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워크퍼밋 강화”… 한국 기업들 긴장하는 이유
“워크퍼밋 심사·원산지 검증·디지털 통합… 한국 기업들 ‘과거 방식 안 통한다’” “투자 유치보다 노동관리… 베트남, 외국인 고용정책 대전환”
[정도현 기자 | 호치민·하노이]
최근 호치민 진출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 있다.
“이제 베트남 워크퍼밋도 중국처럼 간다.”
한동안 외국인 투자 유치에 집중했던 베트남이 2026년 들어 외국인 노동 관리 체계를 빠르게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워크퍼밋 심사 강화 ▲서류 검증 확대 ▲아포스티유(Apostille)·영사확인 의무 강화 ▲외국인 전문성 검증 ▲디지털 행정 통합 등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현지 진출 한국 기업들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최근 시행된 ‘Decree 219/2025/ND-CP’는 베트남 외국인 노동 정책의 방향 자체를 바꾸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트남 내 외국인 노동자 규모도 이미 상당 수준이다.
베트남 내무부(Ministry of Home Affairs)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베트남 내 외국인 노동자는 약 16만1992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한국인은 약 18.3% 비중으로 중국(30.9%) 다음으로 많은 외국인 노동 그룹으로 나타났다.
현지 한국 HR 업계에서는 실제 워크퍼밋 심사 체감 강도가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은 KOTRA 베트남 무역관과 현지 한인 경제단체 자료 등을 종합하면 약 9200개 수준으로 추산되며 (2026년 1분기 기준) , 베트남 거주 한국인은 약 17만8000명 규모로 알려져 있다 (2026년 1분기 기준) .
가장 큰 변화는 절차 통합이다.
기존에는 외국인 채용 승인과 워크퍼밋 신청을 각각 별도로 진행했지만, 이제는 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행정 간소화다. 하지만 현장의 체감은 다르다.
호치민의 한 한국계 제조업체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절차는 단순해진다고 하지만 실제 심사는 훨씬 까다로워졌다.”
실제 올해 들어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서류 검증’이다.
베트남 당국은 최근 학위, 경력증명, 범죄경력, 직책 증빙, 기술자·전문가 자격 등에 대한 검증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최근 호치민 HR 업계에서는 “워크퍼밋의 절반은 서류 인증 싸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특히 ▲전문가(Expert) ▲기술자(Technical Worker) ▲관리자(Manager) ▲Executive Director 등에 대한 분류 심사가 상당히 엄격해졌다는 평가다.
과거 비교적 유연하게 인정되던 ▲명목상 관리자 ▲형식상 전문가 ▲실제 업무와 다른 직책 등이 점점 통하지 않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현지 HR 업계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직함보다 실제 업무 내용과 전문성을 더 본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부분은 ‘문서 인증 강화’다.
최근 베트남은 졸업증명서, 경력증명서, 범죄경력증명서 등에 대해 공증·번역·아포스티유·영사확인 요구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 아포스티유(Apostille)는 해외에서 사용하는 공문서가 ‘정식 공문서’임을 국제적으로 인증해주는 제도다.)
실제 현지 컨설팅 업계에서는 워크퍼밋 지연 사례 상당수가 서류 인증 문제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일부 분야는 오히려 유연해졌다.
새 제도에서는 ▲90일 이하 단기 전문가 ▲기술 지원 인력 ▲프로젝트 단기 투입 인력 등에 대한 워크퍼밋 면제 범위가 확대됐다.
특히 IT, 공장 셋업, 기술 유지보수, 컨설팅 분야 기업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방향은 분명하다.
과거 베트남이 외국인 투자 유치와 해외 인력 확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노동시장 보호 ▲외국인 전문성 검증 ▲디지털 행정 관리 ▲세수 및 체류 관리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베트남 정부는 외국인 노동 관리 권한까지 지방정부와 산업단지 관리위원회로 세분화하며 현장 관리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행정 강화라기보다, 과거 중국이 외국인 노동·투자 관리를 강화하던 흐름과 상당히 닮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제는 아직도 일부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을 과거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사람부터 보내고 보자”는 식의 운영 방식이 점점 리스크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제조업·건설·물류·서비스업 중심 한국 기업들은 이제 ▲조직도 ▲실제 직무 ▲급여 수준 ▲경력 연관성 ▲현지 인력 대체 가능성까지 보다 정교하게 준비해야 하는 시대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트남이 지금 바꾸고 있는 것은 단순한 워크퍼밋 절차가 아니다.
‘외국인 인력 유치 국가’에서 ‘외국인 노동 관리 국가’로의 구조 변화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 정도현 기자는 2001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 광저우에서, 2019년부터 현재까지 베트남 호치민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베트남 전문 기자다. 호치민 한상 및 한인사회에서 고문·부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동남아·중국 경제·산업 분야를 집중 취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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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에는 한국관세신문 협력사인 JM&L Partners 임재환 미국변호사의 자문이 반영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