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자의 사람사는 이야기) 인정의 허기를 채워주는 사람
(박승자의 사람사는 이야기) 인정의 허기를 채워주는 사람
  • 한국관세신문
  • 승인 2019.05.22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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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 ! 박 부장님한테 연락 왔는데 몇 달 후면 누나가 찾던 신차가 출시된데, 좀 더 기다렸다 신차를 사라고 팁을 주던데..."
누님은 그 말에 오히려 신뢰감이 생겼는 지 추천하는 중고차를 보지도 않은채 입금하며 "허 참 그 사람 중고차 딜러 맞어?"
박승자 자서전작가
박승자 자서전작가

 

5월 싱그러운 녹음은 산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아카시아 향기와 더불어 콘크리트에 갇힌 일상에 작은 숨통을 열어준다.

꽃향기에도 위로받는 우리, 사람의 향기는 각박한 우리 삶에 인정의 허기를 채우기에 충분하다. ‘그 사람 믿을 수 있어 정직해, 가격흥정 하지 마.’ 라는 보증수표로 고객의 소개를 받아내는 중고차 딜러 박부장. 그처럼 성실한 딜러는 많다. 하지만 15년 동안 정직하기는 쉽지 않다.

진흙탕 허위 매물, 중고차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들이다. 그 시선에 맞서 15년간 성실과 정직을 고수하며 그 길을 걸어온 사람이다. 차에 문외한이던 그가 15년 전 중고차 시장에 입문하며 정직한 딜러로 승부를 보겠다는 다짐을 했다.

정직하면서 돈 까지 벌기에는 고단한 시간을 담보로 한다. 정직한 차량 고집이 거래와 반비례 하는 것은 당연하다. 초창기에는 어린 아들이 좋아하는 두유도 때마다 냉장고에 들일 수 없었고 혼자만 정직하기에는 중고차의 시장이 양산박 같았다.

하지만 정직한 사람에겐 아직도 인정은 사람사는 곳이면 어디에나 살아 있다. 정직을 담보로 하는 허탈한 거래에 뜻밖의 행운 같은 만남은 수시로 있다.

 

여성 고객님이 차를 의뢰하시며 “담배 냄새 나지 않는 차로 부탁드려요.”

누누이 부탁하셨다. 마땅한 차는 부산에 있었고 부산의 딜러는 담배냄새를 걱정하지 말라는 회신을 줬다. 기차표를 예매하고 계약금을 걸고 부산으로 출발했다. 차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차 문을 열어보는 순간 갈등이 생겼다. 아, 고객님이 부탁한 말씀. 담배 냄새, 차는 깨끗한데 담배 냄새가 나는 거 같기도 하고 안 나는 것 같기도 했다.

계약금은 이미 지불했고 KTX를 타고 부산까지 이미 내려왔다. 차도 깨끗하고 담배 냄새가 확실히 나는 것도 아닌 차, 그런 경우 사실 대부분 차를 가져오게 된다. 중고차량이 새 차와 같을 수 없다는 것을 고객들도 알고 있기에 양심에 흠집날 일도 없다. 잠시 고민이 됐지만 차를 가져오지 못했다.

시간과 경비가 들어도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 차를 가져올 수가 없었다. 돌아오는 발걸음이 허탈했지만 차를 가져온 후 편치 않은 마음보다 차라리 허탈한 마음이 더 위로받기가 수월했다.

박부장의 고객은 대부분 가족을 소개한다. 고객이 차를 사고 정직한 차량에 만족한 고객들은 가장 먼저 배우자 자녀 형제를 소개한다. 믿음의 거래는 바로 가족소개에서 진가가 발휘된다.

어느 봄날 고객으로부터 누님이라는 분을 소개를 받았는데 도통 박부장을 신뢰하려 들지 않았다. 차는 새 차를 사야한다는 생각에 묶여있는 누님은 좀처럼 중고차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박부장의 고객인 동생이 차를 강권했지만 누님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누님의 가족들 누구도 중고차에 손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데 괜히 중고차를 샀다가 된서리라도 맞을까 봐 아예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박부장이 추천한 차를 몇 대 알아보고 괜찮다고 생각하던 차가 있어 계약을 하려고 마음을 다잡고 있는 순간에 동생이 누나한테 전한다.

" 누나 ! 박 부장님한테 연락이 왔는데 몇 달 후면 누나가 찾던 소나타 신차가 출시된다고 좀 더 기다렸다 신차를 사도된다고 팁을 주던데 누나가 잘 생각해서 해."

". . . . . . "

평소 박부장이 고객을 대하는 마음이다.

고객입장에서 차를 권한다. 간간이 손해를 보는 것도 감수하게 된다. 누나는 순간 중고차 딜러 맞나? 어떻게 해서든지 차를 파는 게 딜러의 의무가 아닌가? 그런데 기다렸다 신차를 사라는 정보를 주는 중고차 딜러에게 보이지 않는 믿음이 생겼다.

몇 천 만원의 돈을 얼굴도 안보고 입금 하려던 누님께 보답하는 마음으로 차를 물색하니 신차에 손색 없는 차가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매물이 나와 있었다. 믿어준 누님에게 보답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고 제주도까지 차를 싣고 가 아낌없는 대접을 받고 돌아왔다.

고객에게 대접받는 그의 비결은 바로 정직 그리고 사람냄새다. 고객들이 그를 찾는 이유는 믿음의 차량 거래 그 이면의 사람 냄새나는 그의 진실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인정에 허기진 우리들에게 아카시아향기처럼 다가오는 사람이다.

 

박승자 작가가 쓴 자서전 '섬김의 딜러 박부장입니다' 표지(사진=추억의 뜰 제공)
박승자 작가가 쓴 자서전 '섬김의 딜러 박부장입니다' 표지(사진=추억의 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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