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의 인문학 이야기] 100년전, '키스'가 본 조선의 실상...다양한 인물과 풍경 사실적 묘사
[이은경의 인문학 이야기] 100년전, '키스'가 본 조선의 실상...다양한 인물과 풍경 사실적 묘사
  • 한국관세신문
  • 승인 2019.08.08 00: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인의 강인한 성품을 알고 존경하게 되었다.
한국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최선의 방법은
"한국풍습을 존경하며 끈기와 친절로 대하는 것"
이은경 문화칼럼리스트
이은경 문화칼럼리스트

 

"내가 동생과 함께 한국을 처음 방문한 것은 1919년 3월이었다. 당시는 삼일운동이 일어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때여서 한국은 깊은 비극에 휩싸여있었다. 수천 명에 달하는 한국의 애국자들이 감옥에 갇혀 고문을 당하고 있었고 ,심지어 어린 학생들까지도 고초를 겪고 있었다.

그들은 폭력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그저 줄지어 행진하면서 태극기를 휘두르며 '만세'를 외쳤을 뿐인데도 그런 심한 고통과 구속의 압제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일본인들은 많은 한국 사람을 죽였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얼굴에 그들의 생각이나 아픔을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내가 스케치한 어느 양갓집 부인은 감옥에 들어가서 모진 고문을 당했는데도 일본인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전혀 표시하지 않았다. ·

한국인들은 일본의 간사한 농간 탓에 조국을 잃었고 황후마저 암살당했으며, 그들 고유의 복장을 입지 못하게 되었고, 학교에서는 일본말만 사용하도록 강요받았다.

나는 길을 가다가 한국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 옷에 검은 잉크가 마구 뿌려져 있는 것을 보았다.

일본 경찰은 한국인의 민족성을 말살시키려고 흰옷 입은 한국인들에게 그런 만행을 저질렀던 것이다. 생각이 부족한 일본 사람들은 오랫동안 진행되어온 자국에서의 악질적인 선전때문에 한국 사람들을 경멸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부 열린 마음을 가진 일본인들은 한국의 문화와 그 미술을 존경하고 심지어 숭배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한국의 역사가 일본 역사보다 더 오래 되었고 또 한국이 일본에 문화를 전달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엘리자베스 키스의 <미망인> 1919년 수체화(문화칼럼리스트 이은경 제공)/한국관세신문
엘리자베스 키스의 <미망인> 1919년 수체화(문화칼럼리스트 이은경 제공)/한국관세신문

 

위글은 1920년부터 1940년까지의 한국을 그림과 글로 옮긴 영국인 엘리자베스 키스의 “코리아” 머리말의 일부이다. 이 책에는 1919년 3.1 운동이 일어난 지 한달도 안된 조선의 모습, 그 이후 1940년까지 식민지 조선의 사람들의 모습과 일상을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다.

서양인이 수채화, 컬러 에칭, 스케치, 특히 일본에서 배운 우키요에 분위기가 물씬 나는 채색 목판화등의 동양적 기법을 배워 일본색이 짙은 목판화라 할지라도 그녀의 그림은 한국에서 만난 다양한 인물과 풍경을 대단히 사실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유명한 인물이나 장소만을 다루기 보다는 민중 개개인의 다양한 모습에 더 관심을 가지고 당시의 모습들을 좀더 생생하게 즐길 수 있으며, 그 속에서 조선을 사랑한 이방인이 느끼는 측은함과 식민지 운명의 안타까움, 새롭게 접한 문화에 대한 신기함이 느껴진다

키스는 1946년 영국에서 펴낸 《옛한국(Old Korea)》에서, 허리를 곧추세우고 꼿꼿한 자세로 앉은 이 여인을 북부 지방의 독립운동가라고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이 썼다. 

"온화하면서도 슬픈 얼굴을 한 이 여인은 북부 지방 출신이다. 그녀는 일제에 끌려가 온갖 고문을 당하고 감옥에서 풀려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몸에는 아직 고문당한 흔적이 남아 있었고, 외아들 역시 3·1운동에 적극 가담해서 일본 경찰에 끌려가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른다. 이 그림을 그린 것은 여름이었다. 여자는 전통적이고 폭이 넓은 크림색 치마를 입었고 그 안에는 헐렁한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항라옷감(노방)으로 만든 저고리를 입었고, 꽤 더운 날씨인데도 두건을 쓰고 있었다. 북부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머리에 두건을 쓰는 풍습이 있다고 했다. 여자의 머리카락은 숱이 많고 길었으며 그것을 땋아서 머리에 감아올리고 있었다."

엘리쟈베스 키스는 한국의 여성들은 뼈대가 작으며 얼굴표정은 부드러웠지만, 새로운 문물의 강요나 그들의 신념을 바꾸려드는 것은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을 옮기기 보다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며 한국여성들의 완고함을 말했다. 한국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최선의 방법은 한국풍습을 존경하며 끈기와 친절로 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키스는 《옛한국》에서 우리나라 여성들의 독립운동에 대해 상세하게 기술했다.

“한국의 가정에서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하대를 당하지만, 3·1만세운동 때는 여자들도 남자 못지않게 잘 싸웠다. 비밀문서를 전달하기도 하고, 지하조직에 참여했으며, 갖은 고문을 당하면서도 굽히지 않았다. 한국 여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들이 얼마나 강인한가를 보여주었다."

1920년의 조선을 본 엘리자베스 키스의 마음이 오늘날 나와 같았을 거라 생각하니 이방인의 개념이 모호해진다 .아름다운 그림들에 덧붙여진 사실적인 설명들은 잊고 싶은 역사의 상처를 건드려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처음엔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지만 , 어느새 난 그 시절 속 그들이 되어 오늘의 나를 바라보게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