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신화 끝?…베트남은 지금 김상식 시대”

“한류 다음은 축구였다…베트남 흔드는 김상식 효과” “박항서가 문 열었다면…김상식은 베트남 축구 체질 바꾼다”

2026-05-11     정도현 기자
박항서가

[정도현기자ㅣ호치민.하노이]

“박항서 이후 베트남 축구는 끝났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베트남 축구계 안팎에서는 이런 평가가 적지 않았다.

박항서 감독 시절 베트남은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이뤘다.

2018 AFF 스즈키컵 우승, U-23 아시아선수권 준우승, 동남아 최강 이미지 구축.

베트남 축구 역사 전체를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세대교체는 지연됐고 조직력은 흔들렸다.
박항서 체제의 강점이었던 투혼과 압축 수비는 상대들에게 분석되기 시작했고, 베트남 축구는 한동안 방향성을 잃었다.

“박항서 이후의 베트남.”

사실 이 과제가 더 어려웠다.

그런데 최근 베트남 축구 분위기가 다시 달라지고 있다.

중심에는 김상식 감독이 있다.


“투혼 축구”에서 “현대 축구”로…김상식의 실험

김상식 감독 부임 초기 분위기는 냉담했다.

베트남 축구팬들조차:

“왜 K리그 감독 경험만 있는 인물이 대표팀을 맡느냐”

는 의구심을 적지 않게 드러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박항서 감독 시절 베트남 축구가:

  • 강한 정신력
  • 수비 조직력
  • 희생 축구

를 중심으로 움직였다면,

김상식 감독 체제에서는:

  • 전방 압박
  • 빠른 공수 전환
  • 체계적 빌드업
  • 공격 템포 강화

등 현대적 축구 색채가 짙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베트남의 A매치 흐름 역시 안정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경기 내용이다.

예전처럼 “버티는 축구”가 아니라, 점유율과 압박을 통해 경기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베트남 축구 내부에서는 벌써:

“이제는 동남아를 넘어 아시아 중위권 국가들과도 싸울 수 있다”

는 기대감까지 나오고 있다.


2027년

베트남이 김상식을 높게 평가하는 진짜 이유

흥미로운 부분은 따로 있다.

베트남이 김상식 감독에게 기대하는 것은 단순한 전술 능력만이 아니다.

오히려 현지에서 더 높게 평가받는 부분은:

“현지화 능력”

이라는 평가가 많다.

최근 베트남 스포츠계에서는:

  • 권위주의적 지도 방식
  • 강압적 훈련 문화
  • 단기 성과 중심 외국인 감독 운영

에 대한 피로감이 상당했다.

반면 김 감독은:

  • 선수단 소통
  • 감정 관리
  • 팀 분위기 안정
  • 젊은 선수 적극 기용

에 집중하며 팀 문화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트남 현지 언론이 최근 “김상식 매직”이라는 표현까지 쓰기 시작한 배경이다.

특히 젊은 선수단 내부에서 감독 신뢰도가 높다는 점은 향후 세대교체 과정에서도 중요한 변수로 평가된다.


한국과의 맞대결…베트남이 열광하는 이유

이번 2027 AFC 아시안컵 한·베 맞대결은 단순한 축구경기가 아니다.

베트남 입장에서 한국은 특별한 존재다.

  • 가장 배우고 싶은 축구 선진국
  • 가장 많은 한국 지도자가 활동한 나라
  • 가장 성공적인 스포츠 협력 모델

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베트남 축구 현대화 과정 자체가:

“K-축구 시스템 수입”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홍명보의 한국 vs 김상식의 베트남

구도는 단순한 국가대항전 이상의 상징성을 가진다.

특히 김 감독이 최근:

“감독 인생 최고의 도전이다. 결코 피하지 않겠다”

고 밝힌 부분은 베트남 언론에서도 크게 조명됐다.

현지 분위기는 흥미롭다.

“한국은 여전히 두렵다.”

그러나 동시에:

“그래도 지금 베트남은 예전과 다르다”

는 자신감도 공존한다.

이 미묘한 감정 변화 자체가 지금 베트남 축구 수준을 보여준다.


이제 베트남 축구는 ‘동남아 팀’이 아니다

과거 베트남 축구의 목표는 태국을 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최근 베트남 축구협회와 스포츠 산업은:

  • 유소년 육성 시스템
  • 데이터 분석
  • 스포츠 과학
  • 해외 진출 프로젝트
  • 귀화 정책
  • 일본·한국형 클럽 운영 시스템

까지 본격적으로 연구 중이다.

실제로 베트남에서는 최근:

  • 축구 아카데미 투자 확대
  • 기업형 구단 운영 강화
  • 스포츠 콘텐츠 시장 성장
  • 광고·팬덤 산업 확대

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축구가 단순 스포츠를 넘어:

“국가 브랜드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현재 가장 상징적인 인물이 바로 김상식 감독이다.


박항서가 ‘희망’을 만들었다면…김상식은 ‘체질 변화’를 시도한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국민에게 심어준 것은:

“우리도 할 수 있다”

는 자신감이었다.

반면 김상식 감독은 지금:

“이제 어떻게 강팀이 될 것인가” 를 실험하고 있다.

이 차이는 작지 않다.

베트남 축구는 더 이상:

  • 동남아 약체의 반란
  • 일회성 돌풍

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한국과 일본처럼:

  • 지속 가능한 시스템
  • 산업화된 축구 구조
  • 장기적 국가대표 경쟁력

을 원하고 있다.

그래서 2027 아시안컵 E조는 단순한 조별리그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 베트남 축구가 어디까지 올라왔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에 가깝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또 한 명의 한국인 지도자가 서 있다.


■ 정도현 기자는 2000년부터 중국 베이징·광저우, 2019년부터 베트남 호치민에서 활동 중인 중국·동남아 전문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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