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사람사는 이야기] 일요일 아침을 여는 사람들...대전 봉사 체험 교실
[김경희의 사람사는 이야기] 일요일 아침을 여는 사람들...대전 봉사 체험 교실
  • 한국관세신문
  • 승인 2020.11.0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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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한’ 사람들이 ‘따뜻한’ 겨울을 만든다

 

김경희 작가(추억의 뜰)
김경희 작가(추억의 뜰)

 

일요일 아침 6시30분, 25년, 580회. 숫자만으로도 만만치 않은 봉사단체가 있다. 매주 일요일 아침 6시30분에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지금까지 580회 봉사를 실천한 대전 봉사 체험 교실의 연혁이다.

권흥주 회장을 중심으로 매주 일요일 아침 6시30분 봉사현장으로 모인다. 2,500명이 모인 단체라 그 시간에 여건이 다른 봉사현장으로 각기 나눠서 봉사에 참여한다. 남녀노소 불문이라 초등학생부터 80세 어르신까지 세대를 넘나드는 봉사 단체다.

25년 전 아동은 그 시간동안 성인이 되었고 60대 장년은 80대 노인이 되어서도 ‘일요일 6시30분’을 이웃과 기꺼이 나눠 쓰고 있다. 11월1일은 독거장애인 집에 연탄봉사가 있었다. 6시20분부터 한 분 한 분 모이기 시작해서 10분후에 그 날의 팀원이 모였다. 시간 엄수도 기본이었다. 아직은 가로등만 불빛을 내고 있어 어둠에 묻힌 시간이었다.

권회장이 간단히 그날의 봉사 현장을 소개하고 바로 연탄 쌓기가 시작되었다. 물론 각자의 여건에 따라 조금 늦는 분도 있었다. 하지만 연탄 봉사는 6시30분에 정확히 시작되었다.

어둠이 깔린 6시 30분 봉사를 시작하는 봉사단원들(사진=추억의뜰 제공)/한국관세신문
어둠이 깔린 6시 30분, 단원들이 봉사를 시작하는 동안 아침을 맞이한다.(사진=추억의뜰 제공)/한국관세신문

커피와 간식은 일체 사절이다. 성의는 감사히 받지만 먹다보면 시간이 미뤄지는 건 당연하다. 6시30분으로 시간을 묶어놓은 의미가 사라진다. 6시30분은 일요일 각자의 일정에 봉사 시간이 방해받지 않기 위해서 조율된 시간이다. 

봉사 후에 교회 예배도 볼 수 있고 나들이도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그래서 새벽 기상 시간이 조금 힘들더라도 타협할 수 없는 시간으로 묶어두었다.

매주 일요일 6시30분, 봉사하면서 한주를 마감하고 새로운 한 주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6시30분에 모여 한 시간 봉사를 진행하고 그날 봉사 현장에 필요한 비용은 본인들이 만원씩 각출한다. 연탄 250장도 본인 주머니에서 만원씩 십시일반 모아 준비되었다. 본인이 돈을 내고 봉사를 하는 시스템인데 수용하는 사람만 봉사단원이 된다.

‘내 돈과 시간을 들여서 봉사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이야기다. 15명이 줄서서 연탄을 날랐다. 250장은 순식간에 쌓였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손길이 보태져 한 가정의 겨울을 따듯하게 만들었다.

거창한 구호도 없다. 그저 일요일 6시30분에 모여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고 총총히 사라진다. 어둠에 묻혔던 6시30분은 연탄을 쌓는 시간에 아침을 맞이했다. 마치고 인사를 나누는 환한 웃음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왔다.

25년간 매주 한 주도 거르지 않고 580회를 진행했다. 그날 봉사 단원들은 간호사 교수 의사 학생 가족 유치원 원장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각계각층에서 모였다. 앳된 얼굴이 가시지 않은 여중생은 엄마와 같이 매주 일요일 봉사를 실천한다.

봉사가 종료되면 회장의 인솔하에 후기를 나누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사진=추억의뜰 제공)/한국관세신문
봉사가 종료되면 회장의 인솔하에 후기를 나누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사진=추억의뜰 제공)/한국관세신문

그 새벽에 집에서 6시에 나오느라 안 떠지는 눈을 간신히 달래고 연신 하품을 하지만 그 마음이 갸륵했다. 그 아이는 엄마의 봉사하는 뒷모습을 보고 성장한다. 함께 하는 오빠와 맞잡은 손길로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 될 것이다.

봉사하며 성장하는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후배들에게 좋은 것을 나눠본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가치를 또 전하게 된다. 그 따듯한 대물림이 쌓여 보이지 않는 어느 길모퉁이 누군가를 기억하고 보살핀다.

봉사를 마치고 근처 해장국 집에서 아침식사를 나누며 그 날의 봉사 후기를 공유하면서 일정을 마친다. 오후에 대전 현충원 묘역 봉사가 있단다. 

어렵사리 아침을 열었던 앳된 얼굴의 여중생은 오빠와 같이 그 자리에도 참여한다. 공부에 지친 피로를 주말 봉사로 푼다면 과연 납득이 될까? 봉사를 마치고 떠나는 그들 뒷모습에 이 겨울이 냉혹하지 않을 것 이라는 작은 위안이 생겼다.

결국 ‘따듯한’ 사람들이 ‘따뜻한’ 겨울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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