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 美 행정부 정책방향 관찰 필요
日 안보 우려가 확실한 경우 美에 협력
미국 정부가 전 세계 통신장비·서비스 시장에서 중국 기업을 퇴출시키기 위해 추진 중인 이른바 '깨끗한 네트워크(Clean Network) 구상에 대해 일본 측이 '불참' 의사를 밝혔다고 16일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이날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 "모테키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이 지난 6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틀엔 참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미 정부는 지난 6월부터 자국은 물론 전 세계 우방·동맹국 등 주요 국가들의 △5세대(5G) 이동통신망 구축을 비롯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해저 광케이블 관련 사업 및 시장에서 화웨이(華爲)·중싱(中興)통신(ZTE) 등 중국 기업을 전면 퇴출하는 '깨끗한 네트워크' 구상을 추진중이다.
회웨이 등 중국 기업이 △중국 공산당 및 군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이들이 개발·판매하는 통신장비·소프트웨어를 통해 이용자의 주요 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도 그동안엔 자국 5G 통신망 사업 수주 대상에 화웨이를 포함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미국 측 요구에 협조해온 상황이다.
그러나 모테키 외상은 폼페이오 장관과의 이번 회담에선 "현재의(깨끗한 네트워크) 계획엔 참여하기 어렵다"면서 "계획이 수정돼야지만 참여 여부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요미우리는 일본 정부가 자칫 "미중 갈등에 휘말려 중국을 자극하게 될까봐" 참가를 보류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일본 기업들은 중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 의존도가 현재 미국보다 높다는 등의 이유로 그간 진행돼 온 미·중 간 무역전쟁에 대해서도 상당한 우려를 표명해왔다.
일본 정부 관계자도 지난달 세계무역기구(WTO)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 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조치에 대해 "국제무역규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실을 들어 "일본이 미국의 '중국 배제'에 동참하면 마찬가지로 WTO에 제소돼 패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때부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일(訪日)을 추진해온 상황에다, 일본 내에선 "내달 3일(현지시간) 미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할 경우 미국의 대중 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모테키 외무상은 일본 측의 이 같은 우려를 폼페이오 장관에게 상세히 설명했다고 한다. 다만 그는 '안보상 우려'가 확실한 경우엔 미국과 협력해 대처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6일 모테키 외무상 주재로 열린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외교장관 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쿼드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중국 공산당으로부터의 위협에 함께 맞서자"고 역내 동맹국들을 독려했으나 일본 등 다른 국가들로부터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