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io lab의 계약영어] 바이든 대통령은 왜 possible 이라고 말했을까.
[audio lab의 계약영어] 바이든 대통령은 왜 possible 이라고 말했을까.
  • 한국관세신문 편집국
  • 승인 2023.03.2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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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좋아하는 인생영화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 <행복을 찾아서, The Pursuit of Happyness>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 같다. 감동적인 스토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난 십여 년간 대학원에서 법률번역 수업을 하면서 늘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보여준 영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화 <행복을 찾아서, The Pursuit of Happyness> 中 (출처 : www.elitedaily.com) / 한국관세신문

 

그 영화의 한 장면에서 아빠가 일을 하느라 바빠서 자기와 놀아줄 시간이 없는 것이 불만인 어린 아들에게 주인공인 아빠가 주말에 스포츠경기를 보러 가자는 제안을 한다.

그 말을 들은 아들은 신이 나서 정말이냐고 되묻는데, 아빠는


“Possibly.”


라고 짧게 대답한다. 뒤이어 나오는 장면에서 probably와 possibly가 비슷한 단어라고 생각하는 아들에게 아빠가 둘의 의미 차이를 설명해주는데


“Probably means there’s good chance of we’re going, and possibly means we might or we might not.” 

 
probably라고 말하면 경기를 보러 갈 가능성이 많다는 뜻이고, possibly라고 말하면 경기를 보러 갈 수도 있고 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그러고나서 아빠는 아들이 이 의미 차이를 이해했는지를 물어보는데, probably가 무슨 뜻인지 물어보니 아들은 We have good chance. 라고 정확하게 대답한다. 그런데 아빠가 이번에는 possibly가 무슨 뜻인지 물어보니 아들은 


“It means that we are NOT going to the game.”


이라고 not 을 강조해서 말하며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다. 아빠가 possibly라고 말하면 경기를 보러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눈치껏 알아챈 것이다.

정말 신기하게도 이 장면을 보여주고 나서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이 분명히 이 영화를 보긴 했는데 이 장면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영화의 스토리 전개상 중요한 장면은 아니니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질문을 바꾸어 평소에 probably와 possibly의 의미 차이를 정확히 알고 사용하고 있는지를 물어보면 이번에도 역시 그렇다고 자신 있게 대답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간혹 가능성의 정도가 다를 것 같다고 대답하는 학생들은 있지만, 그렇다면 둘 중에 어떤 것이 그 정도가 더 큰 것을 가리키는지를 다시 물어보면 많이들 헷갈려 한다. 

사실 나 역시 그랬다.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나서 법률분야에 처음 발을 들여놓기 전에는 이렇게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 차이를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문장 전체의 의미만 이해가 되면 넘어가는 식이었다.  아마 우리 대부분은 그렇게 영어를 읽고 사용하고 있다는데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동안 접할 기회가 없었거나 굳이 필요하지 않아서 모르고 있었을 뿐이지 이렇게 섬세하게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우리의 일상 또는 업무와 동떨어진 전혀 새로운 접근법이 아니다. 

영화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 Sully>에서도 이 단어를 언급하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인 셀렌버거 기장은 US Airways Flight 1549편을 운행하던 중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해 왼쪽 엔진에 문제가 생기자 라과디아 공항으로 회항하다가 본인의 판단으로 목적지를 변경해 허드슨 강에 착륙을 시도하고 결국 155명의 승객 전원을 무사히 살려낸다.

 하지만 그 사고 후 조사과정에서 셀렌버거는 라과디아 공항으로 가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야 했는데, 한 조사관이 사고 당시와 동일한 조건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A return to LaGuardia was possible. 즉, 라과디아 공항으로 회항하는 것이 가능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뒤이어 


“And not just possible, probable.”

 
이라고 덧붙인다. 단순히 가능성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 가능성의 정도가 컸다는 것을 강조해서 말한 것이다. 그리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셀런버거 기장이 라과디아 공항으로 가지 않은 이유를 계속해서 추궁했다.

  

(출처: https://www.rottentomatoes.com/m/sully) / 한국관세신문
(출처: https://www.rottentomatoes.com/m/sully) / 한국관세신문

 

미국 형법상에도 probable cause라는 개념이 있는데 법정 미드나 영화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한국어로는 보통 “상당한 이유” 정도로 번역이 되고, 어떤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를 뜻한다.

 <Black’s Law Dictionary>는 미국 수정헌법 제4조상의  이 probable cause가 단순한 의심보다는 더 확실하지만 유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보다는 덜 확실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Black’s Law Dictionary, abridged ninth edition, 2010)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단지 possible한 정도보다는 더 큰 경우를 뜻하는 개념인 것을 알 수 있다. 

probable이 possible보다 가능성이 더 많은 경우를 뜻하는 단어라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면 이번에는 possible을 조금 다른 시각에서 살펴보자.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뉘앙스로 이해할 수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에서 병력을 철수했다는 발표를 했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에서 러시아의 병력철수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으며, 침공의 가능성이 명백히 남아있다고 말했는데


“An invasion remains distinctively possible.”


이 때 possible 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probable보다 가능성이 더 적은 경우를 가리키는 possible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으니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이 적다는 뜻이고, 따라서 안심해도 되겠다고 이해하면 안된다.

 맥락에서의 possible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이 많고 적음을 떠나, 가능성이 없는 것이 아니다, 즉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태로 여전히 가능성이 남아 있으니 아직 경계태세를 낮춰서는 안된다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렇게 맥락에 따라 시각을 달리 해서 정확하게 뉘앙스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출처: Reuters) / 한국관세신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출처: Reuters) / 한국관세신문

 

그렇다면 이 두 단어가 법률 맥락에서는 어떻게 사용되는지 살펴보자. 프리랜서로 일하기 시작한 초기에는 법정통역을 굉장히 많이 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사건 중 하나는 캐나다 경비행기 제조사와 이 회사의 경비행기를 구매한 한국 회사 간의 손해배상 소송이었다.

 캐나다 회사가 만든 경비행기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한국 기업은 당시 그 사건 경비행기를 정비한 엔지니어들의 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캐나다 회사 소속 엔지니어 두 명이 증인으로 소환되었고 나는 증인신문을 통역하기 위해 재판에 출석했다. 쉬는 시간도 없이 무려 다섯 시간이나 넘게 신문이 이어질 정도로 양측의 주장은 팽팽하게 맞섰다.

 두 명의 증인 중 한 명이 특정 부품을 조립해서 어떤 장치를 비행기에 부착하는 과정을 설명했는데, 그 부품이 해당 부착과정에서 중요하다는 말을 하면서


“It will make it possible.”


이라고 했다. 나는 크게 고민하지 않고 한국어로, “(그 부착과정)을 가능하게 한다”는 취지로 통역을 했다. 그 때 캐나다 회사 측 변호사 한 분이 청 중석에 앉아서 듣고 있다가 갑자기 손을 번쩍 들고는 내 통역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그 부품이 단순히 그 장치를 부착하는 과정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 부품이 없으면 그 장치를 부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라고 다급히 설명했다. 물론, 일반인이라면 사소한 뉘앙스 차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이 장치의 부착과정이 이 사건에서 중요한 쟁점이었고, 본인이 대리하고 있는 클라이언트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증언을 이끌어 가야 하는 그 변호사 분의 입장에서는 이런 뉘앙스의 차이가 결코 사소할 수 없었던 것이다.

국가 간의 분쟁에서는 단순히 possible과 probable을 가능성의 정도 차이로 구분하는 차원을 넘어서 훨씬 더 복잡한 해석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회원국 간의 통상분쟁을 해결하는 역할을 하는 WTO(국제무역기구)에 제소된 사건 중에서도 이러한 해석을 두고 다투는 경우가 자주 있다.

TO 보조금협정(Agreement on Subsidies and Countervailing Measures, SCM Agreement) 제1조 정의조항에서는 “잠재적인 자금의 직접 이전”, 영어로는 


“a potential direct transfer of funds”


도 보조금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있 는데, (Article 1. Definition of a Subsidy ) 여기서 potential의 해석이 쟁점이 된 적이 있다. 일반적인 맥락에서는 어떤 일이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즉 잠재적이라는 의미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면 충분하겠지만, 서로의 국익이 달려있는 국가 간의 무역분쟁에서는 이 단어를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협정문의 해석이 중요하다.

 이 협정에서 금지하고 있는 보조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간주될 경우 협정 위반을 구성하게 되기 때문에 해당 정부의 조치가 potential한 것인지 여부를 따지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쟁점이 된다. 여기서는 단순히 potential이 possible 한 정도를 말하는 것인지 또는 probable한 정도를 말하는 것인지 그 가능성의 정도 차이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보다 더 정교한 해석이 이루어진다.

관련 해석에 관한 내용이 직접적으로 언급된 부분만 단편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Brazil – Aircraft 케이스에서 패널은 단순히 보조금 지급이 실제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높은 가능성(high probability) 만을 이유로 “잠재적인 자금의 직접 이전”이 있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하면서, potential의 사전적 정의를 언급한다.

“possible as opposed to actual”


즉, 실제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쓴 것이지 그 가능성의 정도가 많고 적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이 다. 그리고 만일 추후에 보조금이 지급될 가능성의 정도(degree of likelihood or probability)에 따라 어떤 정부의 조치가 “잠재적인 자금의 직접 이전”인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할 것이었으면 애초에 협정문을 만들 때 potential이라는 단어가 아닌, 높은 가능성(high probability)이 있다는 것을 더 잘 나타내 주는 단어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razil – Aircraft, panel report, para 7.69)

물론, WTO의 분쟁해결절차에서 패널 및 상소기구는 potential이라는 단어의 언어적인 해석 외에도 여러 관련 요건들과 함께 종합적인 분석을 통해 판단을 하지만, 그 과정에서 협정문에 포함된 단어 하나의 해석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이렇게 섬세하고 정교하게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비단 국가 간의 분쟁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영어를 볼 수 있게 되면 영어는 우리들 각자가 직면하게 되는 모든 경쟁에서 그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한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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