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사람사는 이야기] 명품
[김경희의 사람사는 이야기] 명품
  • 한국관세신문
  • 승인 2019.11.2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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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자국 선명한 현대미술관! 자작나무의 노란 잎은 오히려 더 선명한 채도로 깊은 가을을 알렸다. '광장'은 통한의 역사를 담은 그림전시다. 비애에서 벗어나 희망을 보는 건 미술관 앞산의 오색단풍이 주는 선물이다.
빗자국 선명한 현대미술관! 자작나무의 노란 잎은 오히려 더 선명한 채도로 깊은 가을을 알렸다. '광장'은 통한의 역사를 담은 그림전시다. 비애에서 벗어나 희망을 보는 건 미술관 앞산의 오색단풍이 주는 선물이다.

'양재'에서 10분을 달려 경마장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과천 현대미술관에 도착했다.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에 을씨년스러웠지만 단풍의 채도는 오히려 그 빛을 더했다. 

오래된 과천 현대미술관이 주는 위용은 한결같았다. 

은행나무 사이길을 지나면 노란 융단이 깔린 길을 달리는 운치에 젖었다.

주차장에 다달아 감탄은 이내 내려놓아야 했다.

차창밖은 빗줄기가 쏟아져 우산 찾는 손길이 급해졌다.

우산을 써도 들이치는 빗방울에 말로만 듣던 명품 가방의 비애를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가방을 가슴에 안고 옷은 적신 채 100미터를 단숨에 달렸다.

7센티 굽 구두로도 가능했던 건 가방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2천원 티켓으로 전관을 돌며 '광장'이라는 작품을 만났다. 광장에서 벌어진 통한의 역사에 애닳았다. 

1950년부터 2019년까지 광장에서 벌어진 수많은 이야기들이다. 그림앞에서 발길을 멈추고 그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응노 화백의 '군상'까지 덤으로 만나 전시장 투어는 만족스러웠다.

나오는 길, 비는 아직 그칠줄 몰랐다. 가방을 가슴에 안고 그 빗길을 또 쏜살같이 달렸다.

내리치는 빗줄기에 가방은 속수무책이었다. 온몸으로 끌어안고 차에 도착했다.

가죽에 스며든 빗자국을 한 방울도 놓치지 않고 닦아주었다. 한낱 가방에 쏟는 정성에 혹자는 어이없다는 말로 일축할 수 있다.

감탄과 간절함이 베인 존재가 있다. 비에 젖은 만추의 가을색도 명품이다. 작가들의 투혼이 담긴 작품들도 명품이다.

장인의 한 땀 한 땀이 만들어낸 가방도 명품이다. 그래서 값을 놓고 따져물을 수 없는 그 가치를 '명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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