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사람사는 이야기] 음악, 치유 그 너머
[김경희의 사람사는 이야기] 음악, 치유 그 너머
  • 한국관세신문
  • 승인 2020.07.30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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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 다들 트롯 마법에 걸렸다"
곤경에 처한 이들에게는 위로가 되고,
절망하는 사람은 희망으로 끌어올린다"

 

김경희 작가(추억의 뜰)/한국관세신문
김경희 작가(추억의 뜰)/한국관세신문

 

''폐쇄공포증 있으세요?'' MRI 촬영 전에 간호사가 물었다.

글쎄? 난생처음 그 통에 들어가는 거다. 솔직히 낯선 두려움은 이미 엄습한 후다. 어두컴컴한 통 안에 숨도 못 쉬고 갇혀있는 상상만이 내가 아는 전부다.

한 가지 더한다면 그 위에 공포의 수치를 높여주는 일명 굴삭기 소리, 주파수를 보내는 소리를 우리는 땅 파는 소리 굴삭기 소리라고 칭한다.

쉼 호흡 크게 하고 일단 누웠다. 시술전이라 거부할 수도 없었다. 가슴은 두근두근 심장 박동은 빨라졌다. 공포가 한창 절정에 다 달았을 때 슬며시 귀에 장착되는 헤드셋, 순간 두려움은 바로 사라졌다.

정적을 깨며 내 귀에 들려온 '비발디의 봄'. 에너지가 긴급 충전되며 공포는 온데간데없었다. '그래 20분간 음악 감상!' 으로 위로하자 통 안은 훤히 불 밝혀 있었고 머리 위는 뻥 뚫려있었다.

기계의 굴삭기소리도 이미 클래식에 묻혀버렸다. 박지원의 열하일기 중 ‘물소리’ 편을 재구성 한 MRI촬영 장 이었다.

코로나19로 꽁꽁 얼어붙은 2020년의 봄을 강타했던 미스터트롯. 인류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공포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경기는 사상유래 없이 침체되었으며 세상은 마치 지구의 종말을 예견하듯 공포가 최절정에 올랐다.

‘미스터트롯’은 기쁨이 사라진 사람들을 티브이 앞에 앉혔고 기다림을 주었다. 마음을 파고드는 감성과 가수들의 실력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실력이란 단순한 재능이 아니라 순도 높은 고강도의 노력 치와 비례한다. 그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질 때 사람들은 감동한다.

그 ‘미스터트롯’이 절망에서 희망으로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냈다는데 반기를 들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한때 폄하 되었던 트로트가 구성진 가락에 쫄깃한 음색으로 그야말로 심금을 울린다.

임영웅은 이름대로 영웅이 되었고 영탁은 막걸리 한잔으로 사람들을 트로트의 매력 앞에서 소름 돋게 했다. 만 13세의 정동원 역시 노래실력 비쥬얼 재능을 모두 갖춘 신동으로 남녀노소 누구나의 마음에 파고들었다.

다들 트롯이 걸어놓은 마법에 걸렸다. 곤경에 처했을 때 위로받고 힘이 되는 사람도 있고 다양한 경로로 충전을 한다. 음악이 주는 치유의 힘이 그 못지않다는 것이다. 위로받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오선지위에서 두려움을 이겨 낼 수 있고 희망도 찾을 수 있다.

수백 년 전에 만들어진 클래식 한 줄이 마음속에 사계절을 찾아오게 한다. 뽕짝이라는 이름으로 저평가 되었던 트로트가 사람들을 절망에서 희망으로 끌어올린다.

음악은 치유 그 너머의 힘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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