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취재] 미주 해상운임 폭등...원인은 아는데, 해법은?
[이슈취재] 미주 해상운임 폭등...원인은 아는데, 해법은?
  • 서무열 기자
  • 승인 2020.09.22 2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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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직된 스페이스 공급정책이 근본원인
글로벌 선사들, 선복량 늘릴 계획 없어
정부·업계 머리 맞댔지만, 해결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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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해상운임 폭등에도, 선사들 선복 늘릴 계획 없어

8월말 기준 1000달러 선이던 미주향 해상운임이 현재 4000달러 수준에 이른다.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폭등하고 있는 미주향 컨테이너 운임에 대해 "10년 새 경험하지 못한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주향 해상운임 폭등을 놓고 관련 협회와 정부 소관 부처도 원인분석과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 16일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급등한 해상운임 동향과 이에 대한 무역업계 건의서를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수부에 보고했다.

무역협회가 정부에 보고한 건의서에 따르면 이번 미주향 운임 폭등 원인으로 선복(船腹) 축소를 제일 먼저 꼽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은 미·중 간 무역 갈등이 표면화 되기 시작하면서 컨테이너 선복을 줄이기 시작했고 올해 초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교역 부진이 본격화 되자 선박 운항을 축소한 것을 주요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의 선복 축소 배경과는 반대로 6월을 기점으로 미주향 물량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5월부터 8월까지는 전통적인 여름 성수기여서 물량이 집중되는 시기인데다, 6월을 기점으로 미국 내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수요 폭증을 가중 시켰다.

미 정부의 코로나 지원금도 물동량 증가 원인

6월 이후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재난 지원금을 풀기 시작하면서 가전제품 교체 수요가 폭발했다는 분석이 물류 관계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이들이 실화주 접점에 있는 실무 담당자들이라 이러한 분석에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대형 2자 물류기업 수출담당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6월 이후 코로나19 재난 지원금을 풀면서 미국 가정의 가전제품 교체 수요가 증가해 한국산 백색 가전제품 출하가 폭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미주향 컨테이너 운임 폭등 관련해 "무엇보다도 이번 미주향 컨테이너 운임 폭등의 가장 큰 원인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 원리가 작동한 것인데, 공급을 선사들이 통제하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분석했다. 

출하 물량이 폭증하고 있는데 선사의 스페이스 공급이 폭발하는 수요를 따를 수 없고, 공급이 수요를 따를 수 없는 주요한 이유가 글로벌 선사들의 선복 공급 정책 때문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국적선사에서 미주 선복(船腹)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팀장은 "저희는 기존 공급 역량보다 더 늘려서 늘어나는 수요량에 맞추느라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추가 선복을 투입하지 않는 한) 이런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 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2016년 8월 31일 법정관리에 들어가 결국 이듬해 2월 파산한 한진해운 소속 컨테이너 선박/한국관세신문

사태 발생 원인 분석을 잘하고도 해결책 찾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사태 발생 원인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주도권이 없는 경우다. 최근 발행한 미주향 컨테이너 운임 폭등 상황도 이에 해당한다. 폭발하는 수요에 비해 선복 공급량 부족으로 발생하는 것인데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는 키가 우리 손에 없기 때문이다. 

머스크(MAERSK LINE)와 같은 대형 글로벌 선사들의 경우 본사 정책에 따라 선복량이 결정되기 때문에 한국 정부와 해운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아무리 고민한다 한들 뾰족한 수가 나올리 만무하다.

이로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수출기업과 이들 물류서비스를 진행하는 포워딩사에 돌아간다. 특히 포워딩사들의 경우 대기업 자회사로 있는 몇몇 대형 2자물류사 보다는 중소 포워딩사들 고통이 심하다. 

어려운 상황에도 대박난 포워딩사는?

최근 미주향 컨테이너 운임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하주사들과 맺은 운임계약을 포기하고 손드는 포워딩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행동이 향후 비즈니스를 하는데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당장의 생존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상황이 좀 나은 포워딩사들도 있다. 미주 바운드에 오랫동안 특화된 몇몇 업체들 경우다. 이 들도 화주사들에 계약 포기를 선언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 동안의 선적 기여도를 인정받아 선사로부터 비교적 안정된 스페이스를 확보받은 포워딩사들이다.

이들은 선사들로부터 보장받은 미주향 스페이스에 국내 2자 물류사들과 여타 중소 포워딩사로부터 쇄도한 미주향 화물을 코로딩(Co-Loading)해 수익을 챙기며 쏠쏠하게 재미를보고 있다. 어려운 상황을 적절히 활용해 생존을 넘어 대박을 치고 있는 업체들이다. 

정부·해운업계 머리 맞댔지만...한진해운 빈 자리만 크게 느껴

이런 상황에서 정부라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해수부 담당 과장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금 정부도 이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때문에 24일 무역협회, 선주협회와 논의해 우리 수출기업들에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정확한 데이터가 수집되지 않은 상황이라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논의될 지 고민이다"고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미주향 선복 공급에 있어 국적선사인 HMM(현대상선) 선복만 가지고는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글로벌 선사들이 가지고 있는 미주향 선복을 우리 기업 화물에 이전하도록 유도해야 상태가 호전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글로벌 선사들 또한 본사 정책에 따라 움직이고, 최근 프리미엄 운임이 형성돼 있는 중국화물로 선복량을 집중하고 있는 터라 정부와 해운업계가 마련한 이 번 24일(무역협회-선주협회) 미팅에서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 지 의문이다.

4년전 파산한 한진해운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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