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사람사는 이야기] 꽃들에게 희망을!
[김경희의 사람사는 이야기] 꽃들에게 희망을!
  • 한국관세신문
  • 승인 2020.06.20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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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각별한 재능이 어른들 설레게 한다
치과 진료실을 옮겨논 그림에 호흡마저...
하영이 그림은 박물관 명화 아닌 살아있는 그림
진화된 아이의 꿈'이 현재와 미래를 담보한다

 

김경희 작가(추억의 뜰)/한국관세신문

그 아이의 그림이 설렘이다. 처음은 테스트였다. 

대형 치과병원 책의 삽화를 그리는 하영이, 열여섯 살 고등학교 1학년이다.

‘불만 환자의 사례’를 삽화로 그려내며 그 책의 중심에 섰다. 시작은 그 아이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사례 하나를 건네며 자유롭게 그려보도록 요청했다. 한밤중 카톡이 열리며 배달된 삽화에 내 동공이 풀렸고, 코로나19로 경직됐던 마음에 노란나비 한 마리가 내려앉았다.

고운 색감 눈빛 하나 몸짓 하나 모두가 살아 있었다. 치과 진료실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그 아이의 그림에 쉼 호흡마저 빨라졌다. 호기심은 믿음으로 한 계단 상승했고 다음번 사례를 보냈다.

그림은 연륜으로만 점수 매길 수 없다. 아이는 상황을 정확히 이해한다. 그리고 감성을 다 쏟아 붓는다.

그래서 그림을 받는 사람을 설레게 한다. 명화를 바라보는 시선보다 더 설레는 건 그 아이가 주는 희망 때문이다. 아이의 삽화 한 장 한 장에 병원 이야기가 녹아 있다.

밀려드는 환자에 녹초가 된 의료진, 그래서 환자들의 불만을 낳는 애로사항, 공평하게 대우받고 싶은 환자의 심리, 하영이의 손끝에서 병원이 숨 쉬고 있다.

어수선한 시대 우리는 딱히 기쁨도 설렘도 희미해진지 오래다. 다들 유리천장의 아슬아슬한 곡예, 그날이 그날인 일상, 두 갈래 길 사이에서 힘겨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아이들의 각별한 재능이 어른들을 설레게 한다.

하영이는 그렇게 얼음장 같은 어른들 마음에 옅은 파열음을 내며 결국 얼음의 빗장을 열어젖히고 있다. 제작 일정이 정해진 책의 삽화, 그 아이는 약속의 의미를 알고 있다.

그리고 사례 속 인물의 눈빛 미소 찡그림 어느 것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피곤한 의사의 쳐진 눈매, 잔뜩 독이 오른 환자가 내 뱉는 육두문자도 비뚤어진 입술 선에 고스란히 담겼다.

격무에 시달리는 데스크 직원의 세로 주름까지 놓치지 않았다. 박물관의 붙박이 명화가 아닌 오늘 살아 있는 그림이다.

 

6월의 나를 가장 설레게 하는 건 그 아이의 그림이다. 우울한 아이들 반항하는 아이들, 쏟아 부을 수 있는 꿈과 희망 설렘이 사라진 아이들이다.

그래서 하영이의 손길이 어른들을 설레게 한다. 약속된 일정으로 아이의 책임감도 겹겹이 쌓여간다. 야무진 손끝에서 병원 이야기들이 살아 움직인다.

아이가 꿈꾸고 있다는 증거이며 긍정의 아이콘으로 성장한다는 메세지다. 아이 마음속의 꿈, 그 아이의 손끝이 원하는 즐거움을 우리 어른들이 기억해야 한다.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라는 고전적인 슬로건보다 한층 진화된 아이의 꿈이 결국 현재와 미래를 담보한다는 사실과 눈을 맞춰야 할 때다.

또 다른 ‘하영’이가 많아지기를 바란다면 어른으로서 큰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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