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통관 행정 대수술…인허가 권한 지방 이양, 한국기업 대응 달라진다

베트남 수출입 행정 분권화 본격화…통관·원산지·화학물질 관리 변화 예고 무역 9200억 달러 시대, 베트남 행정개혁 본격화 한국 제조·물류기업은 지역별 통관 리스크 점검 필요

2026-06-04     정도현 기자
베트남

[정도현 기자 | 호치민·하노이]

베트남 정부가 통관·수출입 관련 인허가 권한을 지방정부로 대폭 이양한다.

겉으로는 행정개혁이지만 실제로는 베트남 진출 한국기업의 통관·물류·원산지 관리 체계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특히 화학물질, 위험물, 수출입 허가, 원산지증명(C/O) 발급 업무가 지방정부로 분산되면서 기업들은 이제 하노이뿐 아니라 각 성·시 정부의 행정 관행까지 관리해야 하는 시대를 맞게 됐다.

베트남 산업무역부는 최근 통지 26/2026/TT-BCT를 발표하고, 산업무역부 소관 8개 분야의 행정절차를 축소·간소화·분권화하기로 했다. 이 통지는 2026년 5월 29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대상 분야는 산업용 폭발물 및 폭발물 전구체, 광물, 담배 생산·유통,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수출입, 화학, 위험물 운송 등이다.

겉으로 보면 행정절차 정비다.
그러나 현장에서 보면 베트남식 통관 행정의 방향 전환이다.

중앙 부처가 모든 것을 들고 있던 방식에서 벗어나, 지방 성·시 인민위원회가 더 많은 권한을 갖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베트남에 공장을 둔 한국 제조기업, 물류기업, 무역회사 입장에서는 단순한 행정 뉴스가 아니다. 앞으로 통관·물류·원산지·위험물·화학물질 관리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신호다.


"베트남식 중앙집권 통관체계에 변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수출입 분야다.

이번 조치에 따라 중국·라오스·캄보디아 화물이 베트남 영토를 통과하는 일반 화물의 통과 허가 권한이 대부분 성급 인민위원회로 내려간다. 다만 산업용 폭발물처럼 위험성이 높은 특수 화물은 기존처럼 산업무역부 수출입국이 접수·처리한다.

이는 베트남의 지리적 특성과 맞닿아 있다.

베트남은 북쪽으로 중국, 서쪽으로 라오스·캄보디아와 국경을 맞댄다. 중국 광시·윈난에서 출발한 화물은 베트남 북부 국경을 거쳐 하이퐁항이나 하노이 산업권으로 들어오고, 라오스·캄보디아 화물은 중부·남부 육로를 통해 베트남 항만으로 이동한다.

예를 들어 중국 광시성에서 출발한 전자부품이 베트남 북부 박닌·박장 산업단지로 들어오거나, 라오스·캄보디아를 경유한 농산물·원자재가 베트남 남부 항만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과정에서 통과 허가가 중앙부처에 집중돼 있으면 서류 처리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지방정부가 직접 처리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현장 처리 속도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반대편 리스크도 있다.
하노이에서 처리하던 기준이 각 성·시로 내려가면, 지역별 해석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같은 서류라도 랑선성, 꽝닌성, 하이퐁시, 호치민시, 떠이닌성에서 적용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 기업이 주목해야 할 대목은 바로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와

"무역 9000억 달러 시대, 속도가 경쟁력"

베트남이 행정절차를 줄이려는 배경에는 폭발적으로 커진 무역 규모가 있다.

베트남의 2025년 총 수출입액은 약 9200억 달러로 추산됐다. 이는 한국의 연간 무역 규모(약 1조3000억 달러)의 약 70% 수준으로, 인구 1억 명 국가인 베트남이 이미 세계 20위권 무역국으로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수출은 4705억9000만 달러, 수입은 4494억1000만 달러였고, 무역수지는 약 212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베트남은 10년 연속 무역흑자를 이어갔다.

2026년 들어서도 무역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베트남의 2026년 1~4월 수출은 1685억3000만 달러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외국인투자기업, 즉 FDI 기업의 수출은 1348억80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의 약 **80%**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베트남은 71억1000만 달러 무역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수입 증가 속도가 수출 증가보다 더 빨랐기 때문이다.

이 수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베트남 경제는 이미 내수 중심 경제가 아니다. 수출입이 경제의 핵심 엔진이다.

삼성전자, LG, 효성, 포스코, 롯데, CJ, LS, 한화 등 한국 기업을 포함한 외국계 제조기업들은 베트남 수출 구조의 중심에 있다. 부품을 들여와 베트남에서 조립·가공한 뒤 미국·유럽·한국·중국·일본으로 다시 수출하는 구조다. 이 구조에서는 통관 하루, 원산지 증명 하루, 위험물 허가 하루가 곧 비용이다.

베트남 정부가 행정절차를 줄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역 규모는 9000억 달러를 넘어섰는데 행정 시스템이 과거 방식에 머물러 있으면, 베트남의 제조 경쟁력 자체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26년

"원산지증명(C/O) 발급도 지방정부로"

이번 조치에는 원산지증명서, 즉 C/O 관련 변화도 포함됐다.

베트남 산업무역부는 베트남-UAE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체계 안에서 사용되는 UAE-VN 양식 원산지증명서 발급 권한도 성급 인민위원회로 분권화했다.

원산지증명서는 단순한 서류가 아니다.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르는 핵심 문서다.

예를 들어 베트남에서 생산된 섬유, 전자부품, 식품, 소비재가 UAE로 수출될 때 해당 협정의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면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C/O 발급이 늦어지면 수입국 통관이 지연되고, 바이어 클레임이나 보관료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기업에도 간접 영향이 있다.
베트남에서 생산해 중동으로 수출하는 한국계 제조기업, 베트남 법인을 통해 제3국 수출을 하는 한국 무역회사, 베트남산 제품을 글로벌 플랫폼에 공급하는 기업들은 원산지증명 처리 속도에 민감하다. 특히 최근 한국 기업들은 베트남을 단순 생산기지가 아니라 미국·EU·중동·아세안 수출 허브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원산지 행정의 지방 분권은 기업 실무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박닌·타이응우옌 공장에서 생산한 스마트폰과 전자부품을 하이퐁항을 통해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하이퐁 생산기지를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운영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통관 서류 처리 하루, 원산지증명 발급 하루가 물류비와 재고비용 증가로 직결된다.


"화학·위험물 관리 권한 확대"

이번 통지에서 한국 제조기업이 특히 봐야 할 부분은 화학 분야다.

베트남 정부 발표에 따르면 화학물질 저장 서비스 조건 확인, 관련 증명서 발급·재발급·조정 업무도 지방정부 권한이 확대된다. 본사가 있는 지역 또는 화학물질 저장시설이 있는 지역의 성급 인민위원회가 서류 접수, 현장심사, 조건 확인, 증명서 발급을 맡는 구조다.

처리 기간도 명시됐다. 기업의 생산·영업·저장시설이 본사와 다른 지역에 있을 경우, 해당 시설 소재지 성급 인민위원회는 8영업일 이내 실제 조건을 점검하고 의견을 보내야 한다. 이후 접수 지방정부는 3영업일 이내 심사와 허가 절차를 처리한다.

이는 전자, 배터리, 섬유, 도금, 플라스틱, 식품가공, 화장품, 페인트, 접착제, 금속가공 기업에 중요하다. 이들 업종은 생산 과정에서 화학물질 또는 위험물 관리가 필수다.

예컨대 베트남 북부 박닌에 전자부품 공장을 둔 한국 기업이 별도 창고를 하이퐁에 운영한다면, 본사 소재지와 저장시설 소재지가 달라질 수 있다. 이런 경우 어느 지방정부가 어떤 서류를 요구하는지, 현장 점검 기준은 무엇인지, 소방·환경·화학물질 관련 허가가 서로 충돌하지 않는지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절차는 빨라질 수 있다.
그러나 준비가 부족한 기업에는 더 까다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광물 분야 일부 절차는 7영업일로 단축

광물 분야에서도 처리 기간이 줄었다.

베트남 정부 발표에 따르면 광물 채굴 관련 위험관리계획의 검사·평가·승인 기간은 유효한 서류 접수일로부터 7영업일로 단축됐다. 광물 채굴 안전기술 교육증명서 발급 절차도 단계별로 정리됐다. 지방정부가 3영업일 이내 검사 계획을 통보하고, 이후 3영업일 안에 검사를 진행하며, 검사 결과가 나온 뒤 3영업일 안에 증명서를 발급하는 방식이다. 재발급의 경우 유효 서류 접수 후 2영업일로 줄었다.

한국 기업과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베트남은 희토류, 보크사이트, 석회석, 건설용 골재, 산업광물 등 자원 개발과 인프라 건설 수요가 함께 움직이는 시장이다. 한국 건설사, 시멘트·소재기업, 배터리·부품기업은 베트남의 광물·소재 행정 변화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전자상거래·석유·담배 분야도 정비…‘보고서 행정’ 줄인다

이번 통지는 수출입뿐 아니라 전자상거래, 석유제품, 담배 유통 분야도 포함한다.

베트남 정부는 전자상거래와 석유제품 관련 일부 정기보고 조항, 더 이상 적합하지 않은 규정, 오래된 부속서와 양식을 폐지하거나 새 양식으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특히 담배 생산·유통 분야에서는 기존 통지에 붙어 있던 여러 부속서가 폐지되거나 간소화된 양식으로 바뀐다.

이는 베트남 정부가 기업의 ‘보고서 부담’을 줄이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은 “서류가 너무 많다”, “같은 내용을 여러 기관에 반복 제출한다”,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요구가 다르다”는 불만을 자주 제기해 왔다. 이번 조치는 이런 불만을 의식한 행정개혁 성격이 강하다.


중국-베트남

"한국기업, 이제 지방정부까지 관리해야"

이번 조치는 한국 기업에 분명 긍정적이다.

첫째, 통관·수출입 관련 일부 인허가 처리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둘째, 원산지증명 발급 권한이 지방으로 내려가면서 FTA 활용 실무가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셋째, 화학·위험물·광물 분야의 처리 기간이 명확해지면서 기업은 일정 관리가 쉬워질 수 있다.

하지만 숙제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지역별 집행 차이다. 베트남은 같은 법규라도 하노이, 호치민, 하이퐁, 다낭, 빈즈엉, 동나이, 박닌, 박장, 롱안 등 지역별로 해석과 처리 속도가 다를 수 있다. 중앙에서 지방으로 권한이 내려가면 기업 입장에서는 “하노이만 보면 되는 시대”가 끝난다.

앞으로는 공장 소재지, 창고 소재지, 항만 소재지, 국경 통과지별로 행정 대응 전략을 따로 세워야 한다.

예를 들어 호치민에 법인을 둔 한국 기업이 동나이에 공장, 롱안에 창고, 하이퐁항을 통해 수출입을 한다면 최소 3~4개 지방정부와 행정 접점이 생긴다. 서류상 본사는 호치민이지만 실제 점검은 동나이 또는 롱안에서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내부 법무·물류·통관 담당자가 각 지방정부의 요구 서류를 따로 관리해야 한다.


"규제완화 아닌 관리방식 전환"

이번 조치를 단순한 규제 완화로만 보면 안 된다.

베트남 정부는 행정절차를 줄이면서도 관리 권한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더 현장 가까운 곳으로 옮기고 있다. 즉, 규제를 푸는 동시에 집행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이 흐름은 최근 베트남 경제정책의 큰 방향과도 맞다. 베트남은 외국인투자 유치, 수출 확대, 글로벌 공급망 편입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전자상거래 수수료, 가짜 상품, 원산지 우회, 위험물 관리, 환경·화학물질 규제는 더 엄격하게 보려 한다.

속도는 높이고, 통제는 정교하게 한다.
이것이 2026년 베트남 행정개혁의 핵심이다.

한국 기업은 이 변화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통관이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만으로는 부족하다. 지방정부별 행정 관행, C/O 발급 절차, 화학물질 저장 허가, 위험물 운송 조건, 전자상거래 보고 의무까지 새로 점검해야 한다.

베트남 시장은 더 커지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 행정도 더 복잡하게 진화하고 있다.

이제 베트남에서 성공하는 기업은 단순히 제품을 잘 파는 기업이 아니다.
법규 변화를 빨리 읽고, 지방정부와의 실무 접점을 관리하며, 통관·원산지·물류 리스크를 비용으로 계산할 줄 아는 기업이다.

베트남은 지금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행정 시스템의 체질 개선에 들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하노이 중앙정부를 이해하는 것이 베트남 비즈니스의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공장이 위치한 지방정부와 항만, 물류 거점이 있는 성·시 정부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베트남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그리고 베트남 행정도 함께 진화하고 있다.

결국 앞으로 베트남에서 성공하는 기업은 제품만 잘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법규 변화와 지방정부의 움직임을 가장 먼저 읽는 기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