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칼럼] ESG의 'G'는 이사회경영
[김화진 칼럼] ESG의 'G'는 이사회경영
  • 한국관세신문
  • 승인 2021.03.2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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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환경전문가 사외이사 영입사례 증가
ESG가 기업경영에 정치이념 통로 되는 것 경계해야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ESG 경영과 투자가 큰 조류다. 여기서 ESG는 각각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영어 머릿자다. 그런데 환경은 환경보호를 말하고 사회는 사회적 책임을 말하지만 지배구조는 그 자체로는 가치적 의미가 없어서 일부에서는 '투명경영'으로 해석한다.

필자는 G를 '이사회경영'으로 보고자 한다. 오너를 포함한 개인이 아닌 회의체로서의 이사회가 지배구조의 중심 내지 허브가 되어야 하고 환경과 사회 문제를 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다루어 필요한 조치가 경영진에 의해 집행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사실 이사회경영이 잘 이루어지면 투명경영도 따라오는 셈이고 지배구조도 개선된다.

2018년 초에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이라는 밀튼 프리드먼의 생각이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렵다고 밝히고 투자 대상 회사 경영자들에게 주주들뿐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배려하는 ESG 경영을 주문한 계기로 ESG 경영과 투자는 전 세계 기업들의 숙제다.

핑크는 2021년 초에는 투자 대상 회사들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제로(0)라는 목표를 실천할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도록 요구했다. 그리고 그러한 계획이 회사의 장기 전략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으며 이사회의 검토와 승인을 거쳤는지도 공개하라고 한다.

ESG의 시대에 이사회가 기업지배구조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구성과 운영 양면에서 각각 필요한 과제를 선정하고 수행해야 할 것이다.

구성 측면에서는 가장 먼저 사외이사의 비중을 더 높이고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경영진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노력도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해 국내에서는 개정 자본시장법에 따라 여성 사외이사의 선임이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법률이 여성 사외이사를 늘리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이사회 내 여성의 비중을 높이라는 것이다. 사내에 인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우선 사외이사로 그 요건을 맞추고 있다. 향후 사내에서 인재를 양성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해외에서는 사외이사로 재생에너지 전문가나 환경전문가를 영입하는 사례가 늘어난다고 한다. 우리도 그에 보조를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다양성과 ESG 이념에 정합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에서 전통적으로 가장 중요한 회계와 법률 전문가의 비중을 줄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사회경영에는 당연히 준법경영이 포함되고 회계와 법률이 그 중추적 역할을 한다.

이사회 활동도 ESG 이념을 반영해서 변화되어야 한다. 이사회에 보고 안건으로 사업장 내의 안전 문제나 환경 친화 조치에 관한 내용을 더 자주 다루어야 할 것이고 이사회 규정을 손질해서 ESG 관련 사안이 의결 대상 안건으로 이사회에 부의되는 일이 많아지게 해야 한다. 

주주들은 ESG 관련 안건이 이사회에서 어느 정도 자주 다루어지는 지를 보고 이사회 평가에 반영하게 된다. 이는 결국 회사의 시가총액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이사회 내 소위원회로 ESG위원회를 두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긍정적인 신호다.

이사회의 경영진 평가와 성과보상에도 재무적 성과 외에 ESG 가치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PwC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미국 기업들의 이사회는 경영진 평가와 보상에서 고객가치(72%), 품질(54%), 종업원 이직율(54%), 다양성(39%), 환경(34%) 등의 요소를 과거보다 높은 비중으로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ESG가 기업경영에 지나키게 정치이념적 가치를 적용하는 통로가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프랑스는 2019년에 세계 최초로 회사의 설립목적과 경영이념에 ESG를 반영하도록 하는 민법과 상법 개정을 단행하고 현재 생물다양성, 환경보호, 기후변화 대응 등 가치와 의무를 포함하는 헌법(제1조) 개정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러한 움직임이 사기업과 공기업의 차이를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지 않을지 모두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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