개운한 맛에 효자노릇을 한다.

우럭 광어 아구등 신선한 생선으로 만든 시원한 탕들이 단골손님들의 발길을 끌어 모았다. 코로나로 예전만큼 손님들이 오지 않아서 간간이 찾아주는 단골손님들이 몇 갑절 고맙다.

삼영식당 최순옥 사장님(충남 서천 특화시장 내)
삼영식당 최순옥 사장님(충남 서천 특화시장 내 위치)

불쑥 문을 열고 “잘 지냈어요?”

한마디 툭 던지며 들어오는 단골손님들이 여느 때 보다 더 반가운건 솔직한 마음이다. 이제는 가족처럼 정이 들었다. 시원하다며 그릇을 깨끗이 비운 손님들의 상을 치울 때가 가장 흐뭇하다.

사과라도 하나 꺼내들고 깎아드리면서 두런두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면 고객을 떠나 이웃 간의 정담이 된다. 그 맛에 장사했는데 코로나가 조심스러워 손님들이 발길이 뜸해져서 요즘 장사의 맛이 안 난다.

고향친구인 남편과 장사하면서 같이 喜悲(희비)를 나누고 자녀들을 여의살이 시켰다. 결혼한 1남 2녀 아이들도 서해안 벨트안의 지역에 살고 있다. 서천이 고향인 사장님은 서천을 떠나 본적이 없어 뼛속까지 서천 사람이다.

그래서 서천 특화시장에 대한 애정이 더 깊다. 그 마음은 손님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이어진다. 식당 한쪽 벽면에 단발머리 예쁜 아가씨가 상큼한 미소를 짓고 있다. 최사장님의 젊은 시절 사진이다.

사진 속 예쁜 아가씨 웃음처럼 사장님이 오가는 손님을 반기며 그 시절처럼 웃음 짓기를 바래본다. 이제 닥칠 여름의 열기가 삼영식당을 찾는 손님들 열기와 이열치열되어 손님 발길이 뜸해진 시장에 남겨진 숙제들을 삼영식당이 하나씩 풀어나갈 것을 기대해본다.

삼영식당 앞에 줄지어선 손님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사장님의 함박웃음에 이 여름이 시원해 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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