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사람사는 이야기)부모님 자서전으로 감사 나눈 가족이야기...어버이날 뭉클한 헌정
(김경희의 사람사는 이야기)부모님 자서전으로 감사 나눈 가족이야기...어버이날 뭉클한 헌정
  • 한국관세신문
  • 승인 2019.05.08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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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시절 수재였지만 대학포기후 36년간 소목수로 성실하게 살아,
자식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부모님께 자서전 만들어 어버이날 선물
김경희 작가
김경희 작가ⓒ한국관세신문

 

아버지의 눈물, 대전 용운동 배 선생님 댁의 특별한 어버이날 선물이다. 자녀들이 준비한 부모님 자서전 출간기념회. 넷째딸이 부모님 자서전을 만들어 집에서 특별한 어버이날 선물을 준비했다. 자서전의 본문 발췌.

“앗 “

여기저기서 들리는 비명소리, 아 어디서 들리는 소린지 공포에 질렸을 순간, 내 머리 위에서 뚝뚝 흘러내리는 선혈. 아 이런, 그 총소리는 다름 아닌 바로 내 머리통을 스쳐간 총소리였다. 그제야 머리통이 터질 듯이 아파왔다. 내가 죽었을지 모른다며 난리법석인 아이들을 등진 채 병원으로 실려 갔다.

아 내 팔자야, 여섯 살 무렵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동생도 어린 나이에 죽고 혼자 너무나 외롭고 고독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는데 이건 또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이제 죽음까지 코앞에 왔다. 난 총을 맞은 것이었다. 선배의 총기 오발사고였다. 과연 살 수 있을까, 차라리 죽고 싶었다.

너무 무섭고 떨렸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나처럼 기막힌 운명을 가진 사람이 또 있을까 목숨이 경각에 다다른 그 와중에 비참하리만큼 처절한 내 운명이 가엾기보다 오히려 지겨웠다. 어른들이 주고받는 얘기들이 어렴풋이 들렸다.

“뇌에 총을 맞았어요, 눈을 스쳤는데 실명은 되지 않을까요?

뇌에 맞았으니 만에 하나 살아도 바보를 면치 못할텐데요.”

아, 정신은 혼미하지만 귓가에 고스란히 전해오는 어른들의 절망스런 이야기들, 머리통이 깨지는 아픔보다 이 나이에 이렇게 죽는구나, 만에 하나 살아도 바보가 되겠구나, 어린 나에게 너무나 가혹한 운명이었다. 차라리 삶을 포기하고 싶었다.

나를 염려하는 어른들의 소리는 아득히 멀어져 가고 내 눈에 비치는 병원 천장도 희미 해져갔다. 그 후로 나는 나흘 만에 깨어났다.

 

인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 선생님은 유년시절 하나밖에 없는 동생을 잃고 어린 아들을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던 어머니마저 화병으로 26살에 돌아가셨다. 중학 학도병시절 선배의 총기 오발 사고로 한쪽 눈을 실명했다.

불행이 불씨를 붙이며 밀려온다는 말을 실감하며 사춘기를 보냈다. 절망스러웠지만 삶의 의지를 놓지 않았다. 큰 사업만 관심 있던 아버지. 6.25후 코리아헤럴드 사환으로 근무할 당시, 성실함을 인정받아 코리아헤럴드 지사장이 미국으로 같이 가자고 제안했지만 그건 바로 부자간의 절연이라 아버지를 두고 갈 수 없었다.

고교시절 수재였지만 대학진학을 포기했다. 소목수의 길에 입문하며 36년간 소목수로 근면 성실했다. 처절하게 외롭던 혼자에서 7남매의 아름다운 숲을 이뤘다. '안나와 레나도의 고백', 넷째 딸이 부모님 자서전을 만들어 어버이날 선물을 했다.

집에서 출간기념회를 가져 손주들에게도 배 선생님은 친필 사인으로 책을 나눠주셨다. 온 가족이 뭉클한 감동에 다들 눈시울을 붉혔다.

아버님은 “소목수로 평범하게 살아온 별 것 아닌 내 인생을 책으로 만들어주다니 고맙구나. 잘 살아온 거 같아 뿌듯하구나. 내 책을 선물로 받을 줄 꿈도 못 꾸었다. 이런 날이 있구나.”

7남매가 부모님께 감사편지를 썼다. 아들 며느리 손주들까지. 아름다운 이야기. 소목수는 그렇게 울창한 가족의 숲을 이뤘다. 사람 책인 어르신들의 삶, 어르신은 여든 넘어 책 한권을 낳았다. 우리 부모님들의 인생이 우리 민초들의 역사다.

부모님께 지난 삶의 자부심을 심어드린 자서전 출간 기념회, 자식들의 아름다운 기획에 더 따뜻한 어버이날이 되었다.

 

부모님 자서전 출간을 위해 7남매가 부모님께 감사편지를 썼다. 아들 며느리 손주들까지. 책출간이 있던 날 온 간족이 모여 화목한 가족사진을 찍었다.(사진=한국관세신문)
부모님 자서전 출간을 위해 7남매가 모두 부모님께 감사편지를 썼다. 아들 며느리 손주들까지. 책 출간이 있던 날 온 간족이 모여 화목한 가족사진을 찍었다.(사진=한국관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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