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의 물류사업이야기)한중일 3국 기술발전과 국제물류
(허욱의 물류사업이야기)한중일 3국 기술발전과 국제물류
  • 한국관세신문
  • 승인 2019.05.16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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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폰, 중국서 밀리면서 한중 간 반도체 물류도 줄기 시작
우리나라 국제물류사업자들 중국발 리버스물류 준비할 때
허 욱 에치엔피로지스 대표
허 욱 에치엔피로지스 대표

동북아시아 3국, 한중일 기술발전과 기술이전 흐름은 시대에 따라 다르다. 근대 이후 약 100년간은 일본이 앞섰다. 서양문물을 먼저 받아들여 개화한 일본이 과학기술발전에 있어 앞서 나갔다.

그러다 2차 대전을 일으키고 전쟁물자를 실어나르면서 물류를 발전시켰다. 2차대전 패전 후 침체된 국력을 한반도 전쟁을 통해 다시 회복했다. 한반도에 6.25가 발발하면서 미군 병참기지역할과 전쟁물자 보급을 통해서 산업자본을 축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일본은 이렇게 축적된 산업자본을 제조기술 업그레이드에 활용해 70~80년대 제조 강국이 될 수 있었다. 일본의 제조공장은 전 세계로 진출했고, 이들과 더불어 일본 물류사들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규모확장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잘한 점은 제조사가 물류사를 따로 거느릴 수 없게 법으로 규제한 것인데 이를 통해 일본 물류사들이 글로벌 물류사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점이 우리 정부의 물류산업 정책과 크게 다른 점이다.

우리나라 제조업은 일본의 발전된 기술을 배우느라 80년대-90년대를 보냈다. 80년대부터 한국은 본격적으로 일본의 반도체 기술을 도입하기 시작한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반도체장비를 도입해 한국 반도체산업 기반을 다지기 시작한 것이 90년 초반이다.

이 과정에서 처음으로 한일간 반도체·FPD장비운송물류가 태동하기 시작했다. 필자가 바로 그 선두에 있었다.

필자는 90년대 초반부터 일본지사를 만들어 한일간 반도체·FPD장비 운송물류를 시작, 한·중·일 해상복합운송으로 발전시켰다. 2019년 현재까지 30년 넘게 물류사업을 통해 사업보국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에서 반도체·FPD 장비를 도입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술을 배우고 축적한 한국의 반도체·FPD산업은 2000년대 들어 스마트폰 시대를 맞이하면서 세계 메모리반도체 1위, 스마트폰판매 1위, LCD 1위를 차지하게 됐다.

이는 불과 20년만에 이룬 성과로 실로 대단한 성장이 아닐 수 없다. 2000년 역사상 우리 나라가 경제 및 기술적으로 중국을 앞서본 유일한 시기가 아닐까 한다.

우리의 국제물류산업이 양·질적인 면에서 모두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 시기 또한 반도체·FPD 산업발전과 궤를 같이 한다. 그 와중에 이합집산과 M&A를 통해 몸집키우기에 성공한 물류사도 있고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역사의 속으로 사라진 물류사도 있다.

때는 5G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누가 5G시대 통신시장을 점령하느냐가 관건이다. 통신시장은 표준화 싸움이다.

서비스방식을 표준화하고, 표준화된 서비스방식에 맞는 통신 장비를 깔아 그 통신장비와 호환되는 단말기를 납품하여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정해진 순서다. 통신장비와 그 통신장비에 최적화된 단말기를 시장에 공급하면 소비자는 시장에 깔린 단말기를 살 수 밖에 없다.

20년전 우리나라 정보통신부와 통신3사, 휴대폰 제조3사가 연합해 세계 휴대폰시장과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점령할 수 있었다면, 이제 중국이 우리 보다 더 영악하고 무지막지한 전략으로 세계 5G 통신시장 점령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5G시대 세계 통신 장비 시장점유율을 살펴보자. 중국 화웨이 28%, 스웨덴 에릭슨 27%, 핀란드 노키아 23%, 중국 ZTE가 13%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업체가 전 세계 통신네트워크장비 시장의 4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스마트폰 제조사를 보면 중국에 화웨이,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이른바 빅 4가 있다. 샤오미는 1위 삼성전자를 턱 밑까지 추격해 왔다. 중국내 10억명에 이르는 스마트폰 사용 인구 때문이다.

2014년부터 내수 판매를 통해 기반을 다진 중국 휴대폰 빅4는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영역을 중국 밖으로 확장해 왔던 것이다.

도대체 2014년 무렵 중국 통신 시장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무슨 일이 있었길래 2014년을 기점으로 중국 휴대폰 제조사들이 두각을 나타내게 된 것일까?

2014년 중국 최대 통신사업자 '차이나모바일'은 갑자기 자국내 통신 서비스방식을 바꾼다고 발표한다. 중국내 LTE 서비스 방식을 기존 FDD(주파수분할)방식에서 TDD(시분할)방식으로 변경한 것이다.

이 때 중국 단말기 제조사 빅 4가 갑자기 등장하게 된다. 화웨이, 오포, 비보,샤오미가 그들이다. 중국정부 정책과 국가 통신사 그리고 단말기 제조사들의 오래 준비된 각본이 드러난 것이다.

차이나모바일의 갑작스런 서비스방식 변경에 삼성과 애플은 새로운 서비스 방식에 최적화된 스마트폰을 출시하는데 비교적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었다. 그 사이 중국인들은 빅4가 만든 저렴한 자국산 스마트폰을 경험하게 되고 고가 제품인 삼성과 애플 폰은 차츰 시장에서 힘을 잃게 됐다.

2014년 이후 삼성 갤럭시 폰이 중국에서 팔리지 않으면서 중국으로 들어가는 반도체 장비 물류나 CKD(반제품)물류도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고, 협력회사들도 차츰 철수 또는 제3국으로 이전 하게 되면서 한중간 국제물류도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게 된 것이다.

물류사업가로서 그간 30년 넘게 한중일 제조업 기술발전과 기술이전을 통한 수출입 무역, 그리고 그에 따른 국제물류 흐름을 지켜본 결과 이제는 중국발 국제물류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언급하고 싶다.

아직은 중국발 수출품을 수송할 국제물류는 중국적 물류사가 DTD(Door to Door) 일관서비스를 할 수 없다. 그래서 아직 우리에게 마지막 기회가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내수 물류와 FOB물류는 중국 로컬 물류사들이 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영해 영공을 통과해 수입국에 도착한 이후, 해외 물류는 중국적 물류사들이 아직 순조롭게 처리하지 못할 것이다.

중국적 물류사들의 해외 네트워크가 아직 셋팅되지 않았고, 자체 네트워크 세팅후 서비스 수준을 글로벌 물류사 수준만큼 높이는데는 앞으로도 많은 세월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H&P는 중국 물류사들과 MOU를 통해 그들의 리버스 물류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 대비해 왔지만 부족한 점이 많고 정부차원에서도 지원해 줘야할 것들도 있다.

정부(해양수산부, 관세청) 차원의 행정적 법률적 지원이 필요한 시기다. 예를들면 카페리선을 통한 한중간 해상복합운송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양국간 교통관련 법규가 승인되지 않아서 불피료한 물류비용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중국 샤시(피견인차량)의 한국내륙 운송을 허용하고 있지만, 중국은 우리 물류사업자들에게 허용하지 않고 있다. 중국 도착 후 한국 샤시에 중국 헤드를 달아 내륙 공장까지 운송하다 보니 차량 탈부착시간, 통관시간 등 리드타임이 늘어나고 비용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물류사들도 일본 헤드와 샤시의 한국 내륙운행이 한국정부에 의해서 허용되고 있지만, 한국 물류사는 한국 헤드와 샤시를 가지고 일본 내륙 도로를 달릴 수 없다. 일본 정부가 허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국 물류업체 보호를 위해 일본 정부가 허용하지 않고 있어서 우리 기업의 IT수출입물류 비용이 증가하고 있고, 일본 도착후 일본 물류업체의 횡포를 막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중·일 물류장관회에서 이 문제를 상호 호혜원칙에 의해서 상호 개방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샤시만이라도 상대국 내륙 도로운행을 허가하는 협정을 맺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국부가 손실되지 않고, 우리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최소한 이라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한·중 간 해상복합운송물류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국가간 상호 호혜평등에 위배되는 현재와 같은 불공평한 개방정책이 계속 유지되고 방치되는 한 우리 나라 물류업자들이 당하는 불이익도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국가는 기업들이 글로벌로 나가서 자긍심을 가지고 자유롭게 경쟁하여 외화를 창출하고 고용확대를 통해 글로벌 기업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 정책적인 지원은 통합적이고 일원화된 시스템으로 작동 될 수 있어야 한다.

 

허 욱 H&P Logis 대표(사진=H&P Logis 제공)ⓒ한국관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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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수 2019-05-16 16:44:18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 제조분야에서 이부분의 물류에서도 최고 경쟁력을 가진 운송 물류업체를 지원할 수 있도록 정부가 관심을 갖았으면 좋겠네요,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