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따돌리고 나홀로 질주하는 '한국 배터리'…기술력 격차 확보 관건
中·日 따돌리고 나홀로 질주하는 '한국 배터리'…기술력 격차 확보 관건
  • 박정화 기자
  • 승인 2020.09.02 2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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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세계 전기차 시장 위축
중국 ·일본 배터리 업체 시장점유율 감소
LG화학 등 한국 배터리 3사 점유율 확대
초기R&D 투자로 기술력 우위 확보 관건

 

지난해 5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EV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박천규 환경부 차관 등 참석자들이 LG화학 배터리팩을 보고 있다. 2019.5.2/뉴스1

코로나19 여파로 전세계 전기차 시장이 침체되면서 중국·일본 등 대부분의 배터리 업체들이 역성장을 기록하는 와중에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시장점유율을 급격히 늘리는 등 약진하고 있다. 

당분간 국내 업체들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업계는 꾸준한 투자와 연구개발(R&D)을 통해 경쟁자인 중국 업체와 격차를 벌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올해 1~7월 전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에 13.4기가와트(GWh)의 배터리를 공급해 25.1%의 시장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도 각각 6.4%(4위)와 4.1%(6위)의 시장점유율로 10위 안에 들었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한국 배터리 3사의 전세계 시장점유율 합계는 2018년 11.8%, 2019년 15.8%였지만 올해(1~7월)는 35.6%로 1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10위권에 속한 경쟁사 중 중국(5개사)의 시장점유율 합계는 36.9%로 한국과 비슷하고, 일본(2개사)은 20.9%다.

고무적인 건 코로나19 여파로 전세계 전기차 시장이 대폭 축소되며 중국·일본 업체들이 역성장하는 와중에 한국 배터리 업체만 공급량을 늘렸고, 그 성장폭도 매우 크다는 점이다. 올해 1~7월 세계 각국에 차량 등록된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의 총량은 53.3GWh로 전년 동기 대비 16.8% 감소했다. 전체 파이의 크기가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지난해 1위였던 중국의 CATL의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26.6% 줄어들며 2위로, 2위였던 일본의 파나소닉은 30.9% 감소해 3위로 밀려났다. 반면 LG화학은 전년 동기보다 97.4% 성장하여 4위에서 1위로 도약했다. 같은 기간 삼성SDI의 배터리 사용량도 52.6% 늘며 5위에서 4위로 상승했고, SK이노베이션은 86.5% 성장해 9위에서 6위로 올라셨다.

특히 10위권 내 중국·일본 업체가 대부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플러스(+) 성장한 건 한국의 3사와 중국의 CALB(시장점유율 1.7%·10위) 한 곳 뿐이다. 상위 10위 회사들의 전년 대비 배터리 사용량 성장률을 국가별로 합산하면 한국 3사는 86.3% 성장한 반면 중국 5개사의 성장률은 -33.7%, 일본 2개사는 -29.6% 였다.

 

출처 SNE리서치

올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성적표가 크게 좋아진 건 배터리 공급처가 유럽국·미국 등으로 분산돼서다. 그동안 시장점유율 1위였던 CATL을 비롯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의존도가 높은 자국 내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에 힘입어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올해 들어 코로나19와 보조금 감축으로 시장이 침체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전기차 시장분석업체 EV볼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지역의 전기차 판매량은 38만5000대로 전년 동기(66만1000대)보다 41.8%나 줄었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올해 상반기 유럽 지역의 전기차 판매량은 유럽연합(EU)의 친환경 정책 확대에 힘입어 41만4000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26만3000대)보다 57.4% 급증했다. 이에 대한 수혜는 유럽 시장 점유율이 높은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입었다. LG화학은 유럽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하며 삼성SDI는 BMW·폭스바겐을, SK이노베이션은 다임러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한국 업체들은 높은 기술력과 유럽 지역의 공격적인 투자를 기반으로 전세계에서 배터리 공급 계약이 이어지고 있어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국내 3사가 모두 본격적인 고성장 국면에 진입하는 게 아닌가 하는 기대감도 제기된다"며 "전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 속에 국내 3사는 지속적으로 선방하면서 오히려 점차 대약진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는 전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을 보유한 중국의 추격이 거세질 전망이다. 7월 전세계 배터리 사용량은 10.5GWh로 전년 동기 대비 20.9% 증가하며 지난 4개월 동안 이어진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했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전기차 시장 수요가 크게 위축됐지만 이제 성장세로 돌아선 만큼, 내수 시장의 정상화를 등에 업은 중국 배터리들의 추격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은 그동안 약점으로 꼽혔던 기술력 면에서 한국을 따라잡고 있다는 평가다. CATL의 경우 전기차 1위 업체인 테슬라와 손잡고 기존 배터리의 수명을 10배 늘리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는 이달 23일로 예정된 '배터리 데이'에서 이런 기술 등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시장 초기 단계인 지금 투자와 연구개발(R&D)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기술력과 공급 능력 면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향후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확실히 장악하기 위해 시장 흐름을 지속적으로 주시 하면서 기초 경쟁력 강화 및 성장 동력 점검 등을 적극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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