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메이드 인 코리아’ 둔갑 차단…지역 제조업 보호 나선다

지역 특화 제조품목 선정해 지자체·생산자단체와 상시 협력체계 구축 원산지 둔갑부터 탈세·짝퉁·우회수출까지 전주기 통합단속 시행

2026-10-29     이소영 기자
하유정

관세청이 저가 수입품의 국산 둔갑과 탈세, 위조상품 등 불공정 무역행위를 차단하고 지역 중소 제조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전방위 대책을 추진한다.

관세청은 10월 28일 ‘K-제조업 보호를 위한 전방위 대책’을 마련하고 오는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3개월간 전국 세관을 중심으로 특별단속과 기업 지원을 동시에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한 단속과 함께 지역 중소 제조기업의 현장 애로를 해소하고 성실 기업의 수출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관세청에 따르면 저가 수입품의 원산지를 국산으로 둔갑시켜 국내에서 유통하거나 해외로 수출하는 행위, 수입가격을 낮게 신고해 세금을 탈루하는 행위, K-브랜드 위조상품 유통 및 안전·품질 등 수입요건 회피 등이 국내 제조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관세청이 지난 6월 중소 제조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기업들은 원산지 둔갑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브랜드 이미지 하락 등의 피해를 호소했으며, 72.8%가 제조업 기반 유지를 위해 원산지표시 단속 강화가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관세청은 지역별 제조업 현황과 중소 제조기업 설문조사 결과, 지방자치단체 의견 및 불공정행위 적발 내역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지역 경제와 일자리를 책임져 온 ‘지역 특화 제조품목’을 선정하고 해당 품목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11월 중 본부·직할세관별로 관할 지방정부 및 생산자단체와 ‘K-제조업 보호를 위한 업무협약’을 순차적으로 체결한다. 이를 통해 지역 산업 현황과 업계 애로사항을 공유하고 관내 중소 제조기업에 필요한 지원사업을 발굴·연계할 방침이다.

특히 이번 특별단속에는 원산지표시 단속과 관세조사, 자유무역협정(FTA) 원산지검증, 위조상품 단속, 범칙수사 등 기존의 개별 단속수단을 연계한 ‘관세행정 통합단속’이 도입된다.

통합단속은 수입 완제품의 국산 둔갑이나 수입 원재료를 단순 조립·가공한 뒤 국산으로 유통하는 행위를 비롯해 저가 수입신고를 통한 세금 탈루, 안전·품질 등 수입요건 회피, FTA 원산지기준 미충족 물품의 특혜관세 부당 적용, K-브랜드 위조상품 유통, 외국산 물품을 한국산으로 가장한 우회수출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방식이다.

관세청은 부서 간 공조를 통해 복합적인 위반 혐의가 있는 업체의 위험요소와 조사방법을 사전에 협의하는 등 단속 공백을 방지할 계획이다. 수입 단계의 통관검사와 유통 단계의 단순 조립·가공물품 단속, 수출 단계의 우회수출 수사를 연계해 불법행위가 다른 단계로 이동하는 것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적발 사례도 제시됐다. 외국산 철강제 플랜지 반제품을 수입한 뒤 국내에서 가공하면서 국산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한국산으로 거짓 표시하고 국내 거래처에 납품한 사례가 2026년 대외무역법 위반 혐의로 적발됐다. 해당 물품의 규모는 57억원 상당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외국산 태양광 부품 140만 세트를 수입해 한국산으로 원산지를 거짓 표시하고 무역서류를 조작해 FTA 특혜관세를 부당하게 적용받은 뒤 한국산인 것처럼 외국으로 수출한 행위가 적발됐다. 해당 물품은 47억원 상당으로, 대외무역법과 관세법, FTA관세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관세청은 단속과 함께 성실한 지역 중소 제조기업에 대한 지원도 병행한다. 세관 수출입기업지원센터 등을 통해 FTA 활용 컨설팅과 원산지검증 대응, 해외 통관애로 해소 등을 지원하고, 협약기관과 지역 기업의 수요에 맞는 지원사업을 발굴·연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세청은 이번 특별단속을 통해 불공정행위로 왜곡된 가격경쟁을 정상화하고 성실 제조기업의 판로와 지역 고용기반을 보호하는 한편, 원산지 둔갑 유통과 우회수출, 위조상품 등을 차단해 K-브랜드의 신뢰도와 수출경쟁력을 지킨다는 방침이다. 원산지 세탁을 위한 경유지화를 차단해 통상 위험요소도 선제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진행되는 전국 단위 특별단속에서 적발된 업체에 대해서는 대외무역법에 따른 최대 3억원의 과징금과 형사처벌, 관세법 등에 따른 탈루세액 추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다. 단속 과정에서 확인된 제도개선 과제는 관계부처 등과 협의해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산 둔갑 등 불공정무역 행위는 관세청 누리집이나 밀수신고센터(국번 없이 125)를 통해 신고할 수 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포상금도 지급된다.

이종욱 관세청장은 “한국산에 대한 신뢰에 무임승차하는 이중의 반칙으로 정직한 우리 중소 제조업체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며 “관세행정의 모든 수단을 하나로 모아 원산지 둔갑, 탈세, 짝퉁 등 불공정행위로 인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지자체·산업계와 함께 지역 제조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힘껏 돕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관세청이 공개한 적발 사례는 현재 혐의 내용에 해당하며, 재판 등을 통해 사실관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