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사람사는 이야기] 코로나에 맞선 마음 방역... 봄이 스르륵 찾아왔다
[김경희의 사람사는 이야기] 코로나에 맞선 마음 방역... 봄이 스르륵 찾아왔다
  • 한국관세신문
  • 승인 2020.04.23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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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 속 훈훈한 미담이 드러나고 있다
대전 대덕구 자원봉사센터 가족봉사단
"부모와 아이들의 봄 선물이 도착했다"

 

김경희 작가(추억의 뜰)/한국관세신문
김경희 작가(추억의 뜰)/한국관세신문

 

두 팔 벌려 마냥 기뻐할 수 없지만 마음에 핀 꽃은 날마다 한 뼘 씩 자라고 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애석한 명제아래 우리의 일상은 주눅들어있다.

겨울의 끝에 쓰나미처럼 우리 사회를 집어 삼킨 코로나는 봄이 오는 길목도 막아버리고 동작그만이라는 구호로 우리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갈수 없는 상상 밖의 돌발 상황에 적응이 쉽지 않았다. 3개월 전에는 폭풍 같은 쓰나미를 속수무책으로 맞고만 있었지만 우리는 일상을 회복하면서 확진자를 줄이고 숨통을 열고 있다.

곤경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찾기 시작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혼돈에 갇혀 무작정 숨어있을 수만은 없었다. 상처 속에서 훈훈한 미담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동약자들과 기저질환자들은 더 큰 곤경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게 위로가 되는 활동들이 하나씩 늘어나면서 우리는 차츰 회복의 길로 들어섰다.

물리적인 거리는 2미터이지만 마음의 거리는 나에서 우리로 좁혀 나갔다. 그 마음들을 실천하는 따뜻한 가족 봉사단의 이야기가 마음의 백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대전 ‘대덕구 자원봉사센터’에서는 ‘봄 쓰루’ 라는 이름으로 센터에 소속된 가족봉사단의 부모와 아이들이 봄 선물을 들고 외출이 두려운 어르신들과 기저질환자들을 찾았다.

대면이 어려운 여건이라 ‘드라이브 쓰루’ 형식을 빌렸고 간혹 문을 열어 선물을 받아주시는 분들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사만 나눈 채 뒤돌아 나왔지만 주는 기쁨이 더 컸던 나눔이었다. 대덕구 자원봉사센터는 봄나물 봄꽃들 먹거리들을 선물로 준비하고 가족봉사단을 기다렸다.

대전 대덕구 자원봉사센터 '봄 쓰루' 가족봉사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초등학교 3학년 무겸(왼쪽)군과 고등학생 진우 군/한국관세신문

봄나물 봄꽃 등은 코로나로 위축된 지역 상권에도 작은 도움이 되었다. 가족봉사단은 자원봉사센터에서 준비해준 선물 외에 집에서 그 가정이 보탤 수 있는 선물을 또 준비했다.

초등학교 3학년 무겸이는 엄마와 같이 견과류 파이를 굽고 선물을 하나라도 더 넣고 싶은 마음에 선물 꾸러미 부피를 늘려갔다. 아빠도 방풍 나물을 조물조물 무치는 꽃 손으로 온정을 담았다. 고등학생 진우는 손 편지까지 덤으로 얹어 봄으로 꽉 찬 선물을 만들었다.

지역의 작가들과 가족들이 ‘굿 바이 코로나’ 라는 액션 페인팅으로 분홍빛 꽃비를 내려 보내며 코로나가 물러가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한 폭의 봄을 완성했다. 가족 봉사단은 구청에서 받은 기저질환자와 어르신 명단을 받고 그 분들의 집으로 향했다.

가족봉사단은 '굿바이 코로나'의 마음을 담아 한 폭의 봄을 완성했다. 

대면인사가 낯설어진 분들은 현관 앞에 선물을 두고 왔다. 문을 열어 감사를 전하는 어르신들께는 수줍은 미소도 같이 배달했다. 대면이 어려워 문 앞에 선물꾸러미를 놓고 나오면서 직접 전달 못한 아쉬움은 컸지만 마음을 전달한 발걸음에는 힘이 실렸다.

대면하지 못한 분들이 감사의 마음을 뒤늦게 전화로 전해 올 때의 감동은 더 커졌다. 온 가족이 어려운 이웃을 직접 찾아나서 선물을 드리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코로나 19가 아니었다면 경험하지 못할 일들이 다시 또 아이들에게 선물로 다가왔다.

어려운 여건에서 작은 선물을 나누며 마음을 주고받는 일은 결국 나에게 가장 큰 기쁨이며 힘이 된다. 온 가족이 참여한 ‘봄 쓰루 ’봉사. 마음처럼 봄이 스르륵 찾아와 가슴에 꽃 한 송이 피어올랐다.

선물로 준비했던 후리지아 향기가 이웃의 마음과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배어있어 모두에게 큰 위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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