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자의 사람사는 이야기] 그저 한가위만 같아라!
[박승자의 사람사는 이야기] 그저 한가위만 같아라!
  • 한국관세신문
  • 승인 2019.09.1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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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자 작가(추억의 뜰)
박승자 작가(추억의 뜰)

 

서둘러 찾아온 추석. 예년 보다 열흘이나 이르다.

지난 여름 폭염 가운데 사회적으로 어수선한 일들을 지나며 맞이한 추석이라 개인과 가정 사회도 명절을 기점으로 쉬어가며 주변 여건들을 다지는 시간이 필요할 즈음에 만난 추석이다.

추석 대목에 농수산물 전통 시장을 찾았다. 시장 안은 주차장을 옮겨놓은 듯 보였지만 도로위의 정체가 주는 스트레스와는 사뭇 다르다. 참아내기 조금 수월한 이유는 명절이라는 희망카드를 들고 간 마음가짐부터 달랐기 때문이다.

시장 안에 들어서며 처음 그린 스케치는 한바탕 벌어진 실랑이였다. 사과박스 열두 개를 위로 켜켜이 쌓은 외발 리어카가 1미터 폭의 좁은 과일 상회 골목을 곡예하듯 지나가고 있다. 

켜켜이 쌓인 과일박스들. 명절을 앞둔 대전 오정동 농수산물시장의 호객 진풍경이다. 위태로워 보이지만 절대 쓰러지진 않는다. 바로 전통시장을 닮았다.
켜켜이 쌓인 과일박스들. 명절을 앞둔 대전 오정동 농수산물시장의 풍경이다. 위태로워 보이지만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 바로 전통시장의 힘을 닮았다.(사진=추억의 뜰 제공)/한국관세신문

각도가 조금만 기울어도 박스 열두 개는 바로 쓰러질 태세다. 그 다음 벌어질 아수라장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앞을 지나던 여인과 서로 길을 비키라며 실랑이가 벌어졌다. 높은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훈수 두는 목소리가 들린다. 

"자자, 명절 인데 두 분 다 참으시오" 그래 명절이라 마음도 넉넉하게 드리워보라는 덕담 담긴 목소리가 낯설지 않았다.

명절 재래시장의 흔한 풍경, 한참 올려다봐야 하는 층층이 쌓인 사과박스가 명절 대목이라고 호객행위를 한다. 팔딱거리는 새우, 윤기 자르르 흐르는 홍옥의 자태. 경매에 통과됐던 최상품들이라 농부들 어부들의 땀이 결실을 맺었다. 

명절 전통시장의 풍성함은 화려한 백화점이 흉내 낼 수 없는 정취와 넉넉함이 있다. 곳곳에 켜켜이 쌓아둔 과일박스들. 곧 쓰러질 것 같지만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 그게 전통시장의 힘이다.

백화점, 대형마트, 인터넷 쇼핑몰에 고객을 내어주고 썰렁하던 평소와는 사뭇 다르다. 상인들 목소리에도 힘이 들어갔다. 제 발로 주차 전쟁을 치르며 찾아온 손님들이다. '한가위만 같아라.' 어디 상인들만의 바램일까. 장을 보러 온 고객들도 부담 없이 지갑 열기를 바랄 것이다.

'전통시장'뿐 아니라 '전통'도 살아야 한다. 대목이 자존심을 지키는 효자노릇을 하지만 평소에도 그러하기를 바란다. 대형 박스만큼 인심으로 꽉 채워지기를 바라며 휘영청 뜬 보름달을 그려본다. 그저 한가위만 같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팔딱거리는 새우, 물 좋은 해산물이 어수선하지만 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을 잡고 정취를 맛보게 한다. 한간위를 앞둔 대전 오정동 농수산물시장은 살아 숨쉬고 있다.
팔딱거리는 새우, 물 좋은 해산물이 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추석 명절을 앞둔 대전 오정동 농수산물시장은 살아 숨쉬며 한가위 정취를 맛보게 한다.(사진=추억의 뜰 제공)/한국관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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