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현 칼럼] 일면식 없는 스페인 바이어와 첫 거래...국내 이발기 최대 수출 기록
[조병현 칼럼] 일면식 없는 스페인 바이어와 첫 거래...국내 이발기 최대 수출 기록
  • 한국관세신문
  • 승인 2019.07.31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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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어들은 샘플과 동일 제품 받을 수 있을 까 걱정
바이어에게 신뢰 심어줘 계약금을 받아내는게 능력
조병현 (주)보거스 이사
조병현 (주)보거스 이사

 

필자가 그간 사업을 하면서 느낀 점은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나 제일 어려운 문제는 결제 문제였다. 물건을 '언제 주고 돈을 어떻게 받을  것인가'의 문제다.

외상으로 물건을 주고 나중에 돈을 받는 신용거래는 지리적으로 부담이 없는 국거내 거래에서 가능한 방식이다. 해외 거래에서 신용거래 방식이 가능할려면 해외 대리점 및 해외지자를 보유한 중견기업 정도 돼야 한다.

중소기업은 주로 박람회에 참가해 바이어를 만나서 샘플을 주고 받고 오케이 되면 첫 거래가 성사된다. 가능성이 훨씬 높은 방법은 동종 업계에 친분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소개를 받는 경우다. 

수출대금이 어느 정도 되면 은행을 통한 L/C 개설을 통해 서로 위험 부담 없는 상태에서 첫 거래가 가능하다. 하지만 금액이 크지 않은 경우 수수료나 절차때문에 L/C 개설을 통한 거래에 부담을 갖는 바이어가 많다.

그래서 첫 거래 바이어에게서 계약금을 받아내는 것이 능력이다. 짧은 시간에 상대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자사 제품이 온리 온(ONLY ONE) 상품이거나 경쟁사 대비 확실한 품질 경쟁력을 가진 제품이라면 100% 선불주고 기다리는 바이어가 많겠지만 이런 경우는 현실에선 그리 많지 않다. 

신제품 들고 해외 박람회에 나가면 수많은 경재업체들이 즐비해 있다. 가장 많이 잠가하는 국가는 단연 중국이다. 나라가 크다보니 제조업체 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동일한 디자인에 비슷한 성능을 가진 중국 제품이 당사 제품가의 30% 수준에서 판매되고 있다.

우리는 코리아 브랜드로 승부한다. 바이어중에 싼 중국산 제품에 피해를 봤거나, 일본제 고가 브랜드의 고압적인 영업 방식에 기분이 상한 바이어들이 주요 목표 고객이다.

2012년 이발기에 LED 라이트를 장착해서 스위치를 한 번 더 조작하면 LED 불이 들어오게 만들었다. 긴 머리 여성이나 머리 뒷부분 커트에 용이한 제품이지만 신제품에 대한 국내 반응은 별로였다. 

유럽에서 반응이 더 빨리 왔다. 이태리에서 첫 주문이 왔다. 기존 거래처였다. 다음은 스페인에서 관심을 보였다. 샘플을 보내고 좋은 피드백을 받았지만 주문을 망설이고 있는 눈치였다. 

이 스페인 바이어는 만난 적도 없었고 그렇다고 기존 고객으로부터 소개받은 고객도 아니었다. 당사가 알리바바에 올린 상품을 보고 사이트에 문의한 바이어였다. 이 바이어에게 신뢰를 주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테니스를 화제로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을 시작했다. 

스페인의 유명한 테니스 슈퍼스타 '라파엘 나달'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테니스 선수라고 했더니 상대가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간에 내가 속한 테니스 클럽 얘기나 사진을 보낸 것도 바이어에게 믿음과 신뢰를 준 것 같다.  바이어는 자기 집에 클레이코트 테니스장 2면을 가지고 있는 테니스 광이었다. 

약 2달 정도 이런 식으로 친분을 쌓고 난 후 T/T 선불로 계약금을 받는데 성공했다. 당사의 OEM 거래는 선불 50%, 잔금 50%는 선적전 받는 조건이다. 바이어 입장에서 보면 많이 불리하고 위험한 조건이다. 계약금을 보내기 전에 바이어가 가장 불안해 하는 것은 '이 제조업체를 믿을 수 있을까, 사기 당하는 건 아닐까, 샘플과 동일한 물건을 받을 수 있을까' 등이다. 

그래서 첫 거래 상대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 거래를 성사시키는 첫째 조건이다. 특히나 해외 거래에 있어서는 바이어에게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면식도 없는 스펜인 바이어로 부터 첫 거래에 큰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었던 것도 신뢰 때문었다. 나와 스페인 바이어를 이어준 신뢰의 매게체는 취미였다. 처음엔 몰랐지만 우리는 둘다 테니스에 미친 테니스 광이었던 것이다.

일면식도 없던 스페인의 바이어와 테니스를 매게로 신뢰를 쌓은 후 성사시킨 이 계약은 국내 이발기 수출에 있어 단일 계약 최고 금액으로 기록돼 있다. 이 기록은 아직도 유효하며 여전히 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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