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칼럼] 지방 공공의대 설립 논의 미뤄야
[김화진 칼럼] 지방 공공의대 설립 논의 미뤄야
  • 한국관세신문
  • 승인 2020.08.28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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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대, 성공 가능성 낮고 미래 세대에 짐
정부는 공들인 정책이더라도 더 기다렸어야
환자 내팽개친 의사파업, 좋게 보지만은 않아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지방에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문제로 논란이다. 공공의대 플랜이 일부 정치 진영 인사들의 자녀들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추측이 있는데 과한 생각이라고 본다. 그런 오해를 자초한 관계자들은 각성해야 할 것이다.

공공의대 설립지로 우선 거론되는 지역이 호남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는 국토의 불균형 발전 때문에 소외되었던 지역에 대한 배려로 보아도 된다. 그 지역을 여행해 보면 60, 70년대 정부가 무슨 짓을 했는지 쉽게 와닿는다. 

호남지역에 의대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그 지역 청년들의 의사가 될 길이 넓어진다. 해당 지역 정치인들이 이 일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혹여 지방 연고를 활용해서 입시부정행위가 이루어질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원칙대로 막으면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의대 설립과 운영에 드는 돈 문제다. 예컨대 목포와 남원은 지자체 재정자립도가 10%대에 불과한 지역이다. 따라서 국고가 지원되어야 한다.

의대는 대학의 다른 단과대학과는 달리 엄청난 수의 교수가 필요하다. 6년 과정이고 전문과목이 많다. 국내 의대 교수 수는 평균 400명대다. 또, 학생들이 수련할 병원이 있어야 한다. 즉, 지방 공공의대 출범이라는 것은 새 병원을 뜻한다.

병원 건물만 지으면 되는 것이 아니고 온갖 장비와 그를 관리할 인력이 있어야 한다. 700병상 규모 병원 건립에 약 3천억 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간호인력이 추가되고 병원 운영에 필요한 인력도 갖추어야 한다. 지원인력은 의사 수의 몇 배가 보통이다. 물론 현재 구상 되는 의대와 병원은 이보다는 규모가 작아야 할 것이다.

병원은 돈을 벌지만 대학병원은 대학에 도움을 주는 존재가 아니다. 적자가 기본이다. 재정적으로는 대학에 오히려 짐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영리병원은 물론 허용되지 않고 병원이 영리사업을 하는 것도 규제된다. 

조금씩 허용해 준 장례식장, 식당, 주차장 등 12개 부대 사업 수입으로 적자를 메꾸는 실정이다. 대학병원들의 가장 효자는 편의점이라고 한다. 병원주변의 영세 편의점들과 식당을 초토화시켰다.

의대와 병원에 필요한 이 모든 것이 해당 지역에는 플러스지만 국고 지원이라면 다른 문제다. 투자를 최소한 11년 해야 의사가 배출된다. 지방 공공의대 플랜은 지나치게 국고에 부담을 주는 계획이다.

외과나 감염내과, 역학조사 같은 이른바 '돈 안되는' 분야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도 한다. 그러나 공공의대에 들어가는 청년들에게 의사가 되어서 투철한 공익적 마인드로만 살아가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또, 흉부외과 같은 분야는 다들 기피하는 것이 문제지 쉬운 분야는 전혀 아니다. 인센티브 없이 최고 수준의 의사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쨌든 이런 문제는 기존 의대와 협의해서 방법을 찾으면 된다. 새로 의대를 만들고 병원을 짓는 재원을 투자한다면 해결책이 있을 것이다.

공공의대 이슈는 그 자체보다는 누적되어 온 불만이 표출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내 주위의 많은 의사들이 말하기를 정치 진영에 무관하게 역대 어느 정부도 의사들의 말을 제대로 경청하고 함께 의료 정책을 논의한 적이 없다고 한다. 외부인은 믿기 어려운 말이다.

동시에 정부는 "의사는 돈만 아는 나쁜 사람"이라는 카피를 써먹는데 습관이 단단히 들었고 국민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그 카피를 좋아한다고 한다. 자기 아프면 치료해 주는 의사를 집단으로는 이기적인 사람들로 보는 기이한 현상이다. 그러니 정부 편한대로 하면 그만이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고 의사들은 거기에 다시 분노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료가 공공재라는 생각이 정착되어 있다. 공립이든 사립이든 의료기관은 공공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이념적으로는 맞을지 몰라도 경제적으로는 터무니 없다. 공공기관에 준한다면 그에 준하게 지원도 해야 하는데 지원은 전혀 없다. 병원은 의료보험 진료만으로는 경영이 어렵다. 재벌계열이거나 막강한 종교계열 병원들만 형편이 좀 낫다.

여러 나라를 다녀보았어도 한국처럼 의료천국인 곳이 없다. 어릴 때 종종 뉴스에서 본 "치료비가 없어서 돌아가셨다" 식의 이야기는 이제 없다. 상당히 고가의 진료까지 보험이 커버한다. 좋은 일이다. 단 한 가지 문제는 누군가는 돈을 내야한다는 사실이다. 국민의 40% 가까이가 세금을 안내는 구도에서 의료 혜택은 보편적이면 시스템에 무리가 간다.

공공의대 플랜은 성공 가능성이 그다지 없어 보이는 계획에 국고를 투입하게 하고 당장 몇 가지 현안을 해결한 후에 결국에는 미래 세대에 그 짐을 넘기는 처사인 것 같다. 그 사이에 우리나라에 뭔가 '대박'이 나서 그 정도야 감당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거기서 출발해서야 되겠는가.

가장 답답한 점은 왜 하필이면 고로나로 3단계 격상 운운하는 이 시점에 의사들이 파업까지 하게 하는가다. 오래 공들여 준비해 왔더라도 좀 더 기다리면 안 될 일도 아니다. 같은 이유에서, 그래도 의사들이 파업까지 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많다.

답은 있다. 정부는 계획을 미루고 의사들은 파업을 철회하고 언제 일지 모르지만 코로나가 진정되면 다시 만나서 협의하는 것이다. 의사가 더 필요하면 기존 의대 정원을 늘리면 될 것도 같은데 어쨌든 나중에 협의로 풀어야 한다. 국민들은 요즘 거의 모든 것을 미루다시피 하면서 살고 있다.

 

[이 글은 한국관세신문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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