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기 칼럼] 세계 7위 한진해운 파산…정부 및 정책 당국자 책임 제일 커
[김영기 칼럼] 세계 7위 한진해운 파산…정부 및 정책 당국자 책임 제일 커
  • 한국관세신문
  • 승인 2019.06.1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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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용인대 교수(물류학과)
김영기 용인대 교수(물류학과)

 

전 세계 해운업계 7대 선사이며 대한민국 1위 선사, 한진해운 파산 원인조사 및 파산을 막지 못한 책임자에 대한 진상조사 없이 마무리된 것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한진해운 사태 당시, 정부 태도에 화가 많이 났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분이 가라앉질 않는다.

한진해운 파산 원인을 두고 많은 이들이 한진해운 경영진의 책임을 들고있다. 혹자는 재벌의 도덕적 해이를 언급하기도 한다. 한진그룹 오너와 경영진 책임이 없다고 할수는 없지만 그들만을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해운 기업들이 경영상의 어려움울을 딛고 살아남은 예는 다반사다. 현재의 현대상선도 그랬고 세계 유수의 해운 선사들이 모두 겪었던 어려움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세계 유수의 선사들이 속한 나라들은 해운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부가 긴급 지원을 했다는 것이고, 대한민국 정부는 책임을 기업주와 경영진에게만 돌리고 나몰라라 했다는 것이다.

1위였던 한진해운을 파산시키고 현대상선을 지원한 결정에 대해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했다. 당시 여건은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반응은 당연한 것이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에 대한 아쉬움이 없는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시는 한진해운에 대한 정부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한진해운 때문에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그룹 수장으로서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키는 결단으로 한진해운을 도려낸 것이라고 봐야 한다.

국적선사 1위이며, 세계 7위의 한진해운 몰락에 대해 ‘한진해운살리기 부산시민 비상대책위(이하 비상대책위)’는 한진해운 사태에 대한 책임을 다음과 같이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비상대책위는 “한진해운 사태에 대한 주된 책임은 박 대통령의 무지, 해양수산부 관료들의 무능과 안일함,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진그룹의 경직된 의사결정구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환구 흥아해운 부사장의 해운·항만·물류기업 고위임원과, 정부·공공기관·협회 등 관계자, 학계·언론 등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많은 20%가 “해운·금융 정책당국의 해운산업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을 한진사태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필자 또한 한진해운 파산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정책당국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첫째 당시 많은 업계 전문가들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 필요성을 주장했고, 합병후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주도로 이를 추진하지 못했다. 어려운 문제에 말려들기 싫어하는 정책당국자들의 무책임과 무소신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둘째 한진해운을 파산시키고 현대상선을 살리는 결정은 우리 정부가 아니라 경쟁사인 Maersk Line이 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정책 당국자들이 정부의 전략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우를 범한 것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정책당국과 산업은행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모두에게 자구책을 요청했다. 그리고 정부와 채권자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도록 요구했다. 전략적 제휴(Alliance)가입, 용선료 인하, 그리고 채무조정을 하라는 것이었다.

이들 세가지 중, 당시 용선료 인하에 성공했다고 하는 것은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계약서에 확실히 보장된 용선료를 인하해 줄 선주는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용선료 지불을 뒤로 미루는 내용으로 '계약기간을 연장하여 당장의 부담을 줄인 후 계약기간 후반부에 더 많이 지불하게 되는 조건이었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그 결과로 지금의 현대상선은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기가 더 어려운 조건이 되었다.

당시 한진해운은 “The Alliance”에 가입했고 현대상선은 제외돼 있었다. 한국정부는 두 선사를 모두 지원하기는 어렵고, 조건을 충족하는 선사 하나만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Maersk와 MSC(이하 2M)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중 어느 선사를 도태시키는 것이 자기들에게 유리할지를 검토하였을 것이다. 당연히 경쟁력 있던 한진해운 파산이 자기들에게 더 유리했을 것이기에 현대상선을 2M에 가입시켜 한진해운을 파산으로 내몰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비싼 수업료를 내고도 교훈을 얻지 못한 채 같은 실수가 되풀이 될 가능성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외국 해운업 관계자들 중에도 “1위 선사인 한진해운을 파산시키는 대한민국 정책  당국자들의 의사결정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며 “그들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고개를갸웃거리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당시를 돌아보면 정치권과 정부에서는 국민여론을 고려하여 의사결정을 한 것으로 보다. 한진해운이 파산할 경우 실업자, 즉 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가 많지 않다고 판단한 정치권에서는 해운업을 살려야한다는 주장을 하지 않은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정책결정자들은 당연히 해운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세금을 투입하고서라도  지원을 해야한다는 당위성을 확보했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우리 정책 당국자들에게 해운업 중요성과 한진해운 파산으로 국가적 손해가 얼마나 될 지에 대에 조사·분석해 여론을 조성하려는 노력도 의지도 역량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론의 힘을 얻어야 정책 당국자들과 정치인들이 움직일 텐데 당시에 그런 움직임이 부족하여 해운산업을 지원할 힘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다.

한진해운이 파산한 후 우리나라 해운산업이 어려움에 처하게 된 책임은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정책당국자들과 한진해운 경영진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

하지만 그외에 해운업계와 업계전문지, 그리고 교수·전문연구원 등 업계 전문가와 지도자들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주어진 역할을 하지 않은 것에도 마찬가지로 큰 책임이 있다고 할수 있다.

책임을 폭넓게 설정하여 직접 당사자들의 책임을 감면시키는 요인이 될 수 도 있겠지만 한진해운 파산과 한국해운·물류산업을 걱정하는 지성인들이라면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것 쯤은 필요할 것이다.    [기고문 내용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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