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세대' 첫 일왕 취임…한일 관계 개선 기대감
'전후세대' 첫 일왕 취임…한일 관계 개선 기대감
  • 한국관세신문
  • 승인 2019.04.3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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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년간 재임해오면서 일본의 침략전쟁 책임에 대해 반성하고 평화를 강조해온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물러나고 장남이 일왕에 오르게 되면서 향후 한일관계와 한반도 평화정착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1989년 즉위한 아키히토(明仁) 일왕은 30일 공식 퇴위하고 '전후세대'인 나루히토(德仁) 왕세자는 5월 1일 즉위한다. 또 일왕 퇴위에 따라 일본의 연호는 30일 밤 12시에 현행 '헤이세이'(平成)에서 '레이와'(令和)로 바뀐다.

아키히토 일왕은 수차례 일본의 과거사에 대해 사죄의 뜻을 표명했다. 1990년 5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방일 때 일본에 의해 초래된 "불행한 시기에 한국 국민들이 겪었던 고통을 생각하고 본인은 통석(痛惜)의 염(念)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키히토 일왕은 1994년 3월 김영삼 대통령을 초청한 궁중 만찬에선 "우리 조상들은 귀국 사람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우리나라가 한반도 사람들에게 다대한 고난을 준 시기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깊은 슬픔"과 "깊은 반성"을 표명했다.

이듬해인 1995년 8월15일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당시 총리가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에 관해 공식적으로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은 아키히토 일왕의 이 같은 입장 발표가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키히토 일왕은 종전 70년을 맞았던 2015년 8월15일에는 전몰자 추도식에서 "과거를 돌아볼 때, 이전 대전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라는 표현을 사용해 전쟁의 참화가 다시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남태평양 팔라우에서 아키히토 일왕 부부가 2차 대전 격전지 중 하나였던 페리류섬에 있는 전몰자 위령비에 헌화한 뒤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또 다른 섬을 향해 배례했다. 


평화주의자로 불리는 아키히토 일왕은 또 2차 대전 때 일본군이 끼친 상처를 위로하기 위해 1992년 중국을 시작으로 이듬해 오키나와를 찾았으며 2005년 사이판, 2016년 팔라우, 2017년 필리핀, 베트남 등을 방문하기도 했다. 방한 가능성도 타진됐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왕 서거 후 추모 기간을 거친 뒤 새 일왕이 취임했던 이전과 달리 202년만에 '생전퇴위'를 하게 되면서 일본 내 분위기는 밝다면서 "또 올해는 일본 외교의 역할이 있는 해인데, 경축스러운 분위기가 한일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나루히토 왕세자 부부가 모두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유학했고, 마사코(雅子) 왕세자비가 뛰어난 국제 감각을 갖췄다는 점은 주변 국가와의 우호를 중시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마사코 왕세자비는 외교관이자 국제사법재판소(ICJ) 재판관을 지낸 오와다 히사시(小和田恒)의 장녀로 결혼 전 외무 고시에 합격해 외교관으로 근무했다.

특히 나루히토 왕세자는 2015년 2월 기자회견에서 "전쟁의 기억이 흐려지려고 하는 오늘날, 겸허하게 과거를 돌아보고 전쟁을 체험한 세대가 전쟁을 모르는 세대에게 비참한 경험이나 일본이 밟아 온 역사를 올바르게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부친과 같은 평화주의자로서의 행보를 보일 것이란 기대가 낳고 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아키히토 일왕이) 30년 동안 해왔던 것을 볼 때 (새 일왕도) 기본적으로 한국에 대한 생각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지만 구체적으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 이렇게 하겠다, 저렇게 하겠다고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고 말했다.

양기호 교수도 "일왕은 기본적으로 국사행위가 금지돼 있다. 상징천왕제이다. 국내 정치에 개입할 수 없게 돼 있다"며 "한일 관계 발언이라든지 이런 기대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일본 언론도 그렇고 일본 국민들도 이를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큰 기대가 나오는 것이 오히려 한일 관계에 역효과를 낼 것이란 진단도 있다. 양 교수는 "일본 언론에선 한국이 일왕이 아베 정부와 사이가 안 좋기 때문에 일왕 쪽을 활용해서 양국 관계 개선이라든지 우파를 견제한다든지 하려 한다는 지적이 비판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런 점도 검토하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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