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작업' 빠진 생활물류법…노동계, "반쪽짜리 택배법" 실망
'분류작업' 빠진 생활물류법…노동계, "반쪽짜리 택배법" 실망
  • 서무열 기자
  • 승인 2020.10.24 21: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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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 '택배기사·분류인력' 명확히 구분
10월8일 수정안엔 위 조항 통째로 삭제
분류·배송 책임 구분, '표준계약서' 보장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택배물류센터에서 택배노동자들이 택배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한국관세신문

현재 택배산업이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 할 과제는 택배운송과 택배 분류작업 주체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택배 분류작업은 허브터미널에서 서브터미널(지역별 거점)로 옮겨진 택배물량을 운송장에 적힌 배송지역별로 구분해 차량에 옮겨싣는 작업을 말한다. 택배물량이 늘면 분류작업 강도와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23일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택배물량은 총 27억9000만개에 달해 전년 대비 9.72% 증가했다. 택배업계는 올해 코로나19 특수로 물동량이 30% 증가, 36억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초창기에 택배기사가 배송업무를 단축시키기 위해 일손을 거든다는 측면에서 시작된 '분류작업'은 택배물량이 매년 급증하면서 비례적으로 늘어났다.

결국 2017년 출범한 택배노동조합이 분류작업을 공개적으로 거부하고 나섰지만, 돌아온 것은 '애초 택배기사의 업무'였다는 말뿐이었다. 택배노조가 줄기차게 분류작업을 '공짜노동'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분류작업의 책임 소재가 모호한 근본 원인은 택배종사자의 업무를 규정하는 법이 없어서다. 특수고용직인 택배기사에게 적용되는 관련법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이 유일하다. 이마저도 택배기사에 적용되는 규정은 '화물운전사 자격'과 '자동차등록번호판' 관련 조항이 전부다.

(그래픽=뉴스1)

해법은 '택배법'을 제정해 분류작업의 주체를 명확하게 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 발의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안'(생활물류법)에도 이 내용은 빠져 있다.

주목할 점은 생활물류법에서 분류작업의 주체와 책임이 제외된 배경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18일 생활물류법을 대표발의했다가 4개월 뒤인 10월8일 수정안을 재발의했다.

생활물류법 원안은 총칙 제2조에 택배서비스산업종사자를 '택배운전종사자'(택배기사)와 '택배분류종사자'(분류인력)로 구분하고 있다. 택배운전종사자는 집화·배송 업무에 택배분류종사자는 화물 분류업무에 종사하는 자로 업무 범위를 명확히 했다.

하지만 수정안에는 이 부분이 통째로 삭제됐다. 이밖에도 원안에 있던 △택배운전종사자 자격요건, △산업재해 취약 영업점 위탁계약 해지, △택배서비스사업자 및 영업점의 지도·감독 의무 등도 수정안에서는 빠졌다.

의원실 관계자는 "택배기사 입장에서는 분류업무가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조항이 명문으로 정해지면 좋았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택배사마다 자동화 수준과 위탁계약 내용이 상이하고, 명문으로 분류업무 주체를 못 박으면 법과 현실이 괴리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활물류법에 근거한 '표준계약서'로 분류와 배송 책임을 분리해서 위탁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보장했다"며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향후 정책협의체에서 논의해 시행령으로 보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노동계 일각에서는 "생활물류법이 '반쪽짜리 택배법'으로 전락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택배노조 관계자는 "숙원이었던 분류작업이 빠지면서 노동계의 기대감도 크게 낮아졌다"며 "생활물류법이 시행되더라도 지금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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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 2020-10-27 20:19:42
좋은 기사네요!! 덕분에 정리가 너무 잘 되어서 친구들에게도 알려줬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