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중 무역분쟁 잠잠...이제, 일본의 경제보복인가
[사설] 미·중 무역분쟁 잠잠...이제, 일본의 경제보복인가
  • 서오복
  • 승인 2019.07.01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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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으로 시달린 우리 경제가 몸을 추스리기도 전에 이번엔 일본에서 '경제보복' 소식이 날아들었다.

30일 발표한 일본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7월 4일부터 일본에서 생산되는 주요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한다.

3개 품목으로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 레지스트, 에칭 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반도체와 TV·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의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산케이는 이 같은 조치의 배경으로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한국 측이 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대응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대응 조치"라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에 이번 조치의 부당성을 적극 설명할 것이며 이와 관련한 국제법적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번 조치 이전부터 관련 업계와 긴밀한 접촉을 이어가고 있었던 만큼 규제 여파를 면밀히 분석한 뒤 국내 반도체 업계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는 고도로 계산된 정치적 의도에서 나온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달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아베 정권은 일본 내 보수층을 결집시킬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강제 징용 배상 판결' 이슈는 반한 감정을 부추겨 일본 우익세력을 결집시키는데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카드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오사카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아베 정권의 이런 정치적 계산이 드러났다. 아베 총리는 주최국 호스트로서 참가국 정상들 중 유일하게 문재인 대통령만 쏙 빼고 거의 모든 정상들과 회의를 갖었다. 문 대통령과는 20초간 악수하며 사진촬영한 게 전부였다.

환영 만찬에서도 문 대통령은 주빈 대접을 받지 못했다.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는 구호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다. 아베 총리가 주재한 헤드 테이블엔 미국 트럼프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메르켈 독일 총리, 모디 인도총리,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주요국 정상들이 자리했지만 대한민국 대통령 자리는 없었다.

미·중 무역전쟁이 예상과 달리 확전으로 가지 않고 협상 국면으로 진입하게 된 것은다행이다. 미·중 관계는 '샴 쌍둥이' 관계라는 분석이 있다. 같은 기관을 사용하고 있는 서로 뗄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다. 분리되는 순간 어느 한 쪽은 필연적으로 죽게되는 관계이기 때문에 협상을 통해서 상생 방법을 찾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미·중관계와 비교해 한·일 관계는 역사적·정치적·경제적 부채를 서로 상대에게 떠안긴 채 경쟁하며 살수 밖에 없는 관계라 할 수 있다. 

일본은 과거 한국을 강제 병합한 원죄가 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역사 문제는 한·일간 현실정치로 연결돼 더욱 복잡하게 꼬여가고 있다. 일본에 살고 있는 수백만 동포들은 한·일 간 문제가 발생할 때 마다 늘 우리의 아픈 손가락이 되고 있다.

당황하지도, 조급해 하지도 말자. 철저하게 분석해 전략을 세우면 하늘이 무너저도 살아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우리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WTO 제소는 옳은 대응이다. 정치적 이슈를 경제 보복으로 풀려는 것은 WTO 규정위반이기 때문이다. 다소 번거롭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철저히 준비해 대응한다면 지난번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제한 WTO 제소건'처럼 우리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은 방법이다.

다만, 규제가 실제 시행되면 국내 반도체 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하자. 자칫 국내 반도체 공정이 전면 중단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정부는 업계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장·단기 전략을 마련해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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