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택배운임 7000원→2269원…택배史 28년, 무슨 일 있었나
[기자의 눈] 택배운임 7000원→2269원…택배史 28년, 무슨 일 있었나
  • 서무열 기자
  • 승인 2020.10.30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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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택배 단가, 선진국 대비 4분의 1 수준
택배 요금 헐값 원인, 업계 과도한 경쟁 탓
시장 경쟁에 정부가 나서기도 난감한 상황

 

자료 한국통합물류협회(그래픽=뉴스1)/한국관세신문

29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국내 택배 단가는 박스당 평균 2269원으로 해외 선국의 4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페덱스는 8달러90센트(1만88원), UPS는 8달러60센트(9750원)을 줘야 한다. 일본의 야마모토 익스프레스는 676엔(7353원)으로 한국보다 3배 넘게 비싸다.

택배요금이 '헐값'이 된 직접적인 원인은 택배업계의 과도한 '출혈경쟁'에 있다. 국내 택배산업은 시작과 함께 전쟁으로 점철된 역사다. 1992년 (주)한진이 최초로 택배서비스를 개시하자 15개 기업이 택배사업에 뛰어들었다.

2010년에 접어들면서 CJ대한통운, 한진, 롯데택배 등 일부 대형 사업자만 남고 정리가 됐지만, 택배요금은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번 낮아진 가격은 되돌리기 쉽지 않았다.

 

兆 단위 매출에도 영업이익률 고작 2~3%…'택배비 저단가' 비극 원인

택배운임 저단가 현상은 연쇄적인 비극을 낳았다. 2000원 조금 넘는 돈을 가지고 택배회사, 유통업체, 대리점, 택배기사 4자가 나눠 먹는 구조이다 보니 '남는 장사'가 될 리 없다.

실제 지난해 CJ대한통운은 10조4151억원(2019년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사업보고서)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3072억원(영업이익률 2.9%)에 그쳤다.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도 2조가 넘는 매출을 올리고도 영업이익은 가각 4.4%와 0.7%에 그쳤다.

1000원 벌어 20~30원 남기는 저수익 구조지만, '택배비 현실화'는 녹록지 않은게 사실이다. 지난해 CJ대한통운이 기업고객 택배운임을 100원 이상 올리겠다고 발표하자 거센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해 통합물류협회 한 관계자는 "택배운임이 과도하게 낮다는 인식은 모두가 공유하고 있지만, (택배비 인상)현실화는 누구도 나서서 말하지 못하는 '금기'에 가깝다"며 "화주에게는 이권이 걸려있고, 소비자들도 값싼 택배에 익숙하기 때문에 반발심리가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택배업은 서비스가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고객충성도가 상당히 낮다"며 "업계 1위 CJ대한통운을 제외하고 대다수 택배회사는 시장점유율도 작은 상황에서 자칫 가격을 잘못 올렸다가 고객만 대거 이탈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공포심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택배요금은 서비스에 비해 단가가 너무 낮다"며 "코로나19 여파로 물동량이 크게 늘었지만, 현재의 수익구조에서는 택배 터미널 자동화나 근로환경 개선에 투자할 '씨드머니'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정부도 택배요금이 과도하게 낮다는 점을 인식하고 여러 방안을 강구했지만, 아직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시장원리에 따라 정해진 택배요금을 정부가 나서서 조정하기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택배기사 과로사 이슈로 택배산업에 이목이 집중돼 있는 시점이다. 이 참에 택배 업계 및 학계, 그리고 당국이 '택배비 현실화 방안'을 찾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이 번 기회를 놓치면 또 언제 이 같은 호기가 다시 올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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