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에 움직인 베트남…지식재산권 특별단속 나섰다
불법복제·짝퉁·전자상거래 집중 단속…“첨단산업 국가 되려면 신뢰부터 확보해야”
[ 정도현기자-호치민.하노이 ]
베트남 정부가 전국 단위 지식재산권(IP) 특별단속에 돌입했다.
온라인 불법복제 사이트부터 위조상품·짝퉁 유통,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까지 전방위 단속에 나서면서, 이번 조치가 단순한 ‘짝퉁 단속’을 넘어 미국의 통상 압박 대응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미국이 베트남을 ‘지식재산권 우선 감시국(Priority Watch List)’으로 재지정한 직후 나온 조치라는 점에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베트남 정부, 5월 전국 특별단속 지시
베트남 정부와 산업무역부(MOIT)에 따르면 베트남은 5월 한 달간 다음 분야를 대상으로 특별 단속을 실시한다.
- 온라인 불법 스트리밍
- 영화·음악 저작권 침해
- 위조 브랜드 제품
- 전자상거래 가짜상품 유통
- 기업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
- 중국산 위조상품 우회유통
베트남 총리는 최근 관계부처 회의에서 지식재산권 침해와 위조상품 문제를 강력히 차단하라고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단속에는 공안부, 세관총국, 시장감시국, 정보통신부, 지방정부 등이 동시에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美 “IP 보호 미흡”…베트남 향한 압박 강화
배경에는 미국의 통상 압박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연례 보고서를 통해 베트남을 다시 ‘지식재산권 우선 감시국’ 명단에 포함시켰다.
미국은 그동안 베트남에 대해:
- 온라인 불법복제 사이트 확산
- 위조상품 유통
- 저작권 침해
- 중국산 짝퉁 우회수출 문제
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특히 미국 내부에서는 중국산 제품이 베트남을 경유해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미국 상무부는 최근:
- 태양광 패널
- 철강
- 전자부품
- 일부 소비재
등에 대해 베트남 우회수출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입장에서는 IP 문제가 통상 문제로 확대되고, 다시 관세 리스크로 연결될 가능성을 가장 경계하는 분위기다.
“첨단산업 국가 되려면 IP 보호 필수”
베트남 정부가 이번 단속에 적극 나서는 또 다른 이유는 첨단산업 투자 유치다.
현재 베트남은:
- AI
- 반도체
- 데이터센터
- 디지털 콘텐츠
- 소프트웨어 산업
등을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 Samsung Electronics
- Intel
- NVIDIA
- Apple 공급망 기업
등 글로벌 기술기업 투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문제는 지식재산권 보호 수준이 낮을 경우 첨단기업 유치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호치민의 한 한국계 IT기업 관계자는
“반도체·AI 기업은 기술유출과 저작권 문제에 매우 민감하다”며
“이제 IP 보호 수준 자체가 투자 결정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전자상거래 분야 집중 단속
이번 단속의 가장 큰 특징은 온라인 분야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베트남 정부는:
- 불법 영화·드라마 사이트
- 해적판 게임 플랫폼
- SNS 기반 가짜상품 판매
- 전자상거래 위조상품 유통
등을 중점 감시 대상으로 지정했다.
특히 TikTok Shop, Shopee, Facebook 기반 온라인 판매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가짜상품 유통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트남 현지 시장조사업계에서는
“전자상거래 성장 속도에 비해 IP 보호 체계는 아직 뒤처져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공급망 국가” 넘어 “신뢰 국가” 시험대
전문가들은 이번 단속을 단순한 사법 이슈로 보지 않는다.
핵심은 베트남이 ‘세계의 공장’을 넘어 ‘첨단 공급망 국가’로 올라설 수 있느냐는 국제 신뢰의 문제라는 분석이다.
실제 글로벌 기업들은 최근 투자 판단 기준으로:
- 공급망 투명성
- 원산지 관리
- 기술보호
- ESG 기준
- 데이터 보안
등을 더욱 중요하게 보고 있다.
과거에는 “값싼 생산기지”가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기술과 지식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국가인가”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베트남의 다음 경쟁력은 ‘저임금’이 아니라 ‘신뢰’”
베트남은 지난 10년 동안 중국을 대체하는 제조기지로 빠르게 성장해 왔다.
그러나 AI·반도체·디지털경제 시대로 넘어가는 지금, 세계는 베트남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 공급망은 투명한가
- 기술은 보호되는가
- 위조상품은 통제 가능한가
- 글로벌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다.
결국 이번 IP 특별단속은 단순한 위조상품 단속이 아니다.
베트남이 ‘저가 생산국’에서 ‘첨단산업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국제 신뢰 테스트의 성격이 더 강하다.
그리고 그 시험대는 지금, 미국의 통상 압박 속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 정도현 기자는 2000년부터 중국 베이징·광저우, 2019년부터 베트남 호치민에서 활동 중인 중국·동남아 전문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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