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사태 재현 우려…금호아시아나 자구안 '퇴짜'에 위기감 고조
한진해운 사태 재현 우려…금호아시아나 자구안 '퇴짜'에 위기감 고조
  • 서오복 기자
  • 승인 2019.04.11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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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금호아시아나 본사.

자금난에 빠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5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 지원을 요청하면서 제출한 자구계획안에 대해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사실상 '퇴짜'를 놓으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자구계획안의 핵심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금호고속 지분의 담보 제공인데, 박삼구 전 회장 아내와 딸의 지분 외에는 새로운 것이 없어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엔 미흡하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을 살리고 후방 연관 업종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대승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주주 일가가 지주사인 금호고속 지분을 전량 담보로 내건 것은 회사 정상화에 실패할 경우 그룹 경영 전면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11일 아시아나항공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금호아시아나그룹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전날(10일) 채권단 회의를 열어 자구계획안을 논의한 결과, 미흡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사재출연 또는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없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는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금호아시아나 측이 9일 채권단에 제시한 담보는 박 전 회장 부인과 딸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4.8%(13만3900주)다. 현재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 대출에 담보로 잡은 박 전 회장과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금호고속 지분(42.7%)도 담보 해지가 될 경우에 아시아나항공을 위해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자구계획 이행 기간인 3년 내 정상화 계획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아시아나항공 매각도 약속했다.

일각에선 이번 박 전 회장 등이 담보로 내건 금호고속 지분은 이미 담보로 잡힌 지분이라 '담보 돌려막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대주주 일가가 금호고속 지분을 전량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밝힌 것은 회사 살리기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배구조는 박삼구 일가→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진다.

금융당국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지원이 박 전 회장 등 대주주 일가의 재기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원은 대주주 재기가 아니라 회사를 살리기 위한 것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이번 아시아나항공 유동성 위기의 근본 원인을 그룹 지배구조에서 찾고 있는 만큼, 대주주 일가의 세습 경영을 막을 수 있다면 지원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뜻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실제 박 전 회장은 무리한 사세 확장을 통해 그룹을 위기에 빠트린 바 있다. 그는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사들이는데 10조원가량을 썼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건설경기 둔화로 기업가치가 하락하면서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를 맞았고, 계열사의 워크아웃이 진행됐다.

하지만 3000억원의 정부 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회생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파산한 '한진해운' 사태를 거울삼아, 산업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기업 구조조정을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 정부의 기업구조조정 추진 방향 핵심은 산업적 가치가 있다면 회생을 지원하는 쪽이다.

시장은 국내 '빅2'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영업력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이에 따라 유동성 위기를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매각 등의 절차가 진행될 경우 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국내 1위 업체였던 한진해운 파산으로 국내 해운업은 쇠락했다. 한진해운이 소유한 전 세계 영업망은 글로벌 선사에 넘어가면서 국내 화주는 해외 선사를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됐고, 중소 해운사뿐만 아니라 포워더 등 후방산업도 악영향을 받았다. 기업의 유동성 위기 때마다 정부가 금융 논리로만 접근해 자금 지원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과 아시아나항공의 영업력에는 큰 차이가 있다. 자금지원 여부는 산업적 관점에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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