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간 물류 불평등...韓업체,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가?
한·일간 물류 불평등...韓업체,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가?
  • 서무열 기자
  • 승인 2019.08.04 17: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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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간 트레일러-샤시 상호주행, 韓 물류업체 불리
韓은 日차량 운송 허가, 日은 韓차량 내륙운송 불허

 

2018년 7월 1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제7차 한·중·일 교통물류장관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 장관회의 이후 3국간 협력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의 협력방안을 논의하여 이를 공동선언문으로 채택·서명했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의 강준석 해양수산부 차관, 중국의 허 지엔쭝 교통운수부 차관, 그리고 일본의 마사토시 아키모토 국토교통성 차관이 각국 수석태표로 참석했다.
2018년 7월 1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제7차 한·중·일 교통물류장관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의 강준석 해양수산부 차관, 중국의 허 지엔쭝 교통운수부 차관, 일본의 마사토시 아키모토 국토교통성 차관이 각국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한·일 간 경제 전쟁이 본격화됐다. 2일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국가 리스트에서 배제시킨 것이 기폭제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긴급 소집한 임시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우리 정부는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에 상응하는 조치를 단호하게 취해 나가겠다"며 "우리 경제를 의도적으로 타격한다면 일본도 큰 피해를 감수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우리 정부의 조치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그동안 한·일 간 거래에서 불평등 대우를 받으면서도 대놓고 따지지 못했던 것들이 있다면 이참에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다. 한·일 간 트레일러-샤시 상호주행 물류에서 발생하고 있는 불평등도 한 가지 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차량의 한국 내 운송을 지난 2003년 부터 자유롭게 허용해 오고 있는데 반해, 일본 정부는 우리 차량의 일본내 운송을 불허함으로써 지난 20년 동안 우리 물류기업이 본 피해가 결코 작지 않다.

 

한국 정부 2000년대 들어 동북아 물류 주도, 정작 한국 물류산업 발전엔 도움 못 줘 

2000년대 초반부터 우리나라는 한·중·일 3국 간 새로운 협력과제로 동북아 통합물류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해양수산부 주도로 2006년 9월 한·중·일 물류장관 1차 회의를 시작했다. 이 회의는 2년에 한 번씩 3국을 돌며 순차적으로 개최되며 2018년 7월 서울에서 제7차 회의가 열리기까지 14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2006년 부터 2018년 7월까지 14년 동안 7번의 한·중·일 장관회의, 7번의 국장회의, 14번의 실무 과장급회의를 거치는 동안 '한·중·일 3국 간 트레일러 샤시(Trailer Chassis) 상호주행 물류체계'라는 과제는 항상 의제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랬으면서도 그 동안 한 발도 나가지 못한 채 처음 그자리에 있다.

이 과제는 일본이 추진하기로 한 3개 과제중 하나로 일본은 자국내 사정으로 이 과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다. 우리 해양수산부 입장에서도 이 과제는 그리 매력적인 이슈는 아니었다. '한일 어업권 조정'과 같은 더 큰 이슈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반도체 및 FPD 제조 장비를 한국과 중국에 수출하는 일본 입장에서는 일본 공장에서 그대로 상대국 수입처 공장까지 일관운송하기를 바란다. 운송 도중 CY에서 환적하는 과정에서 화물에 데미지가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번호판 하나로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ONE STOP 운송 가능한 싱글번호판(Single Number) 필요성이 대두됐다. 우리 관세청은 법령을 개정해서 싱글번호판으로 일관운송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이 안건을 한·중·일 물류장관회의 의제로 협의했지만 결과적으로 한 발짝도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과제 추진이 어려운 이유는 자국 교통관련 법규 개정이다. 또하나 대놓고 말하진 못하지만 자국내 물류업자들의 반발 때문이다. 일본은 자국 물류업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 트레일러-샤시의 일본 내륙 운송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한국 정부가 이 점을 강하게 따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동안 우리나라 물류업체의 이익이 보호받지 못한 것이다.

 

▷한·일 간 트레일러-샤시 상호주행시 불평등 대우로 인한 한국 물류업체가 받는 피해 사례

일본 후쿠오카 반도체 공장에서 반도체 장비를 싣고 출발한 일본 국적 트레일러-샤시가 시모노세키 항에서 카페리선에 실려 부산 CY에 도착하면, 한국 관세법(관세청고시 제2003 - 9호, 일시수출입하는차량에관한고시) 절차에따라 수입통관, 일본 번호판을 단체로 한국의 반도체 공장까지 일관운송이 가능하다.

이때 한국 반도체 수입 업체는 일관운송(Door to Door) 물류비를 일본 업체에게 지불하게 된다. 우리 물류업체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반대로 한국 물류업체가 트레일러-샤시에 반도체 장비를 싣고 출발, 부산항을 통해 일본 시모노세키 항 CY에 도착하면, 여기서 부터 한국 물류업체는 더 이상 운송을 진행할 수 없다. 시모노세키항 CY에서 일본 차량으로 환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물류업체는 한국 수출업체로부터 일관운송비를 받아 시모노세키 항 CY부터 일본 후쿠오카 공장까지 운송한 비용을 일본 물류업체에 지불해야 한다.

한·중·일 3국 간 물류교통장관 제1차 회의(2006년 9월)를 개최하기 6개월 전, 2006년 2월 10일에 발행된 일본 신문기사에 따르면 '한·일 간 트레일러-샤시운송'은 년간 4천대 정도다. 2019년 현재 기준으로 다시 조사하면 그 숫자는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일본 포트에서 공장까지의 운송비용을 1대당 평균 3만엔 정도만 잡아도 매년 상당한 금액이 우리 물류업체에서 일본물류 업체로 이전됐다고 봐야한다.

 

2006년 2월(한중일 3국간 물류교통장관회의 제1차 회의 개최 6개원 전) 당시 일본 현지 신문에 게재된 '트레일러-샤시 상호주행' 관련 물류효율화 검토결과 관련 기사
2006년 2월 10일(한중일 3국간 물류교통장관회의 개최 6개월 전) 당시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실린 '트레일러-샤시 상호주행' 물류효율화 검토 결과 관련 기사

 

한·일 간 경제 전쟁이 격화·장기간 지속된다면 반도체 및 FPD 장비운송 물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 영향이 어느 정도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일 간 트레일러-샤시 상호주행'에서 우리 물류기업들이 당하고 있는 불평등과 경제적 손실을 방지하는 것이 무엇 보다 중요하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 물류기업들이 당하고 있는 피해를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우리 정부는 한·일 간 트레일러-샤시 상호주행에서 우리 물류업체가 당하고 있는 불평등을 시정해 줄것을 일본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고, 이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그동안 우리 정부가 일본 물류기업체에 제공해왔던 우대 조치를 즉시 거둬들여야 한다.

며칠 전 이에 대해 우리 관세청에 문의했다. "한·일 간 트레일러-샤시 상호주행 물류에서 거의 20년 동안 우리 물류업체들이 불평등을 당해왔다. 이는 호혜평등이라는 자유무역 정신에도 위배되니 이제 그동안 일본에 제공해 왔던 우대조치를 거둬들일 때가 됐다고 본다. 국내 CY에 도착한 일본 차량에서 샤시를 한국차량에 환적해 우리 물류업체가 CY에서 창고까지 운송할 수 있게 해야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관세청 담당 사무관은 "당장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좀 지켜보고 물류업계로부터 정식 요청이 오면 그때 해양수산부 관련 부서와 협의 거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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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 2019-08-05 11:29:09
물류현장에 대한 심층 기사 잘 봤습니다. 한국내 트레일러가 일본에서 운행이 되지 않는데, 지금이라도 일본 트레일러의 국내 운행을 할 수 없도록 조치는 취해야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