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풀리나?”…중국이 다시 K콘텐츠를 보는 진짜 이유
“한한령 풀리나?”…중국이 다시 K콘텐츠를 보는 진짜 이유
  • 정도현 기자
  • 승인 2026.05.13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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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MZ세대 여전히 K콘텐츠 소비력 강해
그러나 생존 조건은 ‘프리미엄 한국’ 아닌 ‘현지화된 협업’
최근 한한령이 완화 될 것이라는 뉴스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 한국관세신문 AI생성
한중 문화교류 재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 한국관세신문 AI생성

[정도현 기자 | 호치민.광저우]

2016년 사드(THAAD) 갈등 이후 사실상 멈춰 있었던 한중 문화교류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다.

10년 가까이 얼어붙었던 흐름이 최근 한중 정상외교와 민간 콘텐츠 시장을 중심으로 서서히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직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한한령 해제”를 선언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장의 분위기는 분명 달라지고 있다.

광저우의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완전 개방은 아니다. 하지만 방향은 분명 바뀌고 있다. 지금 중국은 한국 콘텐츠를 다시 ‘산업적 자산’으로 보기 시작했다.”

실제 최근 중국 시장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움직임들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 한국 게임 판호 발급 확대
  • 한중 민간 문화교류 행사 재개
  • K-뷰티·패션 브랜드 행사 증가
  • 한국 관광 콘텐츠 노출 확대
  • e스포츠·스포츠 협력 강화
  • 공동 콘텐츠 제작 논의 증가

등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내 한국게임의 위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 한국관세신문 AI생성
중국 게임시장에서 다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한국 게임 산업. | 한국관세신문 AI생성

특히 게임 분야 변화는 상징적이다.

중국 게임 허가권을 담당하는 국가신문출판국은 최근 수년간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점진적으로 재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 게임 정책 변화가 아니라 “한중 콘텐츠 관계 변화의 신호”로 해석한다.

그러나 이번 변화는 과거와는 결이 다르다.

2000년대 초반 중국에서 한류는 사실상 “문화 충격”에 가까웠다.

드라마 ‘대장금’, ‘겨울연가’가 중국 전역을 휩쓸었고, 한국 화장품과 패션, 아이돌 문화는 프리미엄 소비의 상징이었다. 당시 베이징과 상하이 백화점에서는 한국 브랜드 입점을 둘러싼 경쟁이 벌어졌고, 한국 연예인은 중국 광고시장의 최고 몸값을 기록했다.

당시 중국 소비자들에게 한국은 단순한 외국 문화가 아니었다.

“세련된 아시아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였다.

하지만 지금 중국은 완전히 달라졌다.

18년 동안 중국 현장을 지켜본 기자의 눈으로 보면, 현재 중국은 더 이상 “한국 콘텐츠를 동경하는 시장”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들의 플랫폼과 자본, 기술을 기반으로 문화산업의 주도권을 직접 구축하려는 단계에 들어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 중국 시장에서는 “한국 브랜드니까 통한다”는 공식이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 소비시장은:

  • 애국소비 강화
  • 플랫폼 중심 유통
  • 가격 경쟁 심화
  • AI 추천 알고리즘 기반 소비
  • 로컬 브랜드 성장

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빠르게 자체 컨탠츠 비중을 늘리고 있는 아이치이와 텐센트미디어 | 한국관세신문
중국 OTT·플랫폼 산업은 이미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며 한국 콘텐츠 의존도를 줄여가고 있다. ㅣ 한국관세신문

이미 중국은 자체 OTT 플랫폼 성장과 함께 아이돌·애니메이션·게임 산업을 공격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아이치이(iQIYI), 텐센트비디오, 유쿠 등 중국 플랫폼들은 자체 제작 콘텐츠 비중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으며, 도우인·콰이쇼우 같은 숏폼 플랫폼은 세계 최대 수준의 콘텐츠 소비 생태계를 구축했다.

중국인터넷정보센터(CNNIC)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중국 인터넷 이용자는 11억 명을 넘어섰고, 숏폼 콘텐츠 이용자는 약 10억 명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사실상 중국인의 대부분이 모바일 기반 콘텐츠 생태계 안에서 소비와 쇼핑, 결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구조다.

특히 라이브커머스 시장 변화는 결정적이다.

중국 현지 시장조사업체들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중국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는 약 5조 위안(약 95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이제 중국은 단순 콘텐츠 소비국이 아니라 콘텐츠·커머스·결제·물류가 하나로 연결된 거대한 디지털 소비 생태계를 완성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중국은 다시 한국 콘텐츠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핵심 배경에는 중국 경제의 구조적 소비 둔화가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청년 실업 문제 이후 중국 정부는 내수 소비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문화·관광·게임·공연 산업 등을 소비 진작 산업으로 다시 육성하려는 움직임도 강화되고 있다.

공연·게임·뷰티·관광·팬덤 소비·라이브커머스 같은 문화 기반 산업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소비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영역에서 한국은 여전히 경쟁력을 갖고 있다.

특히 중국 MZ세대 사이에서는:

  • K팝 스타일링
  • 한국식 메이크업
  • 한국 패션
  • 한국 예능 포맷
  • 한국형 라이브커머스 운영 방식

등이 여전히 높은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베이징의 한 플랫폼 관계자는 최근 기자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 중국 플랫폼 업계는 한국 콘텐츠를 단순 외국 콘텐츠로 보지 않는다. 소비 전환과 팬덤 운영 경험이 축적된 ‘실전형 콘텐츠 시스템’으로 본다.”

실제 최근 중국 플랫폼 업계는 한국식 MCN 운영 방식과 팬덤 기반 커머스 구조를 다시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동시에 중국 로컬 브랜드들의 성장 속도 역시 무섭다.

뷰티 시장에서는 퍼펙트다이어리(Perfect Diary), 화시즈(花西子) 같은 중국 브랜드들이 급성장했고, 애국소비 흐름까지 겹치면서 과거의:

“한국 브랜드 = 프리미엄” 공식은 상당 부분 약화됐다.

결국 지금 중국이 원하는 것은 과거식 한류 소비가 아니다.

오히려 “중국 플랫폼과 중국 유통 구조 안에서 협력 가능한 K-콘텐츠" 에 더 가깝다.

즉 한국 콘텐츠 자체보다도, 한국 콘텐츠가 가진:

  • 팬덤 운영 능력
  • 소비 전환 구조
  • 브랜드 IP 경쟁력
  • 라이브커머스 운영 경험

같은 시스템 경쟁력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최근 중국 시장에서 주목받는 영역 역시 과거의 드라마·아이돌 중심이 아니다.

지금은:

  • 뷰티
  • 푸드
  • MCN
  • 라이브커머스
  • 브랜드 IP
  • 캐릭터 산업
  • 숏폼 콘텐츠

같은 “소비 연결형 콘텐츠”가 핵심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진짜 기회는 단독 진출보다 “합작형 콘텐츠 모델”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 중국 플랫폼 + 한국 제작력
  • 중국 자본 + 한국 IP
  • 중국 유통 + 한국 뷰티 브랜드
  • 중국 MCN + 한국 크리에이터

같은 방식이다.

실제 최근 한중 민간 문화단체와 플랫폼 기업들은:

  • 공동 콘텐츠 제작
  • 브랜드 연계 프로젝트
  • AI·게임·뷰티 협력
  • 관광 연계 콘텐츠
  • 디지털 문화교류 행사

등을 중심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역시 현재는 대규모 K팝 공연 전면 개방보다 문화교류·게임·디지털 콘텐츠·관광·스포츠·공동 제작 등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여는 방식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결국 지금 벌어지는 변화는 단순한 “한한령 해제”가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중국식 질서 안에서 다시 재편되는 한류”에 가깝다.

그리고 이 변화는 전통 엔터테인먼트 기업보다 오히려:

MCN, 뷰티, 커머스, 플랫폼, 관광, 브랜드 IP 기업들에게 더 큰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여전히 거대한 시장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 것이니까 통한다” 가 아니라,

“중국 시스템 안에서 얼마나 현지화할 수 있는가” 가 생존 조건이 되고 있다.

18년 동안 중국 현장을 지켜보며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이것이다.

과거 중국은 한국을 배우려 했다. 하지만 지금 중국은 한국을 “활용”하려 한다.

그리고 지금 중국은, 그 새로운 시험을 다시 시작하려 하고 있다.

 


■ 정도현 기자는 2001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 광저우에서, 2019년부터 현재까지 베트남 호치민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베트남 전문 기자다.
현재 호치민 한상 및 한인사회 활동과 함께 동남아·중국 경제·산업 분야를 집중 취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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