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형식논리에 빠진 국토부...불필요한 사회적 갈등만 야기
[기자의 눈] 형식논리에 빠진 국토부...불필요한 사회적 갈등만 야기
  • 서무열 기자
  • 승인 2019.05.31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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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보다 형식에 치중할 때 우리는 본질을 놓치게 된다. 본질을 놓치게 되면 문제해결이 복잡해진다.

요즘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유사 플렛폼택시 서비스 '타다'의 경우도 그렇다.

분명 렌트카사업자가 맞는데 택시영업을 하고 있고, 행정 당국은 이를 제재하지 않고 있다. 언론은 신규사업자 편을 들고 있고 여론은 반으로 나뉘어 오락 가락 하고 있다.

신규 사업으로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사람이나 기존 사업자나 심판역할 해야하는 행정당국이나 모두 실체적 내용은 보지 않고 형식 논리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로인해 우리 사회는 겪지 않아도 될 갈등으로 국력을 소비하고 있다.

지난 3월 7일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이후 정부의 후속 조치가 없자, 5월 23일 택시노사 4단체연합에서 발표한 성명서(외쪽)와 최근 방송된 MBC의 '카카오-택시 상생 논의'관련해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해명보도자료(2019.6.24)/(자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홈피, 국토교통부홈피 다운로드)
지난 3월 7일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이후 정부의 후속 조치가 없자, 5월 23일 택시노사 4단체연합에서 발표한 성명서(왼쪽)와 최근 방송된 MBC의 '카카오-택시 상생 논의'관련해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해명보도자료(2019.5.24)/(자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홈피, 국토교통부홈피 다운로드)

렌트카사업자 '타다'가 여객운수사업인 택시영업을 하고있는 것이 실체적 내용이다. 그런데도 사업 형식은 여객운수사업법 제4조(면허)와 제 34조(유상운송의 금지) 규정을 위반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행정 당국의 유권해석이다. 

여객운수사업법 제34조를 보면 '자동차 대여업자에게서 사업용 자동차를 빌린 자는, 이 차를 유상으로 운송에 사용하거나 다시 남에게 빌려줘서는 안된다. 다만, 승차정원 11~15인승 승합자동차 임차인 등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빌려줄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그리고 이 예외 조항과 관련해 2014년에 개정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일부개정령' 18조에 추가된 개정 이유를 보면 "11~15인승 승합차 대여자가 운전자를 알선(斡旋)할 수 있다"는 표현이 나온다.

"자동차 임차인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하여 현재 외국인·장애인 등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자동차 대여사업자가 운전자를 알선(斡旋)할 수 있도록 한 것을 승차 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 자동차를 임차하는 사람과 본인의 결혼식 및 그 부대행사에 이용하는 경우로서 본인이 직접 승차할 목적으로 배기량 3000cc 이상인 승용자동차를 임차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임"이라고 시행령 개정 이유를 분명히 밝혀두고 있다.

이 조항을 근거로 '타다'측은 자사 대여서비스 약관에 "대여용 승합차량 임대회사와 임차인 사이의 기사 알선이 포함된 승합차량 대여계약 관련 약관은 11~15인승 승합차량에만 적용됨"이라고 명시해 두고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의 법률 전문가는 "실제로 기아자동차 카니발 11인승을 빌려주며 기사포함 서비스를 제공하는 '타다'는 이 조항에 딱 맞는 서비스다"라며 '타다'서비스가 법의 헛점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방식으로 사업하고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여객운수사업법 제4조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택시사업을 포함해 여객운수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광역 자치단체장으로부터 사업면허를 받거나, 지자체장에게 등록해야 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따라서 이 법을 위반하는 사업자는 현행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 것이 맞다. 그리고 행정당국도 입법 취지와 실체적 내용을 따져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 행정 공무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이용복 총무팀장은 "불과 몇 년 전에도 렌트카대리점 사업주에 의한 '유사택시영업'이 자주 발각됐다"고 말한다. 또 이팀장은 "당시 적발된 유사 택시영업에 대한 국토교통부 공식 답변은 관할 자치단체장이 현장실사를 통해 위법한 사실을 확인한 경우 제재를 가하라"는 것이었다며 "요즘 국토부 담당자 태도는 그 때와는 많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팀장은 "법령 규정대로 사업을 하고 있어서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국토교통부 태도에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입법취지와 다르게 법령을 해석하고 있다는 택시업계 종사자들의 불만에 대해 해당 공무원들도 변명꺼리는 많을 것이다. 

입법당시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시대상황과 여론을 감안하면 '타다'와 같은 유사 플렛폼택시 서비스를 대하는 공무원들의 태도변화가 어쩌면 당연한 것인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타다' 이슈와 관련해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할 몇 가지가 있다.

우선은 재화가 지니고 있는 공공성이다. 

전기, 수돗물, 철도 등 공공재를 어느 한 기업이 독점했을 때의 문제점은 심각하다. 서민의 발 역할을 하고 있는 대중교통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독점후 높아진 가격과 형편 없는 서비스에도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는 것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공공재를 사기업에 맡긴 선진국 예를 통해서 실증되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더하여 플렛폼 사업에는 2등이란 있을 수 없기때문에 독점기업 출현은 필연적이다.

다음은 자원의 비효율적 분배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 택시산업 종사자는 약 24만명에 달한다. 택시를 이용해 편익을 누리고 있는 이용자는 수 백만명이다. 이 중에는 불편을 감수 하면서도 대안이 없어 택시를 이용해 왔던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현재 '타다'서비스에 가입한 60만에 육박하는 1차 가입자가 아닐까 한다.

택시 산업 종사자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는 '플렛폼택시' 사업이 신규로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 수는 24만에는 턱없이 모자랄 것이다. 또한 기존 택시 산업 매출을 통합해 1인 기업주에게 몰아주는 방법이, 24만 택시종사자와 그 가족들에게 비교적 공평하게 분배돼 왔던 지금까지의 방법 보다 더 낫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마지막으로 침묵하는 소수의 행복을 파괴할 권한이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혁신 창업가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기존 택시 서비스의 불편함이나 불친절 사례를 온라인 공간에서 지적하면서, 이와 동시에 '타다'서비스의 장점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타다' 관계자 및가입자들이 아무리 많고 그들의 만족도가 크다 하더라도 소수의 택시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는 승객들의 행복할 권리를 빼앗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행복의 총량면에서 숫자가 적다고 해서 행복의 질이 작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그래서 최대 다수의 최대행복(행복총량 크기)이 민주사회 모든 이슈를 결정하는 기준이 돼서는 안되는 것이다.

신사업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사업자에게는 여러 가지 불리한 상황이 따라올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편법을 사용하거나 정도 아닌 길을 걷고자 한다면 최근 우리 사회가 바라는 혁신 창업가의 모습이 아니다. 세계적인 추세인 사회적 문제해결을 통한 가치경영과도 동떨어진 모습이다.

여론을 자신들 쪽으로 끌어오는 방법도 지금처럼 "택시 서비스는 나빠요. 택시 기사분들이 IT에 익숙하지 않아 불편해요" 등 이런 식으로 상대방을 깍아내리는 방향이면 안된다.

IT기반 혁신모델로 성공한 대표적 사업가 출신으로 오랫만에 시장에 컴백한 이재웅 대표도 '타다'서비스가 파괴할 기존 택시 산업 종사자들의 복지 향상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기존 택시면허를 사는 것이 됐건 그들을 '타다'운전기사로 채용하는 방법이 됐건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을 비추는 ''빛 역할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타다'서비스 관련해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온라인 설전을 벌였던 쏘카 이재웅 대표
최근 '타다'서비스 관련해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온라인 설전을 벌였던 '쏘카' 이재웅 대표

이런 관점에서 볼때 '쏘카' 이재웅 대표가 최근 보인 행보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쏘카 이재웅 대표가 유사 플렛폼택시 서비스 '타다' 이슈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온라인 설전을 벌인 것을 두고 보다 못한 이찬진 포티스 대표(한글과 컴퓨터 창업)가 던진 훈수(이재웅 대표에게 택시면허를 사면 어떠냐고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적로 한 제안)에 대해 이재웅 대표의 반응이 "택시면허를 사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며 "택시면허를 팔고나면 개인택시 기사들의 생계보장이 않된다"고 한 반응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기업가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이 미약하고 우리 사회 가진자들의 기부의식도 약한 상황에서 기존 택시 산업 전반을 뒤흔들 수도 있는 법령개정 기준으로 규제혁신 프레임이 사용되서는 더더욱 안되는 것이다.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면 결과를 놓고 늘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결과가 공정 경쟁을 통해서 얻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세력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번 '타다' 이슈를 통해서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 시켜온 '형식논리가 실체적 내용을 지배하는 잘못된 관행'이 바로 잡히는 게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 단초는 정부와 행정 당국 해당 공무원들이 앞장서는데서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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